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00-할머니 젖 그리고 아리의 몸

천마리학 2009. 11. 21. 21:08

    할머니랑 아리랑 500

 

 

*10월 13일 화- 할머니 젖 그리고 아리의 몸

 

 

왠일일까? 아리가 오늘 저녁엔 갑자기 할머니 젖을 요구했다. 처음엔 못 알아들었다. 아리가 계속 말했다.

“아이니드할머니젖, 아이니드할머니젖, 아이니드할머니젖…”

생각을 못했던 일이라서 할머니는 자꾸만 딴소릴 했지. 요즘 아리의 어휘가 나날이 다르게 늘어나고 또 영어로 말을 하기 때문에 가끔씩 영어가 서툰 할머니는 이해하지 못한 해 동문서답을 한 끝에 나중에사 알아채곤 하지. 또 대충 그냥 흘려버리기도 하고말야.

오늘도 마찬가지.

그저 아리가 하는 옹아리 정도로 생각하고 도도타임이잖아, 그러니까 불 꺼야지, 불빛보고 도깨비가 올지도 모르잖아… 하는데 자꾸만 반복하며 할머니 가슴으로 파고드는 아리. 새겨들어봤더니 글쎄, 하하하 아리가 왠일이니?

“할머니 젖 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통했다는 반가움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의 잠옷 앞섶을 헤치고 파고들어 할머니의 빈 젖을 빨아댄다.

 

 

 

 

아기용품 코너입니다.

아리가 카드를 골라 들었습니다.

아리는 이곳에서 각종 그림 알파벳 카드와 그림 맞추기 퍼즐을 익혔습니다.

기 있는 소리 나는 장난감들은 거의 다 해보았고,

때마다 바뀌는 아기용품들을 다 경험해보았답니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들을 창가자리고 가져다 진열해놓고 자기 소유물인양 만끽하기도 한답니다.

곳은 우리나라의 책방과 달라서 아무도 방해하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머나! 우리 아리가 갑자기 베이비 아리가 됐네.”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으며 겸연쩍은 듯 젖을 빤다.

“정말 우리 아리가 아기가 됐구나, 아리 아기야, 우리 아리아기…”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어루어 주었더니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빨다가 멈추더니

“저쪽, 저쪽”

하면서 왼쪽 젖을 마저 빤다.

마냥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할머니 품에 안겨 젖을 빠는 우리 아리, 아마도 아기 적에 빨던 엄마젖이 그리워진 모양이다.

“할머니 젖을 도깨비에게도 줄까?”

“노우~”

“모스키토에게 줄까?”

“노우~”

“제이든에게도 줄까?”

“노우~ ”

“제이든이 아리 단짝 친구잖아?”

“온리 아리”

할머니의 젖꼭지를 문채 고개를 젖다가 온리 아리!라고 강조한다.

오, 우리 아리! 정말 사랑스러운 우리 아리!

이 다음에 크면 언제 할머니 젖도 빨았다고 놀려줄 거야. 그러면 언제 할머니 젖을 빨았느냐고 발뺌을 하겠지?^*^

 

 

 

 

어른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면서 용케도 제가 좋아하는 책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리는 할머니! 할머니! 하고 신이 나서 큰소리로 부르곤 합니다.

그 소리가 객장 안에 퍼져서 다른 민망하기도 하지만 할머니는 개의치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꼬마가 책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빙긋이 웃곤 합니다.

할머니는 아리의 목소리만 들어도 아리가 자기 책을 골라서 아주 기분 좋아한다는 것을 압니다.

가능한 한 작은 소리로 대답하며 달려갑니다.

"어머나 이렇게 좋은 책을 아리가 골랐어?" 하고 칭찬을 해줍니다.

그러면 아리는 신이 나서 할머니 손을 끌로 창가의 우리자리로 갑니다.

창가에는 언제나 우리가 앉아서 오래 동안 책을 읽는 자리가 있답니다.^*^

창가자리로 와서 할머니는 책을 읽어주며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질문을 합니다.

아리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제 의견을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한 권을 다 읽고나면 아리는 또다시 책을 찾으러 객장으로 떠납니다.

책꽂이 사이로 사라지는 아리의 모습을 보며

"아리야 천천히! 조심!"

하고는 아리 모르게 살금살금 뒤따라가서 멀찍이 아리의 동정을 살핀답니다.

