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지바후꾸꼬 나의 어머니

21회-제 8 부 사탕 두 개(1)

천마리학 2009. 8. 25. 04:06

 

 

  21회

제 8 부 사탕 두 개(1)

 

 

 새 봄이 되어 명자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기다란 손수건을 달고 명자는 후꾸고의 손에 이끌려 운동장에 두 줄로 서 있는 윤선생의 반에 키대로 서 있었다.

 “사모님 아니세요? 따님이 우리 반이군요.”

 “예, 잘 부탁드려요. 아무것도 몰라요.”

 “다 그렇죠.”

 윤 선생은 명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호루라기를 불며 비툴빼툴한 일학년 아이들의 줄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자, 모두 여길 봐요. 주목.”

 아이들은 주목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들의 조그만 주먹을 앞뒤로 돌려보고 있었다.

 그걸 본 윤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주먹이 아니라 주목이에요. 선생님을 보라는 말입니다. 자 어서 선생님을 봐요. 여러분.”

 학부형들 틈으로 들어가 명선이의 손을 잡고 서 있던 후꾸고가 빙그레 웃었다.

 명자는 줄에 서 있으면서도 눈을 후꾸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서.”

 후꾸고가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그제야 앞을 보고 서 있었다. 줄이 대충 맞춰지고 선생님의 구령에도 서로 장난만 하는 생들을 보고 동혁은 빙그레 웃으며 간단히 말을 끝내었다.

 “우리 아버지다.”

 명자는 옆에 서 있는 아이에게 말을 하였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모두 호루라기에 맞춰 교실로 들어가고 학부형들도 뒤따라 들어갔다. 키 순에 맞춰서 번호를 다시 정하고 자리도 정하여졌다.

 명자는 중간에 자리가 정해지자 생끗 웃으며 둘씩 짝지어 자리로 가는데 자기 짝의 손을 잡고 가서 앉았다.

 모두 자리가 정해지고 앉자 윤 선생이 둘러보고는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얼굴을 익히고 있었다.

 윤 선생이 내일 다시 만나요 하며 아이들을 학부형과 함께 돌려보냈다.


 

 

 

 

 

 

 명자의 입학식도 끝나고 정읍 충렬사에 벚꽃이 만개하였을 때 토요일 오후에 동혁과 가족들은 나들이 하였다. 명수와 명호는 앞장서서 걸어가고 동혁과 후꾸고의 손을 잡은 명자와 명선이는 헤헤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충렬사에는 하얀 벚꽃이 눈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를 명자와 명선이는 서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보며 뛰며 웃었다.

 “천사네요.”

 “벌써.... 우리가 걸었던 서림공원에서는 조카들이 따 준 버찌를 먹었는데 이제는 우리 명수와 명호가 따 준 버찌를 먹게 되었구려.”

 동혁은 감회가 깊은 목소리로 나란히 앉은 후꾸고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요. 어느 새 나이가 서른을 넘었는걸요.”

 그 말을 하고 후꾸고의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명수와 명호는 산꼭대기까지 달려갔다 오고는 가쁜 숨을 내쉬며 곁에 앉았다.

 “어머니, 산 위에서 보니까 저쪽에도 벚꽃이 많이 피었던데요?”

 “어디?”

 명호가 손을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농고 앞에도 흰 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렇구나. 많이 피었네.”

 가족들은 의자에 앉아 모두 농고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길을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눈 속을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 외식할까?”

 “외식이 뭔데요?”

 명자가 동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란다.”

 “그럼 난 짜장면 먹을래요.”

 명수가 얼른 대답했다.

 “그래.”

 “아버지, 나 배고파요.”

 명호가 동혁의 손을 끌며 말을 하자 모두들 웃으며 충렬사를 걸어 나왔다.

 그 시절의 중국집은 정말 중국사람이 경영하고 있었다. 읍내에서 소문난 집이었는데 중국아주머니의 발은 이상스럽게도 작았고 키도 무척 작았다. 그들은 동혁네 가족들을 이층 방으로 안내하였다.

