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03-오, 놀라워라 주사를 겁내지 않다니!

천마리학 2009. 11. 28. 10:50

   할머니랑 아리랑 503회

 

*10월 22일 목-오, 놀라워라 주사를 겁내지 않다니!

 

 

 

독감예방주사를 온가족이 맞기 위하여 저녁에 페미리 닥터에게 갔지. 그런데 우리 식구는 물론 닥터신이랑 리셉셔너 아줌마까지 모두 놀랐단다.

왤까?

네가 너무나 의젓해졌기 때문이야.

차안에서부터 넌 아빠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엄마가 아저씨 만나러 간다고 조심조심 대답했지. 왜냐하면 닥터한테 간다고 하면 네가 싫어할까봐서말야. 지난 번에랑 네가 주사 맞을 때 떼쓰고 울었고, 다음부턴 안 가려고 했었잖아.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아저씨 아줌마라고 했단다. 병원이 가까워지면서 할머니가 슬쩍, 페미리 닥터에게 간다고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오히려,

“으음, 닥터 아저씨?”

하기에 엄마랑 아빠랑 모두 맞장구치면서 호응했지. 병원입구에서도 망서림없이 재잘거리며 들어갔고, 닥터 신이 나오자 ‘하이, 닥터!’하고 인사까지 하더구나.

모두 으아해 하면서도 계속 네 눈치를 살폈단다.

 

 

 

이 건널목을 절대로 그냥 지나갈 리가 없죠.

산란을 위하여 올라오는 연어들을 보러 온 크레딧 강가의 기차 건널목입니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서도 주사 맞아야 한다고 했더니 네가 선뜻,

“아이 엠 퍼스트!”

하고는 의자위에 올라가 태연하게 앉는 거야. 아무 스스럼이 없었어. 닥터 신도 웃으면서 주사기에 약을 넣었는데 그것을 보면서도 넌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팔을 겉게 하는데 스스로 거들기까지 하더구나. 주사 바늘을 찌르자 짤막하게

“와우!”

하기에 할머니가 얼른, ‘아리 용감!’ 했더니 그 순간에 아무렇지도 않아지더구나, 그러는 사이 주사가 끝났지. 아주 가볍게, 웃으면서, 기분 좋게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투, 할머니!”

하면서 이번엔 할머니가 맞으라고 지시까지 하는 거야. 그 다음은 엄마, 마지막에 아빠. 정말 모두가 놀랐지. 아빠랑 엄마랑 할머니랑 눈짓을 주고받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너의 변화를 너무너무 신기해했단다.

아리,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가 있니? 정말 신통방통하구나!

우리 아리! 부라보!

네가 그렇게 큰 아리처럼 씩씩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우리 식구 모두가 내내 즐겁고 흐뭇했단다.

고마워 아리!

요 며칠 사이 우리 아리가 큰 어린이처럼 변한 것이 또 있지.

나갈 때

“다녀오시다(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허그도 하고, 어디 그뿐인가? ‘아이 러브 유’도 하고 ‘좋은 하루!’ 하면서 엄마에게도 시키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좋은 하루!’ ‘해브어 굿데이!’ 하고는 블로어 키쓰까지 보내는 등, 아침마다 문 앞에서 하는 이별의 시간이 현란하단다.

저녁때도 꼭 허리를 살짝 굽히며 ‘다녀씨다(다녀왔습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