 

 

 

할머니 젖을 빨고나서 밀크 한 컵 마시고…

할머니 손을 끌어다 제 가슴에 얹고 편안한 듯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아리,

“우리 아리 도도한다~ 우리 아리 잘도 자고 무럭무럭 자라서 이다음에 큰 사람 되거라~ 우리 아리…”

할머니가 그렇게 토닥거려 주고 있는데, 갑자기 아리가 말대답을 한다.

“노우~ 지금”

할머니가 또 무슨 뜻인지 선듯 이해하지 못하고 자장노래를 계속했지.

“우리 아리 잘도 자고 무럭무럭 자라서 큰 사람 되어라”

“노우~ 지금”

할머닌 또 아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가 하고 잠시 생각한 끝에,

“지금 아리가 큰 아리라고?”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을 감는다.

요런! 귀여운 우리 천사!

평소에 스스로 옷을 입게 하거나 양치질을 하게 할 때 하게 하느라고, 혹은 달래느라고 ‘우리 아리 빅 아리지, 우리 아리 큰 아리지’ 하기도 하고, 또 기특한 행동을 했을 때, 예를 들면 스스로 팬티를 입거나 슈즈를 혼자 신었을 때. 또 신발장에 제 신을 나란히 놓았을 때 등, 잘 했을 때 ‘와, 우리 아리 큰 아리구나!’ 하고 칭찬을 했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자장가를 부르면서 ‘이 다음에 큰 사람 되거라’ 하는 대목을 듣고 ‘지금 자기가 큰 아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 아리야. 지금도 큰 아리지. 얼마나 기특한데… 이해력도 좋고, 운동신경도 발달했고, 그리고 어긋장도 잘 부리고, 고집도 잘 부리는 ^*^ 빅 아리지. 하지만 나중에 자라서도 더 큰 사람이 되라는 말이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큰사람 되어야 해. 알았지 아리?

 

 

 

지금 아리는 찬찬히 한 책꽂이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매우 진지합니다.

저러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펼쳐보곤 별로 흥미가 없으면 덮어버리고 다른 서가로 옮겨갑니다.

때로는 할머니가 뒤따라 가서 어질러진 책을 정리하기도 한답니다.

제대로, 제자리에 놓도록 가르치곤 하지만 아리가 제대로 하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오늘로 아리의 육아일기가 500회다. 

 

처음엔 첫돌 될 때까지만 쓰려고 마음먹었다가 이어지고, 이어지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아리가 자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갓 태어난 아리를 받아 안았을 때, 한 소중한 생명을 보내주신 분께 감사했다. 그리고 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마음으로 아리를 보살펴오면서 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정말 아름답고 신성한 일이라는 것을 내내 실감했다. 아리를 키우는 일은 노고가 아니라 천사와 함께 지내는 행복한 일이다. 아리는 내가 제 어미를 기른 오래 전의 기억을 다시 한 번 일깨워가며 온 몸과 마음으로 행복이 충만해지도록 해 주었다.

내가 할머니가 될 수 있게 해준 아리,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아리,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제는 나의 동반자와 같은 딸, 하나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하나는 나에게 이 모든 귀한 시간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모든 가족에게도 그저 고맙다는 마음으로 감사할 뿐이다.

육아일기는 아리의 동생이 생길 때까지는 아리의 몫으로 계속 써 나갈 것이다. 동생이 생기면 동반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빨리 아리의 동생이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아리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계속 지켜볼 것이다.

 

 

 

 

 

또 다른 서가로 옮겼습니다.

책갈피를 펼쳐서 입체로 붙어있는 그림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금 아리는 할머니가 멀리 숨어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모릅니다.

 

 

 

 

 

아리의 키 ; 99cm

몸무게 ; 16kg

건강상태 ; 아주 좋다.

성격상 특징 ; 신중한 성격이다. 수줍음을 탄다. 매사 처음 대할 때 덥썩 대어들지 않고 매우 신중하게 탐색을 한다. 예를 들면 지난주부터 시작한 댄스클럽에 갔을 때, 첫 시간엔 수줍음을 타면서 제 엄마 뒤로 숨어서 보기만 하고 돌아왔는데, 어느 날 문득 할머니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할머니는 그것이 댄스클럽에서 어깨너머로 본 동작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저 부끄러움만 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탐색을 해서 속에 다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익숙해지거나 편안해지면 그것을 다 표현한다.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때부터 활발해진다.

