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07-Because… ! and then…!

천마리학 2009. 12. 7. 12:34

   할머니랑 아리랑 507회

 

 

*11월 5일 목-Because… ! and then…!

 

 

 

요즘 아리가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아니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기보다는 자랐구나! 하고 실감된다. 머리도 커지고 전엔 납작하기만 한 모양이던 것이 둥글납작하게 변형이 되고 더 야물어졌다. 키도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늘 함께 있으면 못 느끼는 것 같아도 자세히 살펴보면 느껴지기도 하고, 또 많이 자라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머리도 커지고 몸도 실하게 느껴진다. 몸만 자란 것이 아니라 생각도 자랐고, 나날이 어휘가 늘어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 아리가 자주 이용하는 말은 ‘비코오스…’ 이다.

무슨 말을 하면 자기 대답을 할 때 꼭 ‘비코우스…’ 하고 시작하고, 요청할 때도 꼭‘비코우스…’ 라고 말한 다음, and then…! 하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한다.

할머니와 함께 그림책을 보다가

“왜 수탉이 없지?” 하고 물으면

“비코우스, 수탉 건” 하고 대답한다. 또,

“왜 돼지가 궁둥이만 보이지?” 하면

“비코우스, 빅 어 울프 컴,” 하고 대답한다.

 

 

 

침대 시트를 들어내어 그 위에 장난감으로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온갖 장난감들이 다 동원되었습니다.

책들은 길이 되었습니다.

 

 

 

 

아리가 밀크를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하면서 아리가 먹으면 할머니도 엄마도 먹겠다고 하면

“노우, 온리 아리!”

“왜?”

“비코우스, 아리 베리 타이어드, 앤 댄” 하고 대답한다.

“앤 댄 그리고 뭐야?”

“온리 아리 이트!”

자신이 피로하니까 자신만 우유를 먹어야한다는 것이다.

요렇게 깜찍한 녀석을 봤나^*^

 

어쩌다 할머니가 실수하거나(사실 할머니는 고의로 하지만) 자신이 실수하면 그것을 알아채고 실수했다는 눈빛을 보내다가 할머니와 의견이 똑같다는 것이 통하면 함께 웃음을 터트린다.

예를 들면, 할머니가 고양이를 가리키며 소라고 하고, 소를 가리키며 말이라고 설명해나가면 눈을 으아하게 뜨고 지금 할머니가 틀렸다는 의미의 눈길을 보낸다. 할머니가 그제서야 틀린 것을 알았다는 듯이 어? 틀렸네! 하면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또 아리자신이 하나, 두울, 세엣… 일곱, 하다가 엉겁결에 여덟을 ‘이들’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어? 이들? 하면서 아리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하면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고는 자신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 또 함빡 웃음을 터트린다. 그 다음에 자신도 이들? 이들? 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재미있어한다.

 

 

 

 

아리가 만든 책 기차길로 토마스 기차를 달리게 해봅니다.

 

 

 

숨바꼭질을 좋아해서 할머니와 자주 숨바꼭질을 하는데 집안이 시끌벅적하기도 하다. 아리가 숨어있는 문 뒤를 열거나 이불자락을 들추면 긴장해 있다가 와악! 하고 소리친다.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할머니가 할머니 방 책장 옆에 숨어있으면 꾀쟁이 아리가 뒤쪽으로 와서 할머니를 빤히 보고 있다. 뜻밖에 마주치게 되어 할머니가 놀라 소리치면 아리도 놀라 마주보며 소리치면서 웃음을 터트리곤 한다.

 

여전히 연극도 잘 한다. 물론 말썽인 경우가 많지만. 하긴 지금 아리가 말썽 안 부리면 정상이 아니지.

엄마가 평소에 쓰지 않고 넣어 둔 커피 잔을 찬장에서 꺼내어 식탁 위에 놓으며 커피를 타는 시늉을 한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하면서 엄마 몫, 아빠 몫, 할머니 몫…의 커피 잔을 각각 자리에 맞춰서 갖다놓고 입으로 시이~ 시이~ 해가면서 커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가 빅배드 울푸나 도깨비 등 밤이면 무서워하는 대상들이 등장한다.

“빅배드 울프 거언, 도깨비도 거언”

“빅배드 울프가 갔어? 도깨비도 갔어?” 하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갑자기 생각을 바꾸어 백배드 울프와 도깨비에게도 커피를 주겠다고 커피 잔을 더 꺼내온다. 깨질까봐서 못 만지게 하려고 유도하지만 놀이에 빠진 아리의 고집을 바꿀 수는 없다.

커피 잔을 들어 올려 빅배드 울프에게 마시게 하는 시늉을 하고, 마신 커피 잔을 다시 받는 시늉을 하고 “백배드 울프 가라”하고는 돌아서면서 백배드 울프가 갔다고 말한다.

요즘은 혼자서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놀고 있는 아리를 지켜보면 혼자서 이야기를 꾸며가며 끊임없이 종알거리고 행동도 해가면서 열심히 몰두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인다역의 연극인 셈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리가 많이 자랐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어립폴링다운 어립폴링다운 어립폴링다운…”

오늘 처음으로 혼자서 계속 흥얼흥얼 발을 구르며 노래하기에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몰랐으나 자세히 들어보니 “어 립 폴링 다운(A leaf falling down)”이다. 미쓰 캐런에게 배웠다고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 아리! 부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