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13-할머니 나무빗 박살내고 침대는 축축, 오, 아리!

천마리학 2010. 1. 1. 14:18

  할머니랑 아리랑 513

 

 

*11월 20일 금-할머니 나무빗 박살내고 침대는 축축, 오, 아리!

 

 

어제저녁엔 엄마가 번역일 때문에 늦게 오는 날이었지. 할머니가 픽업을 했을 텐데 마침 아빠가 집에서 일하는 날이어서 할머니 대신 아리를 픽업했지. 돌아오면서 핏자를 사가지고 와서 저녁도 힘 안들이고 먹었지.

 

“아리 이즈 굳 리더.”

아빠가 데이케어에서 아리를 픽업해서 돌아오자 마자 기분좋은 얼굴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프리스쿨 선생님들이 말했다는 겁니다.

인펜더 룸에 있을 때도 ‘스마트 아리’라는 별명과 함께 듣던 말입니다. 아리는 제 또래의 반에서 항상 좋은 리더역할을 한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픽업하러 간 아빠에게 선생님들이 묻더랍니다. ‘아쿠타 카쿠타’가 뭐냐고? 그래서 아빠가 ‘아리만 쓰는 말’이라고 했답니다.

전에 할머니가 이미 말했었잖아요. 우리 아리는 4개국어를 쓴다구요. 한국어, 영어, 불어, 그리고 아리나라 말.

아리나라 말은 아리가 지어내서 아리만 쓰는 말이지요. 아, 할머니도 쓰지요. 아리랑 함께. 늘 아리와 함께 하니까 할머니도 아리의 말을 가장 잘 알아듣거든요. 아리가 할머니랑 책을 읽거나 질문을 할 때 때로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않고 장난기가 생겨서 아쿠타 카쿠타로 발음합니다.

 

 

와~ 풍선 키 크다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하고 할머니 따라 하라고 하면

가, 나, 다, 라, 마, 하다가 아쿠타 카쿠타 합니다.

재미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가끔 아리가 할머니 표정이 밝지 않다 싶으면 묻습니다.

“아유 해피?”

“노우!” 하면

“하하하, 아유 해피?” 이렇게 한번 웃어주고 다시 묻는 것입니다. 아리가 웃으면 할머니는 행복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노우~”하고 대답하면, 이번엔

“함퍼어니, 아까쿠다야 까까꾸다오…” 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막 지어서 합니다. 할머니를 웃겨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웃으면 다시 묻습니다.

“유, 해피?”

“예쓰.” 하면 그제서야 안심이라는 듯 함께 웃으며 하던 일을 진행한답니다.

하여튼 그래서 프리스쿨 어린이들이 모두 아리를 따라서 ‘아쿠타 카쿠타…’ 한답니다. 대유행이랍니다.

 

아리가 낮에는 다이퍼를 차지 않고 팬티만 입고 있다가 오줌이 마려울 때 피피! 하고 말하면 할머니가 변기에 앉혀주곤 했었는데 요즘은 제 손으로 꼬마변기를 올려놓고, 올라앉고, 내려오고… 혼자서도 척척 일을 보는 아리가 됐지. 데이케어에서도 마찬가지. 그래서 아침엔 팬티만 입지. 그러나 밤엔 오줌을 못 가리기 때문에 저녁이면 꼭 다이퍼를 차지. 응까도 저녁엔 다이퍼에 하지만 다이퍼를 차지 않는 낮에도 응까가 마려우면 다이퍼를 해달라고 해서 다이퍼에 응까를 하고 있지.

이제 저녁에도 피피를 가리고 응까도 변기에서 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어제밤 부터 오줌을 가리는 연습을 시작했지. 그러기 위해서 그저께 저녁 잠자리에서 아리에게 말로 설명을 다 했었지.

 

 

 

 

요걸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퍼 차고 응까하고 오래 있으니까 아리 똥꼬가 아우이 하잖아. 또 다이퍼 차고 피피하니까 오래 축축해서 아리 고추가 아우이 하잖아. 그러니까 내일 부턴 다이퍼를 차지 말고 그냥 자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할머니 피피! 하세요. 그러면 할머니랑 아리랑 함께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피피를 하고 다시 와서 자면 되지. 그렇게 해볼까? 어때? 그렇게 할 거야?”

“끄덕끄덕!”

“좋아, 이젠 우리 아리가 빅 보이가 되겠구나. 그럼 내일부터 시작하는 거야, 알았지?”

“끄덕끄덕!”

“해볼 거야?”

“끄덕끄덕!”

