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중년

천마리학 2009. 12. 5. 11:38

 

 

 

 

중년 * 權 千 鶴(시인)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병이 들고 싶어

 

풀섶 어디메쯤

가을벌레 한 마리 기르면서

더듬이 끝으로 오는

새벽

 

찬란한 이슬로 맺혀

꽃의 심장을 무너뜨리는

햇볕에 찔려

아프게 죽으리니

 

이름만 들어도 향기로운

들꽃이고 싶어

 

떨려오는 바람결에

말갛게 살다가

시샘 없는 빛깔로 남아

꽃잎이던 기억마저 버리고

밤마다 승천하여

별이 되리니

 

 

 

 

 

 

 

 

 

 

<메모>

가벼이 가벼이, 몸도 마음도 가벼이, 생각도 가벼이.

그 어느 색보다 무색이, 그 어느 향기보다 무취가, 그 어느 소리보다 소리없음이.

무색무취, 침묵에 이르기가 얼마나 깊은 도의 길인가.

무색무취, 침묵이 최고의 선이라는 깨달음에 전율했었다.

얼마나 깊어져야 그 곳에 이를 수 있을까?

그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년이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은,

중년의 깨달음으로 환하게 밝아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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