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09-할머니의 선물 캐터필러.

천마리학 2009. 12. 11. 17:11

   할머니랑 아리랑 509회

 

 

*11월 13일 금-할머니의 선물 캐터필러.

 

 

오늘은 할머니가 아리를 위해서 좋은 선물을 사왔지. 뭘까?

캐터필러! 알파벳 A에서 Z까지 대문자와 소문자가 있는 스물여섯 토막의 길이. 토막마다 무지개처럼 색이 다르게 되어있고, 토막마다 발이 달려있는 길다란 캐터필러.

 

요즘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리는 지난주에도 챕터스에 가서 할머니하고 놀 때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면서 그것을 다 이해하며 애벌레에 대해서 관심을 갖었었지. 나뭇잎에 붙은 알이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되어서 매일매일 사과 3개, 오렌지 5개, 치즈, 롤리 팝, 소시지, 맛있는 셀러드 등을 먹으면서도 늘 배가 고프다가 일주일이 되면 고추로 집을 짓고 들어가 그 속에서 해가 뜨고 달이 뜨는 밤과 낮을 세 번 쯤 보내다가 드디어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흥미있어하는 우리 아리를 위해서 할머니가 샀지.

 

 

 

캐터필러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렇게 등뒤로 둘러놓은 캐터필러가 지켜보는 가운데트럭놀이에 빠져있습니다.

캐터필러를 울타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리는 요즘 자기집을 가지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할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모처럼 한가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PATH를 통해서 걸었지. 니사, 릴리, 엠마.

The Bay 백화점의 지하로 연결되어있는 통로를 지나서 스코셔 플라쟈까지 와서 니사 아줌마와 헤어지고, 엠마와 릴리랑 함께 유니온 역까지 와서는 엠마 아줌마가 보이프 랜드와의 약속장소가 가까이 있어서 헤어지고 릴리아줌마와 에어캐나다센터까지 와서 밖으로 나온 후 영스트리트에서 릴리아줌마와도 헤어졌지. 유니온 역에서 헤어져야하는데 릴리아줌마는 길을 잘 모르고 겁이 많은 친구라서 할머니가 일리아줌마가 레이크 쇼어에 있는 자기 집 가는 길을 확실하게 아는 곳까지 동행해 주느라고 그랬지.

 

그런데 함께 PATH를 통해서 오늘 동안 이곳저곳 샵에 들어가 옷 구경도 하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는데 유니온 역 매장에서 할머니 눈을 끈 것이 바로 캐터필러였단다. 할머니 친구들도 즉시 너에게 줄 선물이라는 걸 알아채면서 역시 할머니야 하고 놀렸지.

 

오늘은 할머니가 아리를 픽업하는 날, 5시 40분, 캐터필러를 침대 속에 이불로 덮어서 숨겨놓고 갔지. 픽업하러 갔다가 오늘 길에 아리가 앞서 인도아저씨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까 할머니도 들어갈 수밖에.

“하이!”

우리 아리는 그 레스토랑의 꼬마 단골손님. 아저씨가 먼저 반겨 인사했지. 아저씨네 식구들이 아침저녁으로 데이케어에 가는 길에도 꼭 유리창으로 내다보곤 손을 흔들어주곤 하잖아.

 

 

 

 

밤에는 침대위에서 머리맡에 울타리를 만들어놓고 자는데,

낮시간에도 이렇게 곁에 놓고 논답니다.

 

 

 

 

할머니가 치킨 샤와마를 시켰는데 이미 아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있는 아저씨가 따로 작은 그릇에 담아줬지. 물론 그건 공짜!

치킨 샤와마를 맛있게 먹고 아빠 몫으로 스페셜을 따로 시켜 가지고 나오는 길에도 아리는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가면서 ‘챕터스’에 가자고 할머니를 조르는 거였어.

그래서 할머니가

“봐, 하늘은 어둡고 거리에 불들이 많이 켜졌잖아. 밤이야. 챕터스가 밤에는 문을 닫잖아,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고, 챕터스엔 내일 가자!” 했더니 아리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오오!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박에

“오케이!”

하고 돌아서는 거야. 미쳐 그 생각을 못했다는 듯이.

그게 바로 아리의 장점이지. 본인이 이해가 되면 절대로 우기지 않는 것, 그리고 할머니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하는 점. 오, 스마트 아리!^*^

 

“Where is caterpillar?”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리가 묻는 첫 질문.

"슈즈 나란히, 그리고 손 씻어야지."

케터필러를 보고싶은 마음에 다른 날과는 달리 한달음에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캐터필러 어디있느냐는 질문을 계속하는 아리에게 ‘할머니방 침대’하고 말했지. 할머니방 침대에 가서 두리번 거리는 아리에게 ‘이불을 들춰봐!’ 했더니 이불을 들추자 캐터필러의 머리가 보이자 ‘와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아리.

신이나서 끌고 나오면서 ‘캐터필러 추레인, 기차!’ 하고 말하는 아리. 기차를 상상한 아리의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

 

초컬릿 밀크를 마시다가

“드유 원너 밀크?”

하고 캐터필러에게 묻고는

“오케이!”

하고는 캐러필러 입을 밀크 컵에 박아 마시는 시늉을 한 다음 자기가 먹는 아리.

캐터필러와 번갈아가며 밀크를 마시는 아리. 또 캐터필러를 둥그렇게 해놓고 그 안에 앉아서 ‘마이 하우스, 마이 하우스’하면 좋아하는 아리.

 

퇴근해온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캐터필러를 보이면서 자랑하는 아리.

행복해하는 아리를 보면서 행복해지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와, 우리집은 행복가득!

모두 우리 아리 덕분!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