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89-Montreal 다녀오다

천마리학 2009. 10. 8. 05:49

 

     할머니랑 아리랑 489

 

*9월 4일 금~7일 월-Montreal 다녀오다

 

 

7일, 월요일이 노동절이어서 롱 위켄. 그래서 몬트리올 행.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이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네 선물로 이번엔 자전거를 사놓으셨더구나. 휴일만 되면 우리를 초대하시고, 갈 때 마다 맞춰서 너에게 큰 선물을 주시고, 항상 음식도 신경 쓰시고… 정말 고마워.

언제나 몬트리올에만 가면 언제나 파티지.

 

토요일엔 마침 스위스 페스티발이 있어서 거기 갔지. 거기서 똥똥 달랏이 친구인 사미 아저씨 내외도 만났어.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 때 만났었잖아. 네가 몰라보게 자랐다고 하시더구나.

또 거기서 어떤 꼬마 아가씨가 너에게 다가와 사귀고 싶어하는데 넌 빤히 바라만 봐서 어른들이 모두 웃었단다. 그 꼬마 아가씨가 네 눈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슬며시 손을 잡으니까 네가 빼버리는 거야. 그리고 넌 아주 무관심한 표정이었지. 넌 프리스쿨에서도 알렉스에게 그러잖아. 그래서 모두들 넌 아주 신중하고 눈이 높다고 했지.^*^

 

 

 

따따 쟌으로부터 물 뿌리게를 뺏어 들고 화분에 물을 주는 아리.

무엇이든지 직접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리.

따따 쟌은 그저 아리라면 정신 없이 좋아하신다.

 

 

 

 

마침 이번엔 따따 마고를 못 만났지 뭐야. 따따 마고는 봉사활동 하러 토론토로 가셨다잖아. 우리와 반대였지. 그 대신 전화가 와서 통화만 했단다. 물론 아리, 너의 안부를 빠트릴 리가 없지. 못 만나서 섭섭하긴 하지만 좋은 일을 하고 계시니까 박수를 보내야지.

 

일요일엔 올드 몬트리올에 갔지. 올드 몬트리올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해. 할머닌 올드 몬트리올의 잭 깍띠에 광장이 파리의 몽마르트보다 더 좋아.

몽마르트는 너무나 상업적이고 분위기가 달라. 옛날의 몽마르뜨지 지금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못해. 거기에 비하면 잭깍띠에 광장은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단다. 온갖 거리축제는 물론, 음식점들도 좋고, 마차도 다니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훨씬 더 많고 잘 돼있어. 사람들이 모두 즐겁고 다정해. 이번엔 특히 더 생동감을 느꼈지. 정말 살아나는 것을 느꼈단다.

추억도 많지.

넬슨 호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점심을 먹었지. 맨 처음 몬트리올에 갔을 때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하면서 네 엄마아빠가 특별히 할머니와 함께 갔었는데, 밖에 큰길까지 길게 줄 늘어선 걸 보고 할머니가 약간 짜증을 냈었지. 먹기 위해서 줄을 서는 게 싫다고. 그런데 막상 식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더구나. 마당에 쳐진 커다란 나팔꽃 모양의 천막도 그렇고 온갖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장식, 밴드의 생음악 연주 등 참 좋았지.

하긴 우리 식구들은 모이기만 하면 언제나 즐겁고 신나지. 집에서도 식사 때 마다 다른 포도주를 마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항상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하잖아.

 

 

 

 

 

뒷 정원에서 나무들에게 물을 주다가 하늘로 내뿜는 아리.

아리에겐 그저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한 것 뿐이랍니다.

할머니까지 곁에 있으니 아리는 아주 신이 났답니다.

 

 

 

 

 

너를 위해서 마차도 탔지. 우리 아리는 말 마니아잖아.

마차를 타고 네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너를 보고 우리 모두도 좋았단다.

 

또 엄마의 모교인 맥길 대학교에도 갔지. 거기 잔디밭 운동장에서 너는 딩굴기도 하고 할머니랑 엄마랑 술래잡기도 하며 놀았지. 네가 볼을 차겠다고 축구팀들 사이로 다가가니까 축구하는 젊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다가와서 한국 사람이세요? 하고 묻기도 했잖아. 할머니가 아리 조심! 하고 소리치는 걸 들었나봐. 그 사람도 엄마처럼 몇 년 전에 졸업했다더구나.