 동혁과 커서는 처음 있는 외식이어서 아이들은 그의 주문대로 음식을 먹을 수밖에는 없었는데 자장면과 탕수육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후에 아이들이 장성해서도 동혁과 가족들은 중국집에 가면 주로 시킨 음식이었으니까.

 

 정읍농고 사이로 걸어가면 궁터가 나오고 거기에서 더 올라가면 광덕사라는 작은 암자가 나오는데 그곳에 딸기밭이 있었다.

 동혁은 과일을 좋아하여서 직접 딸기밭으로 가족들과 함께 가서 사 주었다. 명자는 그 길을 걸어가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궁터에서 활을 당기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며 혹시나 저 화살이 자기에게 오지 않을까 조바심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갔다.

 그곳에는 작은 시내가 흐르고 명수와 명호는 미꾸라지를 잡겠다고 들어갔다.

 딸기밭에서 그 향기로움은 가난했던 시절에 동혁과 후꾸고와 가족들의 추억으로 남았다.


 

 

 

 

 

 

 명자는 어느 날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에 동네 친구와 걸레를 빨러 시냇가로 대야를 허리에 끼고 걸어가 빨래를 마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허리가 아무래도 아파 옷을 들춰보니 물집이 허리를 빙 둘러가며 잡혀 있었다.

 집 마당으로 달려오며 명자는 후꾸고를 소리쳐 불렀고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던 그녀는 당황하여 달려 나왔다.

 “나 여기 아파.”

 명자가 옷을 들추며 말을 하자 후꾸고는 허리를 빙 둘러가며 잡힌 물집을 보고 얼른 손을 잡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많이 아팠냐?”

 “조금. 그런데 어머니 고소한 냄새가 나는데?”

 “그래. 아버지가 좋아하는 새우튀김을 만들고 있었단다.”

 “야! 맛 있겠다.”

 언제 아팠냐는 얼굴로 말하는 명자의 손을 잡고 후꾸고는 어스름이 깃든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동혁과 좋아하는 새우튀김을 한 접시 따로 담고 후꾸고는 큰 접시 가득히 튀김을 얹어주었고 네 아이들을 저녁식사를 하며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는 왜 밥 안 먹어요?”

 명호가 후꾸고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오심 먹으려고 그래. 어서 먹어라.”

 대답을 하며 후꾸고는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나갔다.

 네 아이가 잠들고 밤이 이슥하도록 동혁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명자는 부엉이 울음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어머니. 밤마다 우는 새 이름이 뭐야?”

 “응. 명자가 또 깨었네. 부엉이란다.”

 전주로 가는 길목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밤마다 부엉이는 그 나뭇가지에 앉아 울고 있었다.

 후꾸고는 매일 밤 부엉이 울음소리에 같이 울지 않았을까? 그녀의 오까상을 그리며 가족들을 그리며 울었을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학교 가려면 어서 자야지.”

 “예.”

 명자가 다시 잠들 때까지 동혁은 돌아오지 않았고 후꾸고는 몸을 긁으며 명선이 곁에 조용히 누웠다.


 어느 날 다섯 살 난 명선이가 단수숫대를 꺾다 그만 엄지손가락을 깊이 베어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특별한 간식이 없었을 그 때에 단수수는 우리에게 단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옥수수대보다 약간 가늘었는데 그 단수숫대의 껍질을 벗겨 입안에 한 입 물고 씹으면 달착지근한 단물이 빠져 나와 우리들의 입안을 감미롭게 해 주었다.

 당황한 후꾸고는 명자에게 어서 쑥을 뜯어오라고 말했다. 한쪽 담이 언덕배기인 그곳에는 어느 새 쇤 쑥이 크게 자라나 있었는데 명자는 달음박질쳐 한 움큼 쑥을 뜯어 가지고 왔다.

