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88-한국말이 어려워!

천마리학 2009. 10. 6. 06:10

     할머니랑 아리랑 488

 

 

*9월 3일 목-한국말이 어려워!

 

 

 

할머니가 요즘 한국말 가르치느라고 현관을 나설 때마다 “다녀 오세요” "다녀 오겠습니다“ ”다녀 왔습니다“ 를 연습시키는데 한국말이 어려운 모양이다. 영어나 불어는 쉽게 하면서 한국말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 ‘고맙습니다’하는 말도 입에 익게 하려고 늘 가르치고, 침대 위에서도 계속된다. 자다가 밀크를 줄 때도 받으면서 ‘고맙습니다 할머니’ 하게하고 다 먹은 후에 빈 버틀을 할머니에게 돌려줄 때도 ‘고맙습니다 할머니’하고 말하게 한다.

잘 하려고 하지 않다가 요즘 겨우 하는데 발음이 시원찮다.

고압다(고맙습니다), 다녀염다(다녀오겠습니다), 다암슴다(다녀왔습니다)…

또 대답하는 것도 언제나 ‘야!’ 혹은 ‘예스’다. 그것을 ‘녜'로 바꾸는데 어렵다. 여러 번 반복해서 시키면 조그만 소리로 ‘녜'- 다시 크게, 그제서야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녜' 한다.

찌르릉 찌르릉 하는 자전거 노래도 찌르릉이 어렵다. 크랭크랭 하고 영어식 표현을 더 잘 한다.

‘비켜나세요’를 비키나세요‘ 하고,

‘큰일납니다’를 ‘크읍납다’ 한다.

 

 

 

 

 

웃바인의 경마장.

말 좋아하는 아리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려워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르치기 위해서 할머니는 늘 노력한단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지는 것을 아주 잘 하는 일이란다. 우리 아리는 모국어가 불어, 영어, 그리고 한국어인 셈이지.

할머니 친구 미스타 리 아저씨 있잖아, 그 아저씨 딸이 영화감독인데, 언젠가 한국에 갈 때 공항에서 수속 밟는 중에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한국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못해요? 하고 묻는 공항직원의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너무 부끄러웠다는구나. 그래서 자기 딸에게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 아기도 너와 나이가 비슷해.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외국에서 산다고 해도 잘 한 일이 아니라고 할머니도 생각해. 물론 외국에서 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긴 하지만 한국말을 배우도록 노력을 해야지.

엄마가 한국사람이니까 넌 분명 한국사람이야. 한국말을 잘 해야지.

또 아빠가 스위스 사람이니까 넌 분명 스위스 사람이기도 해. 그러니까 스위스 말인 불어도 잘 해야지.

또 넌 캐나다에서 태어났으니까 캐나다사람이기도 해. 그러니까 영어도 잘 해야 되는데 이곳이 영어를 쓰는 나라니까 영어는 저절로 배우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한국어와 불어는 일부러라도 배워야 하는 거야.

그래서 할머니는 한국어 담당. 아빠는 불어담당이잖아.

엄마? 엄마는 무슨 담당이냐구? 엄마는 총괄이지. 바쁘니까 그리고 엄마는 한국어도 불어도 영어도 다 잘 하니까. 아빠가 불어와 영어를 잘 하듯이.

아리야, 너무 어려워하지 말아라. 곧 잘 하게 될 거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