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86-9월 1일 화-생선 습 잘 먹는 아리

천마리학 2009. 9. 30. 10:11

 

     할머니랑 아리랑 486

 

*9월 1일 화-생선 습 잘 먹는 아리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해물탕. 왠일인지 엄마가 계속 해물탕 노래를 하는구나. 레시피를 할머니 메일로 보내오고, 링크도 해놓고, 시장 볼 돈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아마 엄마가 호주에서 오래 있다 오니까 한국음식이 그리운가 봐.

그래서 할머니가 오후에 다시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 갔단다. 생선가게에서 해물탕 꺼리 생선들을 많이 샀지. 조개, 생태, 게, 쭈꾸미 그리고 홍어, 아리 목으로 따로 흰 살 생선도 사고, 지난번 할머니가 중국인 친구 피터의 권유로 샀던 살몬 대가리에 뼈대도 사고, 갑오징어도 샀지. 그랬더니 110 불 어치. 엄마가 놓고 간 70불을 넘어버렸지 뭐야. 그래도 할머니가 직접 사서 하니까 해물요리를 다섯 번 이상 먹을 수 있는 재료란다. 레스토랑에 가면 단 한번에 끝나지.

액수가 많아선지 가게에서 일하는 한국인 아줌마가 10불 어치에 가까운 홍합을 그냥 써비스로 주면서 할머니더러 친구합시다 우리! 하면서 명함까지 내어주더구나. 할머니가 마음에 든다면서 말야. 그 가게 주인이 언니래.

그 아줌마는 할머니 배낭의 지퍼에 조그맣게 매달고 있는 태극기를 보고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대.

 

 

 

 

 

 

저녁엔 맛있는 해물탕을 만들면서 우리 아리 목으로는 따로 여러 가지 생선을 함께 넣고 달인 국물을 준비했지. 어제부터 아리 네가 음식을 잘 먹지 않고 배가 아우이 하다고 보채잖어.

엄마랑 함께 데이케어에서 돌아온 네가 그 국물과 생선살, 쭈꾸미를 아주 잘 먹었어.

아, 요즘 우리 아리가 잘 하는 거 있지. 데이케어에서 돌아오면 손 씻는 것.

“아리 밖에서 돌아왔으니까 손 씻고 얼굴도 씻어야지. 크로커 다일처럼”

하고 할머니가 말하면 아직도 하기 싫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머뭇머뭇, 때로는 마지못해서 하지.

슈즈 벗고, 양말을 스스로 벗고, 벗다가 잘 안되면 안 나와~ 하고 짜증내고, 그러면 할머니가 천천히, 천천히 다시 하면 무엇이든 된단다 아리야, 하면 다시 계속해서 벗고, 슈즈를 신발장에 갖다 놓고, 양말은 세탁물 바구니에 던져 넣고, 자 이번엔 손 씻어야지 하면 화장실로 가는데, 뒤에 대고 얼굴도 씻어라, 멋지게 하고 나와. 그리고 발도 씻고, 발 더티, … 엄마야, 아리 봐라, 손도 씻고 세수도 하고, 발도 씻는다. 아리는 아주 잘 한단다 하고, 엄마가 정말요? 아리가 그렇게 잘 해요? 그러면 손도 세수도 한 아리가 물을 흘리면서 화장실에서 나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할머니! 마미! 하고 씻은 모습을 보인다.

봐라, 엄마야, 아리 잘 하지?

와, 우리 아리 정말 잘 하는구나아, 하고 뽀뽀하는 엄마.

날마다, 수시로 이어지는 쇼다^*^

 

 

 

 

 

 

 

오늘 저녁은 할머니가 따로 마련한 생선 국물을 연거푸 떠먹다가 아예 볼 채 들고 마시니까 엄마가 좋아서 소리치더구나.

“할머니, 아리가 생선 습을 마셔요”

하고. 또 막 퇴근해온 아빠에게 네가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 삼아 말하는 거였어.

“아빠 아빠, 아리 쁠레 잇”

그랬더니 아빠도 오, 그랬어. 굿쟙! 하며 안아주었지.

거봐, 아리야. 네가 잘 먹으면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모두모두 행복하단다.

잘 먹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