 “단수수가 먹고 싶으면 어머니에게 말하면 껍질 벗겨서 줄 텐데....”

 “아파. 아파. 엉엉....”

 명선이가 아파서 소리 내어 울고 있었고 후꾸고는 엄지손가락을 꼭 잡고 있다가 쑥을 얼른 찧어 손가락을 싸매주었다.

 명선이의 그 상처는 지금도 남아 돌아가신 엄마 후꾸고와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사모님들이 많이 사택에 놀러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려놓고 점심을 먹었다.

 사모님들이 집으로 다 돌아가기도 전에 명자는 상에 가서 이것저것을 먹었다.

 후꾸고는 명자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다 돌아간 다음에 종아리를 몇 대 때렸는데 손넘이 가기 전에 그런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나도 먹고 싶었단 말야.”

 “그래도 기다려야 돼.”

 “알았어요.”

 명자는 종아리를 매만지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정말 먹고 싶었는걸.”


 여름 밤에 우리들은 모깃불을 피웠지만 그 시대에 무파끼라는 모기 약이 있었다. 그것은 유리병에 액체의 모기 약이 담겨져 있고 병 위에 입술을 대고 부는 대롱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명선아. 푸마끼약 한 병만 사오너라.”

 후꾸고는 다섯 살 난 명선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명자와 함께 약을 사 가지고 골목길로 들어왔다.

 후마끼 약을 불어도 모기는 억세게 들어와 아이들의 얼굴과 손등을 물었다.

 그날 밤은 강냉이를 쪄 먹으며 하늘의 별들을 보며 후꾸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후꾸고의 어린 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네 아이는 어느새 곤히 잠들고 했는데 그녀는 잠든 네 아이를 깨워 방으로 들여보냈다.

 방문에 창호지를 반쯤 벗겨내고 새로 발린 모기장 사이로 여름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밤이었다.

 후꾸고는 혼자 마당으로 나와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별들에게 취해 있을 때 열한 시 반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야 동혁의 황성옛터는 들려왔다. 후꾸고는 대문을 열고 걸어오는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당신이에요?”

 “미안하오. 아직도 자지 않았소?”

 “아뇨. 어서 들어가요.”

 동혁은 대문을 잠그는 후꾸고의 어깨 위에 팔을 두르고 돌려 꼬옥 안아주며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새 가을이 오고 마당에 보랏빛의 국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후꾸고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 중에는 향기 가득한 국화전도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후꾸고는 몸이 아픈지 명자에게 저녁설거지를 시켰다.

 그 사택부엌은 너무 커서 낮이면 몰라도 겁이 많은 명자는 죽으면 죽었지 설거지는 못하겠다고 버텼다.

 후꾸고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 명자를 끌고 대청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작은 뚜껑이 있었는데 명자는 그 속으로 집어넣어지고 말았다.

 대청 아래 바닥에 앉아 있던 명자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을 볼 수 있었다. 무서움과 두려움에 질린 명자는 두 손을 들어 밀쳐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꾸고는 뚜껑 위에 다듬이 돌을 얹어놓았던 것이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명자는 커서 제인 에어를 읽었는데 제인 에어가 방에 감금되었을 때 그 심정은 아마 자신이 아홉 살 때 겪은 그날 밤의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후꾸고의 발자국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오더니 명자의 머리 위에서 멈추었다.

 “앞으로 말 잘 들을 거야? 안 들을 거야?”

 “잘 들을게요.”

 “약속했어.”

 “예.”

 후꾸고는 그제야 다듬이 돌을 옮겼고 뚜껑을 열어 명자의 손을 잡아 꺼내 주었다.

 명자는 그녀에게 이끌려 부엌으로 들어가 머리에 엉킨 거미줄과 더렵혀진 몸을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명자는 잠이 든 명선이 곁으로 가 누우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후꾸고의 불을 끄는 소리에 이어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에야 명자는 울 수 있었다.

