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16-할머니의 아리에 대한 네 가지 고민.

천마리학 2010. 1. 8. 06:32

  할머니랑 아리랑 516

*11월 28일 수-할머니의 아리에 대한 네 가지 고민.

 

 

 

요즘 할머니는 아리를 돌보면서 세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첫째는 고추에 관심이 많은 아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아리는 고추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즉부터 시작된 버릇이긴 하지만 어떻게 콘트롤 해야 할지 망서려질 때가 많습니다.

피피를 할 때도 손가락으로 누르고, 만지고…, 커졌다고 신기해하면서 보여주곤 합니다. 놀거나 책을 보면서도 잠옷바지 위로 고추를 만지곤 합니다. 특히 변기 위에 앉아서 피피를 할 때는 고추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고 집어넣으려고도 해서 말리곤 하면서도 내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자라는 과정으로 생각은 하지만 때로는 상처를 입히거나 염증이 생길까봐서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꾸만 관심을 다른 곳에 두도록 유도하곤 합니다.

 

 

 

 

와아~ 길다아~

그림카드를 길게 늘어놓는 아리.

따라가는 캐터필러.

 

 

 

 

 

다른 한 가지는 할머니의 빈 젖을 빠는 것.

아리가 저녁이나 아침에 꼭 할머니의 빈젖을 빠는 일입니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설명해서 거절도 해보고, 마음을 돌리게 하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아리의 요구는 완강합니다. 파고들어 빨면서 매우 만족해하고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한 때의 행동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완강하게 거절해야하는지, 아리가 심리적으로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할머닌 아리가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흡족함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가능한 한 부드러운 방법으로 관심을 돌리기도 하지만, 예를 들면 아리가 좋아하는 동물 책을 읽자던지, 캐터필러가 놀자고 한다던지, 아니면 홀쓰놀이를 하자던지 하는 식으로 유도하기도 하지만 안 될 때는 응해주고 있답니다.

 

 

 

 

 

카드를 길게 이어놓고 신이 난 아리,

토마스 기차. 제임스 기차, ... 이름을 붙여놓고 엄마아빠에게도 자랑하고,

곁에서 응원하는 할머니가 있으니까 더욱 신나는 아리!

 

 

 

 

세 번 째는 ‘샤방샤방‘을 싫어하는 것.

아리는 양치질을 아주 싫어하는데 아리엄마는 양치질에 엄청 신경을 씁니다. 배터리를 넣은 칫솔까지 준비해주었답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주로 돌보기 때문에 눈치도 보이고 걱정도 됩니다. 어찌어찌 겨우 달래어서 양치질을 한다고 해도 주로 치약을 빨아먹는 일이지 제대로 ‘샤방샤방’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라도 ‘샤방샤방’ 버릇을 들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땐 입안에 벌레가 있는지 보자고 하면서 입을 벌리게도 하고, 또 어떤 땐 따라하게도 하고, 또 어떤 땐 물로 헹구기만을 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작은 소란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허사가 되고 맙니다. 또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안추워초컬릿밀크’를 마시거나 크렉커 등을 먹을 때도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데 잘 되지 않으니까 어떤 땐 궁여지책으로 물로 헹구는 약식으로 때우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안할 때가 더 많답니다.

주사 맞는 일은 용감하면서 ‘샤방샤방’은 왜 싫어하는지 참 묘합니다.

 

 

 

 

 

마치 콘닥싱 하는 거 같죠.

기차 길을 만들어놓고 기분 좋아서 노래 부르고 있는 거랍니다.

 

 

 

 

마지막 고민은 토일렛 사용을 싫어하는 것.