 

할머닌 2002년부터 지켜보던 ‘할아버지 나무’에 가서 사진을 찍었지. 맥길대학교의 교정을 늘 지나다녔는데 그때 우연히 밑둥의 옹이 모습이 노인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할머니가 붙인 이름이란다. 그 후로도 몬트리올에 갈 때마다 가서 보고 사진을 찍곤 하지. 이번에도 밑둥이라서 그런지 모습은 바뀌지 않은 것 같더구나.

맥길 대학교의 건물들을 휘덮은 담장이 넝쿨을 매우 좋아했는데 이번엔 왠일인지 담쟁이 넝쿨이 시원찮고 또 사라지기도 했더구나. 그리고 대운동장 가의 해당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해당화가 있는 걸 보고 놀랐었지. 지금은 꽃이 다 질 때라서 빨간 열매들만 달려있는데 한 송이가 피어있어서 그걸 찍었지.

 

 

 

 

 

부라보!

가족이 모이면 항상 즐겁고 행복해!

정말 몬트리올에 사는 고모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너무나 잘 해주셔서 미안할 정도다.

똥똥 달랏과 따따 쟌은

매일매일 메뉴를 바꿔가면서 손수 요리해주시고

멀리 있는 가족들 이야기며

스위스의 가족들 이야기며

만나지 못한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며...

따뜻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끝이 없다.

몬트리올에만 가면 저녁마다 파티기분이다.

 

 

 

 

네 엄마의 졸업식을 했던 건물을 돌아서 옛날에 살던 허치슨 거리와 옛날에 잘 다니던 길들을 드라이브 했단다. 토요일 점심때 엄마랑 주로 갔던 일본 레스토랑 이사가야도, 커피 한잔만 시켜도 온종일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세컨드 컵 커피점도, 포비고 수퍼마켓도, 쁘라스데쟈(예술의 전당)도… 조금씩 달라진 곳도 있지만 다 그대로더구나.

 

몬트리올에서도 잠은 할머니 함께 2층 할머니 방에서 잤지. 잠도 잘 자고, 잘 놀고, 잘 먹고… 참 신기해. 먹는 것과 자는 것은 어떻게 그렇게 철저하게 할머니하고만 하려고 하는지. 엄마아빠랑 놀다가도 잘 시간만 되면 으레히 할머니와 자는 것으로 아는 네가 몬트리올에 와서는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마찬가지였어. 할머닌 너무나 좋단다^*^. 할머닌 너랑 자면서 네가 불편해하거나 보채는 걸 한 번도 놓쳐본 일이 없어. 네가 뽀시락만 해도 다 들리고 잠이 금방 깨어져.

 

 

 

스위스 축제.

스위스 뮤지션들의 연주를 관람하는 따따 쟌과 아리.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이 어찌나 귀여워 하시는지 몰라.

따따 쟌! 하고 부르며 함께 놀고, 똥똥 달랏!하고 불러대는 아리의 모습에 모두들 웃음꽃이 함박 같단다.

네가 새벽녘에 일어나서 할머니와 놀고, 네 시중을 드느라 할머니가 잠을 많이 못 잔다고 따따 쟌이 새벽 6시부터는 너랑 놀아주기도 했지.

잠을 자라고 하는 그 시간에 할머닌 겨우 책을 읽을 수 있단다. 그래도 집을 떠나오니까 이런 시간도 생기지 집에 있으면 꼼짝도 못하잖아. 그래서 늘 시간에 쫒기고 일이 밀리고… 그래도 할머닌 좋아. 너만 건강하게 잘 자란다면.

이제 곧 네가 크면 할머니 입장도 챙겨줄 테니까. 그렇지?^*^

 

 

 

 

똥똥 달랏이 할머니를 위해서 만들어주신 카푸치노.

햇살이 너무 좋은 뒷 정원에서 아리랑 할머니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똥똥 달랏은 언제나 할머니를 위해서 각종 커피며 와인을 선보인다.

평소에 에스프레소를 즐겨 드시는 할머니가 오늘 아침의 첫 커피로는

특별히 똥똥 달랏이 직접 내리셔서 만들어주시는 카푸치노를 주문하셨다.

  

 

 

 

 

 

우리 식구들은 떠날 땐 항상 아쉬워서 깊게 포옹하곤 하지. 아리 너도

따따 쟌이랑 똥똥 달랏이랑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하면서 바이바이를 했지. 차가 달리자마자 금방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을 부르는 거야. 다음에 또 오자고 너를 달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