 

 

 

 

 

 


 동혁이가 교장실에서 나와 운동장에 서서 바라보았다. 아직 집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땅뺏기놀이도 하고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교사 뒤로는 산이었는데 단풍이 물들었고 동혁의 발길은 어느새 상수리 나무 사이를 걸어가고 있었다. 상수리 나무 가지에서 열매가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다람쥐는 상수리나무 열매를 입안 가득히 넣어가지고 재빨리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을 보며 동혁은 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교장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권 교감이 동혁의 등 뒤에서 말을 하였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오늘 문교부에서 이규택 장학사가 온다고 했잖습니까. 지금 교장실에 계십니다.”

 “갑시다. 누가 역에 갔나요?”

 “접니다.”

 동혁과 권 교감은 발길을 돌려 교장실로 향하였다.

 교장실에서 동혁의 명패를 본 이 장학사는 사범학교 이년 선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들어서자 이 장학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교장선생님이시죠? 절 모르시겠습니까?”

 “알고 있다네. 자넨 이년 후배였지. 럭비는 안 했지만 그 때에는 워낙 일본인들이 판치는 세상이어서 우리들은 한 반에 겨우 다섯 명 정도였지.”

 “이렇게 선배님을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자 앉게나. 서울에서 문교부장학사가 올 정도라면 나에 대한 투서가 거기까지 간 모양이군.”

 동혁이가 먼저 자리에 앉자 이 장학사도 자리에 앉았고 권 교감은 이내 교무실로 갔다.

 “예, 무슨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아닐세. 그 시절에 일본유학 간 사람치고 친일파가 아닌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그리고 내 아내는 일본인이야. 같은 소학교에서 근무했었지."

 “아.... 예.”

 “난 그러나 친일한 사실은 없어. 그 암울한 시대에 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밖에 한 일이 없으니까.... 내가 아니라고 해도 투서한 사람의 눈에는 난 영락없는 친일파겠지.”

 동혁은 담배를 피워 물고 이 장학사에게도 권하였고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창가로 스며오는 어둠 속에서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선배님. 나가십시다. 제가 오늘은 한 잔 사겠습니다.”

 “자네가? 여기 와서 친일파에게 당했다는 투서가 들어가지 않겠나? 그 사람은 분명 내 가까이에 있을 텐데 말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교육계에서도 이러니 장차 이 나라가 어떻게 될는지 원....”

 “지금 권력의 핵심에는 수많은 친일파가 있잖는가? 아마 이 대통령도 골치 깨나 아플 걸세. 한나라의 장관들을 무식한 사람 앉힐 수도 없고 배운 사람 앉칠려니 거개가 친일파고....”

 동혁과 이 장학사의 동정을 살피던 권 교감은 두 사람이 교장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자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다 모여 있습니다. 어딜 가십니까?”

 “퇴근하라고 그러세요. 우린 한 잔 하러 갈랍니다.”

 동혁이가 말하며 이 장학사의 등을 두드리며 가려 하자 그가 말했다.

 “선배님. 이왕에 모였다니까 한 마디 할랍니다.”

 “그래? 그러지 뭐.”

 동혁과 두 사람은 함께 교무실로 들어섰고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세요. 문교부에서 나온 이규택 장학삽니다.”

 동혁이 소개를 하자 곁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규택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와보니 김 교장선생님은 제 이년 선배시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드릴 말씀은 선배님을 도와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내가 아는 선배님은 훌륭한 교육자라고 믿어요. 또 그렇게 우린 가르침을 받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장학사가 둘러서 있는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하며 교무실을 돌았다.

 “전 이만 물러갑니다. 권 교감선생님. 선배님을 잘 부탁 드립니다.”

 “염려 마십시오. 이 장학사님.”

 권 교감은 동혁과 함께 나가는 이 장학사에게 대답했다. 모두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자리에 앉았다.

 창 밖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좇는 최 선생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선생들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