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24-12월 15일올갠과 산타크로스 파티

천마리학 2010. 2. 4. 10:19

 

 할머니랑 아리랑 524

 

*12월 15일 토-올갠과 산타크로스 파티

 

 

오전 10시경, 아리를 위한 산타크로스와 함께 아침을! 의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위하여 아리는 엄마아빠와 함께 집은 나섰다.

집안은 전쟁터같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다. 느슨한 주말 아침인데다 어제 밤에 선물들을 주고받고 아리의 재롱을 보느라고 떠들썩한 밤을 보냈기 때문이다.

 

 

 

 

처음 연주해보는 전자올갠이랍니다.

엄마아빠가 사주셨는데요.

나중에 할머니가 이걸 치워버렸답니다.

제가 모를줄 알아요?

 

 

 

 

“I am so tired!”

항상 집을 나설 때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도맡아 누른 사람이 바로 아리다. 어쩌다 다른 사람이 누르면 울며 떼를 쓴다. 그런 아리가 오늘 아침엔 엘리베이터 누르는 일을 제 엄마에게 미루며 한 말이다.

엄마가 우스워서 할머니에게 그 말을 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으아해서 무슨 말이 나올까 하고 되물었다.

“Why are you tire?"

그랬더니 더 깜찍한 대답을 했다.

“B, B, Because I pressed to much."

모두 웃고 말았다.

제가 그 동안 너무나 많이 눌러서 피곤하다니…, 많이 누른 건 사실이지만 언제나 제가 원해서 누르는 기회를 독차지해놓고 이제 와서 피곤하다니, 요런 맹랑한 녀석이 있나!^*^

 

 

 

 

 

 

 

어쨌든,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를 만나는 어린이를 위한 파티에 다녀온 아리. 거기서 제이든도 만났다지?

제이든은 산타크로스를 무서워하고 잘 놀지 않아서 울어서 제이든의 엄마아빠 속을 상하게 했다잖아. 그런데 아리가 우는 제이든을 달래주어서 함께 놀았다면서? 아리는 잘 놀면서 준비된 놀이도 즐기고, 제이든을 리드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면서?

좋구나, 아리! 잘 했구나 아리!

 

오후에 엄마아빠가 쇼핑을 다녀오더니 아리의 조그만 전자올갠을 사왔다.

내놓자마자 뜯어 해치는 아리. 책이며 장난감이며…… 전자올갠까지……

와, 한국집에서 할머니의 전자올갠을 가져올 작정이었는데……

할머니가 옛날에 사용하던 것인데 신디사이저까지 있는, 당시로는 가장 좋은 야마하 제품이란다. 할머니도 한 때는 음악을 즐기는 일에 빠지기도 했었지^*^

 

너무나 풍년이다. 아리는 모든 것이 너무나 풍년이다. 아리뿐만이 아니라 요즘 아기들은 대개가 다 그럴 것이다.

할머니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그렇지만 내색할 수 없다.

아리 네가 할머니의 손자가 아니라 할머니의 아들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이미 있는 작은 올갠 책을 이용해도 아직은 충분하다. 너무나 풍부하고 너무나 흔해서 귀한 줄을 모른다. 아낄 줄도 모른다. 게다가 집중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겉핥기식으로 뒤적이다 말곤 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역시 아리는 전자올갠을 건성으로 두어 번 두드릴 뿐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함부로 다룬다. 아기 교육상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엄마가 강하니까 내색하기도 조심스럽다. 할머니 생각에는 너의 장난감이나 책, 등 모든 것들을 좀 줄였으면 싶거든. 더구나 아직은 음악을 이해하긴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고 또 현재 가지고 있는 작은 올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거든.

이미 너에겐 작은 올갠이 있잖아. 악보와 함께 건반 그림 위에 숫자표시가 되어있어서 그걸 누르면 소리가 나도록 되어있는데도 그것을 깊이 즐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로 흥미를 갖지 않고 있기도 하잖니.

너무 풍부해서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그래서 더욱 산만해지는 것, 호기심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 진지하게 즐기지 않고 대충대충 지나가버리는 것, 물건 아낄 줄 모르는 것, 마구 구기고 마구 집어 던지는 것 …… 등의 습관을 고쳐야 해.

지금 그것도 별로 즐기기 않는데다 개념파악을 이해시킬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왕에 쓰던 걸로 이해시켜서 익숙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한 다음에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좋겠어. 언젠가 기회 봐서 엄마에게 말할 거야. 새 올갠은 치워두었다가 나중에 내놓는 게 좋겠다고. 지금 있는 것으로 먼저 익숙하게 만든 후에.

 

스위스 갈 날도 며칠 남지 않았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할 일은 많고…… 엄마도 할머니도 마음은 바쁘구나 요즘.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 아리는 여전히 잘 놀고, 할머니를 잘도 힘들게 하고……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