 

9시경, 아빠가 다시 엄마를 픽업하러 간 뒤에 할머니랑 놀던 아리가 ‘안추워쵸컬릿밀크’를 달라고 해서 할머니가 준비해놓은 ‘안추워초컬릿밀크’를 주었지. 할머닌 언제나 준비해놓잖아. 잠자리에 들기 전에 피피를 하게 하려고 화장실에 가서 변기 위에 앉혔지.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또 아리가 사고를 쳤지뭐야.

무슨 사고?

할머니의 재산파괴!

아리가 피피가 마렵지 않으니까 고추가지고 장난치고, 못하게 하니까 등 뒤에 있는 할머니 화장품 그릇에 손을 대고, 못하게 하니까 할머니의 머리빗을 꺼내어 손장난을 치다가 욕조 전에 내려친 순간, 통강! 두 토막이 나고 말았지뭐야.

 

 

아하, 별거 아니네, 줄을 요렇게 잡아당기면 될껄!

 

 

 

 

할머니가 얼마나 아끼는 건데… 윽, 오래 동안 아침저녁으로 백번씩 머리를 빗어서 손때가 묻어 정이 들었고, 통째로 만들어져서 울릉도 향나무 빗보다 더 아끼는 거였는데.

아리도 제 잘못을 아니까 머쓱했지.

피피를 하지 않고 장난만 치는 아리에게 할머니가 화를 내면서 나가겠다고 하면서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울며불며 쏜살같이 내려와 할머니를 붙들고 발을 동동거리며 더욱 큰소리로 울며 매달리는 아리! 할머니 말을 안 듣다가도 막상 할머니가 나가니까 겁을 내는 아리!

요즘 부쩍 말썽이 많은 우리 아리, 자라느라고 요지가지 변화를 하면서 개구쟁이 노릇을 하니 말썽장이가 되고 사고도 치고 그러는 거지.

그런 아리를 보면 말썽장이 아리지만 할머니 마음도 아프단다.

 

침대위에 올라가 아리가 좋아하는 책읽기를 하면서 아리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줬지. 그러면서도 할머닌 속으로 어떻게 아리의 오줌가리기를 할까 궁리했단다.

마땅한 비닐이 없어서 비올 때 치는 스트롤러용 비닐카버를 접어서 시트의 두 겹 블랑켓 아래에 깔았지. 그리고는 파자마만 입혔지.

“내일 아침에 댄스 클라스에 가야하니까 일찍 자자!”

싫어했지만 달래서 불을 끄고 누웠지만 ‘바스락’이야기 해달라고 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

‘바스락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리가 막 잠이 들려고 할 때 엄마아빠가 돌아왔지.

엄마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서 굿나잇 키스를 하고 우린 다시 이야기하며 잠이 들었지.

 

 

지나가던 누나도 신기한 듯 나 따라서 해보네

누나야, 쉽지?

 

 

 

 

자정 무렵까지도 괜찮았지. 그래서 할머니가 아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지.

“아리야, 피피 하고 잘까?”

잠결에도 도리도리, 한사코 잠에 빠져드는 아리. 그냥 두고 할머니만 잠이 달아나서 컴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지. 그런데 새벽 3시경, 할머니! 부르는 소리. 아리가 언제나 그렇듯이 잠결에 일어나 앉아서 할머니를 찾는 거야. 할머니가 들어갔을 때 침대는 이미 젖어있었단다.

할머니가 침대 안쪽으로 돌아가는 기척에 아리가 강하게 도리질을 ‘아이 던 원트 라이트’하고 불을 켜지 말라고 칭얼대는 거야. 불을 끄는 걸 싫어하는 아리가 켜는 걸 싫어하는 그 심정, 할머닌 알지. 젖은 다이퍼가 부담이 되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거야.

할머니가 불을 키려는게 아니고 침대에 올라가려고 그러는 거라고 하자 안심을 하는 아리. 할머니가 파자마도 벗기고 블랑켓도 갈려고 했지만 강하게 거부하는 아리. 우리 아리는 늘 그러잖아. 응까를 한 다이퍼도 못 갈게 하고, 피피로 흠뻑 젖은 다이퍼도 바꾸지 않으려고 해서 아침마다 전쟁이잖아. 이그 고집쟁이 아리!^*^

할 수 없이 젖지 않은 쪽의 블랑켓을 접어 덧깔아주고 다둑다둑, 할머니가 다둑여 주니까 다시 잠속으로 빠져드는 아리,

고집쟁이어도 예뻐!

말썽쟁이어도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