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19-CBC 방문과 할머니친구들

천마리학 2010. 1. 16. 11:25

 

  할머니랑 아리랑 519

 

*12월 4일 금-CBC 방문과 할머니친구들.

 

 

 

오늘은 아리가 데이케어를 옮긴 다음 첫 금요일. 할머니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하는 첫 금요일.

마침 오늘은 할머니 학교의 시티 튜어로 CBC 방송국을 방문하는 걸로 되어있는 날이기도 하지.

아침 10시경, 할머니는 아리와 함께 CBC 방송국으로 갔지.

그동안 말로만 듣던 할머니 친구들을 만난 아리. 모두들 귀엽다고 한 마디씩 말을 걸었지만 처음엔 수줍음을 타서 뒤로 숨고 말이 없던 아리. 점점 분위기가 풀리자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잘해주시는 리사 아줌마와는 아주 단짝 친구처럼 되어버렸지.

후란시스, 리사, 엠마, 아리가 큰소리로 자주 부르는 할머니 친구들의 이름. 그 외에도 소피아줌마랑 홍 아줌마랑 쉐브난 아줌마랑… 줄줄이 귀여움을 독차지했지.

 

글랜 굴 스튜디오(Glenn Gould Studio)에서 열리고 있는 래디오 생방송 콘서트장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겨우 순서가 되어 들어갔지만 오래 있지 못하고 나가자고 졸라서 나오고 말았지.

할머니는 이번 기회에 프론트 스트리트 쪽의 CBC 방송국 건물 앞에 있는 동상 글랜 구울에 대해서 알게 됐지. 그 동안은 누군지 확실히 모르는 채로 사진도 찍고, 에세이도 썼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는 거야. 그래서 방송국의 그의 이름을 붙인 스튜디오도 있었던 거야.

 

 

 

 

할머니의 친구들입니다.

엠마, 프란시스, 그레이스, 릴리 그리고 저를 안고있는 리사아줌마.....

할머니요?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어제 교실에서 프란시스가 방송국 방문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친구들을 웃겼지. 프란시스도 잘 모르는 터여서 정확한 위치에 대하여 할머니가 보충설명을 해주었지. 웰링턴 스트리트 쪽은 공사 중이므로 프론트 스트리트 쪽이 접근하는 것이 더 좋다는 설명을 해주고는 덧붙였지.

“There is a man who always wait for me."

모두들 놀라면서 궁금해 하고, 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가하고 기대하면서 누구냐고, 정말이냐고 묻는 거야. 프란시스까지.^*^

할머니가 교실에서 항상 친구들을 웃기곤 하는 커미디언이잖아.

프란시스까지 정색을 하며 정말 누구냐고 다지는 거야.

그래서 대답했지.

“He is just Glenn Gould!"

그랬더니 프란시스가 말하는 거야. 그는 이미 죽은 유명한 피아니스트라고.

“I know, but he is became a sculpture!”

그래서 또 한바탕 웃었거든.

 

 

 

프란시스랑 함께.

프란시스는 할머니의 영어선생님이랍니다.

 

 

 

 

 

로비에서 우유 2팩을 다 마시고는 다시 들어가자고 보채는 아리. 그러고 보니 네가 밀크가 먹고싶어서 나가자고 했던가 봐. 그게 아니라 해도 나와보니까 다시 들어가고 싶었던 거고. 그걸 보니 콘써트가 아주 지루한 것만은 아니었던가 봐.

하지만, 와. 여전히 길게 늘어선 라인업!

다시 들어갈 수가 없는데도 떼를 써서 한동안 애를 먹었지. 나중엔 저 혼자 걸어서 아장아장 들어가려고 하니까 입구의 아저씨가 안 된다고 말리면서 주위를 돌아보면서 어른을 찾더구나.

겨우겨우 달래면서 로비와 어트리엄(atrium)홀, 통로 등 이곳저곳에 설치되어있는 스크린을 통해서 콘서트를 보기도하고 훗(FOOD) 도네이션이 벌어지고 있는 광고용 벌룬을 가지고 놀기도 하면서 콘써트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보냈지.

 

콘서트 끝나고 할머니 친구들이 모두 나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리사 아줌마는 아리는 다루는 솜씨가 도사급!

