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5-아리 약 홍삼

천마리학 2010. 3. 9. 06:55

 할머니랑 아리랑 535

 

 

*2010년 1월 30일 토-아리 약 홍삼

 

 

오늘은 할머니가 약을 먹으려다가 아리에게 들켰다. 아차차! 감추려들었지만 눈치빠르고 고집센 아리가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

기어이 할머니 손을 점검하고 약상자를 뒤지면서 약을 달라고 보챈다.

“할머니 약이야. 아리 약은 나중에 아리가 아플 때 먹는 거지.”

이 말로도 안 된다.

“오케이!”

하고는 정말 잊은 듯이 물러선다. 그렇게 잠시 뜸을 두었다가 갑자기 아리가 배가 아프다고 한다. 손으로 배를 만지며 아픈 시늉을 하고는

“할머니, 아리 아우이, 약 먹어”

아프니까 약을 먹어야한다는 뜻이다.

요렇게 거짓말을 하는 깜찍한 녀석이다.

오늘도 어쩌다 홍삼정을 먹다가 아리에게 눈치 채었으니 호기심 많은 아리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는 걸 할머닌 안다.

“오케이 오케이, 그렇지만 아리, 딱 한 알만 먹는 거야, 알았지?”

우선 약을 얻어먹을 생각에 눈을 빤짝이며 쉽게 동의한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어른의 3분의 1을 먹이면 된다는 용법이 있어서 일단 적은 양을 먹여도 되니까 할머니는 선심을 쓸 요량이다.

약통을 아리에게 넘긴다.

약통을 열려고 이리저리 힘을 써보다가 안 열리니까 ‘헬프 미’ 하고 내민다.

할머니가 약통을 열고 홍삼정 한 알을 꺼내면 아리가 ‘노우 노우’ 완강하다. 자기가 직접 꺼내겠다는 것이다. ‘알았어 알았어’ 하고 약을 다시 넣고 통을 넘기면 제손으로 한 알을 꺼내들고 만면에 웃음을 피우며 기분좋아한다.

“잇?”

약을 입 가까이 대고 먹어도 되죠?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래”

아주 기분 좋게 약을 입에 넣고 자리를 옮기며 기분좋게 돌아다닌다. 잠시 후에 다시 와서 약통을 달라고 한다. 한 알 더 달라는 것이다.

“노우, 약속했잖아 방금, 그리고 하루에 한 알씩만! 알았지?”

“오케이!”

일단 한 알은 먹었으니까 마음이 느긋해져서 수월하게 물러선다.

“올데이 온리 원, 할머니, 온리 원 올 데이?”

하루에 한 알씩, 맞지 할머니? 하고 확인을 하는 것이다.

“그러엄, 이제 내일 먹어야지. 하루에 한 알씩, 알았지?”

“오케이~”

비교적 쉽게 흥정이 끝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