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87-사흘 째 배 아우이!

천마리학 2009. 10. 4. 02:19

 

     할머니랑 아리랑 487

 

 

*9월 2일 수-사흘 째 배 아우이!

 

 

 

왠일일까?

아리가 사흘 째 배가 아우이~ 하면서 시들시들 보챈다. 지난 그저께 토요일에 엄마아빠랑 함께 아리의 언더웨어를 사려고 나갔다가 오랜만에 하이파크를 돌아봤는데 그때 감기기운이 스민 것 같아.

어제 밤에도 다섯 번이나 깨어나서 밀크 달라고도 했고 또 잠을 이루지 못해서 몸을 엄청 뒤척였지. 우리 아린 단 일 초도 가만이 있지 않고 엎치락뒤치락. 할머니에겐 끊임없이 쎄쎄쎄 해달라고 하고.

“우리 아리 배 아우이 하지 마라 쎄쎄쎄, 할머니 손이 약손 쎄쎄쎄, 할머니 손자 우리 아리 쎄쎄쎄, 도깨비도 안 된다 쎄쎄쎄, 모스키토도 안 된다 쎄쎄쎄, 우리 아리 이쁜 아리 쎄쎄쎄…“

밤새도록 이어지는 할머니 자장가를 들으며, 자다 깨다 하면서도 할머니의 노래를 들으면 편안해 하는 우리 아리.

오늘 아침엔 그래도 자진해서 프리스쿨에 가자고 해서 일찍 나섰지.

먹는 것이 시원찮으니까 기운이 없고, 또 가끔 배가 아프다고 아우이~ 하고.

어떤 땐 먹는 것이 시원찮아서 배가 고픈 것과 아픈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더 비치스의 공원에 가면 이런 아저씨 꼭 있다.

언제나 아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아리는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하다.

 

 

 

 

오늘 아침엔 약간 이른시간인 6시 경에 눈을 떠서 할머니랑 침대 위에서 시나브로 보채며 놀면서… 아빠가 출근할 때 마지못해

“다세요~(다녀오세요)” 인사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프리스쿨에 가겠다고 해서 ‘옷도 입고 밥도 먹고 신도 신고…’ 해야 한다면서 얼르고 구슬렀지.

어제 저녁엔 잘 먹던 생선 습을 안 먹고 씨리얼을 먹는 거야. 그렇게라도 먹으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장난쳐가며 먹도록 계속 유도했지.

“와우, 네 개, 아리가 먹을 수 있을까?”

그러면 끄덕끄덕, 받아먹는 아리.

“와우, 이번엔 다섯 개, 입이 더 커야하는데?”

하면 입을 더 크게 벌리고 덥석 받아먹고,

“요번엔 퍼플, 어때?”

보라색만 쥐고 보여주면 끄덕끄덕 받아먹고, 보라색을 다 먹고나면,

“이번엔 핑크!”

그렇게 동그란 색색 씨리얼을 한꺼번에 4 개씩 5개씩 쥐고 먹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동그라미 시리얼이 다 떨어지면 잡곡 씨리얼을 모아 쥐고 먹이고는 아리 귀 언저리 뺨에 할머니 귀를 대고 “와, 아삭아삭, 아리가 먹는 소리 들려주세요오”

하면 아삭아삭 힘 있게 씹는다.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엔 마른 씨리얼을 제법 먹었다. 두 봉지나 먹었으니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아리,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아저씨가 아리를 위해서 연주해주기도 한다.

유일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꼬마관객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다.

그것이 고마워서 아리는 때때로 아빠에게 받은 동전을 아저씨의 키타 케이스에 놓아주기도 한다.

 

 

 

 

할머니랑 마미랑 함께 집을 나서서 데이케어로 가는데, 라바 앞 사거리에서 할머니가 바이바이 했다. 그 동안은 할머니 혼자서 데이케어에 보내던 것을 엄마가 호주에서 온 후, 월요일부터 엄마랑 셋이서 갔더니 아리는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가자고 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라바 앞에서 바이바이 했다. 엄마랑 둘이서 가라고. 할머닌 아침운동인 시내 산책을 하려고. 그랬더니 큰소리로 할머니이~를 부르며 엄마에게 억지로 안겨 가는 아리. 지나가던 사람들도 보고 웃었다. 신호등을 건너서 할머니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내저으며 우는 아리. 그런 아리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도 마음이 짜안했단다.

아리야, 괜찮아. 이젠 엄마랑 함께 가. 할머니 오늘도 걷기운동 하고 올게.

알았지? 이따 저녁때 만나자.

할머니가 오늘은 맛있는 피시 요리 해놓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