아리에게 잘 해주시니까 처음 만났는데도 이내 친해지더니, 레스토랑에서도 안 먹으려던 김밥을 어느 새 다 먹게 하고, 장난치고, 여기저기서 생기는 보너스 쿠키, 에니멀 비스킷 등 끊임없이 가져다주시고, 또 CBC의 마크가 찍힌 빨간 스티커를 양 볼에 붙여서 빨간 문신을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1시경, CBC를 나와 BAY의 유명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내로 갔지. 그때부턴 할머니 힘 든다고 아예 리사 아줌마가 스트롤러를 밀고 가는데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네가 감기 걸리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어느 길을 택할까 궁리하며 걷고 있는데 가는 도중 이미 아리는 잠이 들었더구나. 리사 아줌마는 앞으로 금요일마다 너랑 하루를 보내야하는데 힘들어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해주시더구나. 할머니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리랑 함께 할 수 있으니 좋단다.

 

 

 

 

 

이스트 백화점의 세계적인 명품 스와로브스키 가게 앞입니다.

스왈로브스키에서 크리스탈로 만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하곤 합니다.

 

 

 

 

 

베이에 도착했을 때도 깊이 잠이 들어 있어서 더 자게 하려고 이튼센터로 가서 로비에 앉아서 네가 잠이 깨길 기다렸지. 1 시간가량 낮잠을 즐긴 아리에게 명품으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 가게 앞에 크리스탈로 만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하고, 다시 베이로 가서 윈도우에 장식되어있는 크리스마스 특별 데코레이션을 둘러보고,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First Canadian Place로 갔지. 워터 폴 옆에서 재미있게 놀았지. 리사 아줌마가 선물로 주신 위니펙에 갔을 때 사셨다는 파란 볼, 아리에게 주시려고 어제 저녁 챙겨놨다는 거야.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돌리며 탁 던지면 바닥에 떨어져 팽이처럼 돌다가 거꾸로 서서 도는 것이 하도 신기해서 샀다는 그 볼이 아주 좋은 놀이기구가 되어주었지.

리사 아줌마는 아리와 함께 놀아주느라고 아리처럼 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억지로 피피도 시키고… 정말 고마웠단다.

얼마나 열심히 놀아주시는지 참 고마웠단다.

5시경, 리사 아줌마와 헤어져 돌아섰는데 다시 밀크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가게에 들어갔는데 그곳 주인아저씨가 마침 한국 사람이어서 우리를 알아보시고 아주 반가워하시더구나. 할머니가 아침마다 학교에 갈 때 가끔 PATH로 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지나가던 길목이야.

 

스타벅스 커피샾 앞의 테이블에 앉아서 다시 1시간 쯤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왔지.

돌아오는 길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한 마디씩.

양 볼에 CBC의 빨간 문양이 찍힌 아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미소 지으며 귀엽다고 한마디씩. 그런 건 아랑곳 하지 않고 유리에 비치는 제 모습에 취해서 걷다가 뛰다가… 바닥에 딩굴기도 하는 아리.

어떤 아줌마가 아리의 양 볼에 찍힌 무늬를 보고, “누가 너에게 키쓰를 했느냐”고 물으니까 “ CBC”하고 대답하는 아리.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할머닌 아주 녹초가 되고 말았단다. 무릎이 너무 아프고 피곤에 지쳐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지경이었지만 함께 놀자고 떼를 쓰는 아리의 요구를 어떻게 거절하니?

아빠가 퇴근해서 올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엄마는 존 아저씨와 시 번역하느라고 가끔 전화로 질문을 던져오고…

 

 

 

 

스코셔 뱅크 건물의 3층, 각종 레스토랑과 공공휴게실 공간이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 하루 잘 보내었지?

아리, 네가 First Canadian Place에서 응까를 하고도 할머니가 접근하지도 못하게 강하게 거부한 것만 빼고는. 아니지. 그것도 아주 큰일이었지. 피피 시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응까의 뒤처리는 더욱 힘들어서 정말 할머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더 아프고 한단다. 그렇지만 어린 너는 응까에 대해서 아직도 겁을 먹고 토일렛 사용을 거부하니 어쩔 수 없지. 응까를 해놓고 불안 해 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어차피 거쳐야하는 과정인줄은 알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빨리 이 시기가 지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단다.

어쨌든,

오늘 하루 잘 보내었으니,

리사 아줌마도 고맙고!

아리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