 

음식습관 ; 매운 것을 못 먹는다. 식사시간에 맞춰 먹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렸을 때보다 산만해져서 요즘 식사습관 바로잡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행동발달상태 ; 피피는 낯 동안엔 가리고 저녁에만 다이퍼를 한다. 데이케어 선생님들 말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 비해서 늦은 편이고, 아리는 제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해서 약간 빠른 편이라고 한다.

 

 

 

포장지 꽂이에서 포장지 두루말이 한 개를 뽑아서 나팔처럼 붑니다.

아무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만 할머니는 늘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인답니다.

 

 

 

 

 

무서워하는 것 ; 도깨비, 모스키토, 그러나 낮이 되면 도깨비도 모스키토도 다 좋아한다고 한다. 아리에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도깨비나 모스키토 외에도 자기가 무섭게 느꼈던 브라운 베어나 비둘기에 대해서 잠시 무서워했다가도 이내 그것들이 나쁘지 않은 것들이라고 생각을 바꾸고, 또 자신이 그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 것을 토대로 아리는 매우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판단된다.

또 처음엔 수줍음과 두려움이 많은 편이지만 그것은 탐색과정이기도 한다. 또 일단 자신이 이해하면 스스로 타협하거나 수정하고, 고집 세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자신이 이해가 되면 떼를 쓰거나 우기는 일이 없다.

스스로 하려고 하는 성격이 강하다.

 

밀크 컵을 드는 일부터 따르는 일, 혹은 신발을 신는 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일 등 작은 일까지도 자신이 하겠다고 하고, 할머니나 엄마가 해버리면 아주 싫어하고 때로는 처음상태로 돌려달라고 울며 때를 쓴다. 심지어 할머니가 밀크를 점검하느라고 “잠깐만, 할머니가 검사해보고”하고는 미쳐 아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한 모금 마셨을 때, 그것을 뱉어내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또 잠자리에 들 때 밀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할머니가 가져올게”하고 침대에서 내려오면 “노노, 미, 미”하고 따라나선다. 냉장고 문을 여는 일, 우유 통을 꺼내는 일, 컵에 따르는 일 등을 스스로 해야 한다. 컵에 따르다 실수하여 바닥에 곧잘 흘리는데 그럴 때 약간 미안스러워하면서도 다시 계속하려고 하고, 그렇게 실수를 한 후에야 “할머니가 도와줄게”하는 말을 용납한다.

 

신체발달상태 ; 자전거를 탈 줄 안다. 달리기를 잘 한다. 마치 다람쥐 같이 날쌔어서 제 엄마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한다. 뜀뛰기도 잘 한다. 비교적 운동신경이 발달한 편이다.

좋아하는 것 ; 책 읽기를 좋아한다. 요즘 콩쥐팥쥐에 관심이 많다.

 

 

 

 

이번엔 두루말이 포장지를 칼처럼 휘두릅니다.

할머니가 다가가서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습니다.

아리는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할머니는 아리의 그런 성격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보도록 최대한으로 배려해 준답니다.

다만 실수하지 않도록, 혹은 망가지지 않도록, 다른 것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사항과 방법을 알려 주기만 합니다.

 

 

 

 

쳅터스를 좋아한다. 요즘 갈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가지만 가끔 쳅터스에 가자고 한다. 엄마아빠가 키치너에 가는 이번 주말에 할머니와 단 둘이 있을 테니까 그때 갈 예정이다. 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기 원한다. 요즘은 할머니의 창작 이야기 <영이와 아기강아지 스노우>를 잠자리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줬다.

 

집짓기를 좋아한다. 거실에서 공간만 있으면 경계를 만들고 <아리 집>이라고 하면서 그 안에 들어간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위에서도 밀크를 마실 때도 할머니의 양 다리를 펴서 자신을 감싸게 하고 등쪽은 이불로 감싸고 <아리 집>을 만들게 하고 그 안에서 밀크를 마신다. 자기 영역에 관심을 갖는 시기인 것 같다.

 

잠버릇 ; 잠들기 전에 할머니가 쎄쎄쎄 해주기를 좋아한다. 또 침대위에서 장난감을 이용한 동화듣기도 좋아 하고, 책도 읽고, 그림자 놀이를 즐긴다. 잠이 들면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서 이불을 얇게 덮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