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 권 천 학
몸뚱이 뚝 분질러 편지를 써 헐린 외벽 에워싸는 바람 앞에 아픈 획마다 촘촘하게 박음질 한 그리움 찍어 써 낸 핏빛 시 한 편
속살까지 파고드는 붉디 붉은 그 한 마디 이름에 묻은 푸른 멍울을 씻어내고 싶어
<메모> 늘 아쉬운 건 떠나 보내놓고서야 안다. 어려움도 늘 견뎌내고서야 비로서 아름다워진다. 원망도 미움도 다 사랑이었음을 늦게야 알게 됨도 감사하고 지글지글 끓어오르던 열정도 잔잔하게 갈아앉아, 멍울 무늬를 씻어내듯 고요로워짐을 감사한다. 모진 추위를 견뎌 피워내는 짓붉은 꽃, 피다. 생애를 바쳐 흘렸던 피. 사랑했던 일도, 피 흘리듯 모질게 사랑했던 일도 결국은 아름다워질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