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에필로그
명자는 어머니의 사랑과 죽음에 대한 긴 이야기를 마치며 마주앉은 딸 은주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 그런데 명혜이모는 없잖아?”
“명혜는 어머니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서 하늘나라로 가 버렸단다.”
“왜? 젖을 먹질 못해서 그랬나? 우유가 있었을 텐데....”
은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명자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 때는 우유배급이 있었다는데.... 어머니가 없으니까 누가 잘 보살펴 주니? 진안으로 이사 가서 그날 밤에 죽고 말았단다.”
“이사 갔어?”
“그래. 어머니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진안으로 이동되었단다. 어머니를 줄포에 혼자 두고 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하늘이 알았는지 그 날은 하루종일 비가 왔었단다.”
“엄마가 아홉 살였다면서 알고 있네.”
“그럼... 명혜를 안고 진안으로 가면서 고모가 말을 하였거든 이 비는 늬 어머이 눈물여, 라고.”
“피.... 죽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나 뭐?”
“그래.... 죽으면 그만인데....”
그 때 옆에 있던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은주가 재빨리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고 말을 하였다.
“은준데요? 네. 안녕하셨어요? 엄마 바꿔 드릴게요.”
“누구?”
“작은외삼촌.”
“오빠? 전화를 다 하고.... 무슨 일 있수?”
“이번 토요일에 오수 갔다 올려고 그런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합장을 해야겠어서 말야.”
“합장? 참 잘 생각했네.... 두 분은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잖우.”
“그렇게 알고 명선이에게도 전화해 줘라. 갔다 와서 또 전화하마.”
“알았어.”
수화기를 놓으며 명자는 그리움이 가득 찬 얼굴이 되었다.
“엄마? 합장이 뭐야?”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곳에 함께 묻는다는 거란다. 이제야 두 분이 만나게 되었구나.”
“오수 외할아버지 산소에 함께 묻는거구나.”
“그래. 언제 우리도 가 보자.”
“아버지보고 같이 가자고 졸라야지.”
“은주가 환히 웃으며 명자의 목을 껴안아 주었다.
“엄마, 아까 붙인 접시 잘 붙었는지 가져와 볼게.”
“놔 둬라. 엄마가 가져 올거야. 또 깨면 어떡하니?”
명자는 목에 감긴 은주의 손을 풀며 접시를 가지고 왔다.
“은주야. 너 엄마 앞에 앉아 봐.”
“네.”
명자의 목소리로 심각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느낀 은주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건 내 어머니의 하나뿐인 접시여서 네가 결혼할 때 주려고 그랬단다.”
“....”
“지금 네게 줄 거야. 잘 보관하렴.”
“지금?”
은주는 건네준 접시를 소중하게 가슴으로 껴안으며 명자를 바라보았다.

지바 후꾸고, 나의 어머니
지바 후꾸고
나의 어머니
사남매의 정
죽음으로 갈라 놓고
이제는 가보지 못 할 고향 센다이 시
눈부신 오월
서른다섯 해
지아비의 사랑
관 속에 못 박은 채
홀홀히 떠났던 님
당신 가신 후
저녁 노을 물드는 바다
아버지 등의자에 앉아
당신을 향한 그리움
뒷모습에서 배어나와
마당을 적시었던 곳
전라도 줄포
당신께서 누우신 곳
서해 물결도 높아
하늘따라 가 보면
당신의 고향
사무라이 집안의 지바 가족이여
나의 어머니,
지바 후꾸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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