아직도 아리는 밤 사이엔 피피를 가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응까도 다이퍼에다 하곤 합니다. 저녁에 팬티를 입히지 않고 재우면서 ‘피피 마려우면 피피 마렵다고 말 하세요’ 하고 시키지만 한번 잠에 빠진 아리에겐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걸 압니다. 자면서 다이퍼를 채우지 않는 훈련을 시작한지 나흘째인데 이틀은 젖었고 이틀은 괜찮았습니다. 괜찮은 이틀도 아리의 의지로 되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어쩌다 된 일일 뿐. 그래서 잘 때 밀크를 먹이지 않으려고 시도해보지만 아직은 너무나 요구가 완강해서 먹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응까를 할 때도 토일렛에 앉는 걸 싫어해서 다이퍼를 채워달라고 요구합니다. 그걸 억지로 달래서 토일렛에 앉혀보지만 떼를 쓰고 울어서 소용이 없습니다. 오늘도 데이케어에서 두 번이나 바지에 응까를 했답니다. 물론 드문 일입니다만. 왜냐하면 데이케어에서 낮잠시간에 아리의 요구에 의해서 다이퍼를 채워주니까 다이퍼에 응까를 하기 때문입니다. 데이케어 선생님들이라고 해서 아기의 응까를 치우는 일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물론 이것도 때가 되면 될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서둘러 강제로 버릇을 들여야할지 아니면 원하는 대로 다이퍼를 채워주어서 천천히 길들여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 궁금합니다.

며칠 전부터는 또 다른 묘안으로 아리를 설득 중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챕터스에 가는데, 쳅터스 아저씨가 다이퍼를 사용하는 아기는 들여보내주지 않는다고 꾸며댔습니다. 아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챕터스이기 때문입니다.

 

 

 

 

기차 길을 타넘어 다니면서 종알종알!

'기차길옆 아리네 집, 아리아리 잘도 논다

치익푹 치익푹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리아리 잘도 논다아~'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예요.

 

 

 

 

“챕터스 아저씨가 이름이 뭐지? 하고 묻을 거야. 이름이 뭐지?”

“아리!”

“그다음엔 몇 살입니까? 하고 물을 거야. 아리 몇 살이지?”

“두 살!”

“그렇지. 우리 아리가 두 살이지. 곧 세 살이 될 거지. 그렇지?”

“끄덕그덕!”

“그 다음엔 쳅터스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아리가 다이퍼를 사용하나요? 안 하나요? 하고 묻을 거야. 어떻게 하지?”

“예쓰!”

역시 천사입니다. 거침없이 예쓰라고 대답하니까요.

“그런데 쳅터스 아저씨가 아하, 그럼 안 됩니다. 돌아가세요. 다이퍼 차는 아기는 여기 들어오지 못 합니다 하거든. 여기는 다이퍼 차지 않는 어린이만 올 수 있습니다. 응까도 토일렛에서 하는 어린이만 올 수 있습니다. 그러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지?”

그제서야 아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이 없습니다. 할머니는 그 때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리야, 우리 다이퍼 차지 말고 그냥 자자. 그리고 응까도 다이퍼에 하지 말고 토일렛에서 하자. 어때? 그렇게 해볼까?”

마지못해, 어딘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끄덕입니다.

어제 밤에도 그렇게 해서 재웠습니다만 침대는 자정 넘을 무렵에 젖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토일렛에서 응까 시키는 일도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하나 둘 셋 넷! 밀리터리 스타일 ~'

아리는 지금 스스로 정글북의 모글리라고 합니다.

코끼리와 함께 행진하는 흉내를 내며 더 씩씩한 자세로 기차길을 달립니다.

 

 

 

 

 

물론 지금 할머니가 고민하는 것들 모두가 다 때가 지나면 되어 질 일들로 생각합니다. 더구나 모든 것이 정상이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스마트한 편인 아리는 다 잘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아기를 돌보는 입장에서 서둘러야할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기다리며 늦추어야할지가… 헷갈립니다. 그러다가 혹시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파심까지도 생깁니다.

다 잘 되겠지요?

우리 아리가 다 잘 해내겠지요?

그렇게 믿습니다. 이 할머닌.^*^

아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