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지바후꾸꼬 나의 어머니

18회-제 6부 현해탄을 바라보며(2)

천마리학 2009. 8. 15. 17:34

 

   18회 제 6부 현해탄을 바라보며(2)

 

저 멀리서 우체부아저씨가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남애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빨래를 하고 오던 동수처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저씨, 아무도 안 계신디요. 나 주실라요?”

 “그러지라.”

 편지를 건네받아 할아버지 앞으로 온 것을 보고 우선 마루에 놓았다. 대야에서 빨래를 꺼내어 툭툭 털어 빨랫줄에 걸고는 긴 바지랑대로 중심을 잡아 세웠다.

 방에서 나오던 할머니가 편지를 보더니 집어들며 동수처에게 물었다.

 “이 편지 워디서 왔냐?”

 “글씨요이. 뒤에는 누가 보낸 것도 없구만요이.”

 “제대로 온 건 맞능겨?”

 “예, 아버님 앞으로 왔구만요이.”

 이때 대문을 밀치며 들어오는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오셨서라우.”

 “그려. 임자 손에 편진 뭐여?”

 “보시기라우.”

 할머니가 편지를 할아버지에게 건네주고 그 뒤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편지를 뜯으니 깨알 같은 글씨여서 할아버지는 한두 줄을 읽다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영준아범 있으믄 건네와서 읽으라고 혀.”

 “아범아, 건너오니라.”

 할머니가 큰 소리로 말하자 얼굴을 찌푸리며 할아버지가 아랫목에 앉았다.

 “가서 부르지 않고....”

 방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어머님.”

 “여그 편지가 왔는디 어서 읽어보드라고. 글씨가 깨알 같구만이.”

 “예.”

 건네 받아서 동수가 읽기 시작했다.

 “댁에 둘째 며느리가 쪽발이라면서요? 시장에서 물벼락을 맞았다고 합니다. 이젠 이 조선 우리 땅에서 살 이유가 없는 것 아닙니까? 둘째 아들은 유능한 인재라고들 합니다만.... 그 아내가 떠나지 않는 한 출세는 생각도 말아야....”

 동수가 더 이상 소리 내어 읽지 않고 눈으로 읽다가 그대로 구겨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곰방대에 불을 붙여서 뻑뻑 빨며 울분을 삭이는 할아버지를 보고 할머니는 그만 누워버렸다.

 “다 그년 때문여. 어떤 놈이 둘째를 모함허능구만이. 참말로 내 명대로 살긴 틀린 것이제.”

 “시끄러.”

 “며늘아기를 감싸더니만....”

 “고만두라니께.”

 할아버지의 역정에 다소 물러나며 할머니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다가 참지 못하겠는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영감은 담배만 피우면 된당가이. 이 일을 가만 놔둘 작정이구만이. 그년이 가지 않으면 또 편지질을 헐 것이 분명헌디.”

 “주소도 없으니께 두고 봐야지. 아범한테는 아무 말 말고.”

 “쫓아내야제이. 둘째가 기도 못 피고 사는 꼴 나는 못 보니께요이. 나가 나서서라도 쫓아낼라요.”

 두루마기를 입는 할머니의 손목을 잡고 할아버지가 억지로 앉히자 그대로 울어버렸다.

 “우리는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 먹자니께. 지덜이 좋아서 저질른 일이니께.”

 “....”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할머니는 눈물을 감추고 있었다.

 

 

 

 

 


 정월 대보름이어서 고모가 친정나들이로 남애기 집 대문을 들어오고 있었다.

 오곡밥에 나물에 상을 차려와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하는 고모 앞에 동수처가 내려놓았다.

 “드셔보세요이.”

 “그려. 맛나게 보이는구만이.”

 동수처가 나가자 두 사람은 다시 끊겨졌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께. 오라버니가 쌀도 보내고 오라그려서 떡국도 같이 먹었단 말이요? 지금.”

 “그랬당께.”

 “참 오라버니도 속도 좋다니께요이. 이러다간 생병이 생기것구마능.”

 “왜요?”

 “그 말을 들으니께 밥맛이 다 달아나요이.”

 “....”

 “내가 생각해 봤는디요이. 우리가 일을 저질르는 수밖에....”

 “워떻게 그런다요.”

 고모가 할머니에게 귓속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는다.

 동네아이들은 하얀 눈 위에서 연을 날리며 연 끊어먹기 시합을 하며 달리고 있었다. 영준이의 끊긴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가자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이 울상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돌이의 연만이 남아서 커다란 하늘을 혼자서 차지하며 신나게 올라고 있었다.

 “이제 고만 끊어주어라.”

 언제 왔는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왜요? 할아버지.”

 영준이가 할아버지에게 묻자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서 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연은 이맘때 날려주는 풍습이 있단다.”

 “왜요?”

 돌이가 연의 얼레를 늦췄다 당겨주었다 하며 물었다.

 “연을 날리면 한해 동안의 모든 나쁜 것들을 날려보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거란다.”

 “으응. 그럼 난 맨 처음 날려보냈는데 우리 집이 제일 좋겠네.”

 영준이의 조금 전까지 서운한 얼굴은 금세 환하게 밝아져서 웃고 있었다. 돌이는 얼레에 있는 실을 제 이빨로 끊고 있었다.

 연을 다 날려보낸 동네아이들과 할아버지는 논둑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뒷동산에는 달맞이를 하느라 어른들도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달이 떠오를 때 달집이 태워지고 있었다. 동네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깡통으로 원을 돌리며 논둑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오메메. 저 밝은 것 좀 봐. 올해는 풍년이 들것네이.”

 “들어야제이. 아적도 곡식덜이 없어서 입에 겨우 풀칠을 허는디..... 그러고 또 보릿고개가 되믄 어쩔 거여?”

 “아믄 풍년이야제. 그 동안 우리가 얼메나 곯았던가 말이시.”

 “맞아. 맞아.”

 “인자는 모두 우리꺼니께 말여.”

 :살맛 나는 시상이여.“

 너도나도 달을 보며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두루마기를 입은 할머니와 고모가 남애기 집을 나서서 동구밖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나목 위에서는 한 마리의 까치가 울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이그러져 있었다.

 “성님, 그랑께 이런 편지가 언제 또 왔었단 말인가요이?”

 “그렇다니께. 누가 보냈는지 모르지만 말이시. 명수어멈을 고대로 두었다가는 둘째만 빙신되고 말거라니께. 워떤 아덜인디....”

 할머니는 기어이 눈물을 내비치고 말았다.

 “내가 폴쎄부터 보내뿌리자고 안 그랬소?”

 “고게 워디 내 맘대로 되는 일이간디.”

 동혁의 집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발걸음에 찬바람이 일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후꾸고가 일어나 한 쪽으로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서슬이 시퍼런 두 사람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명수가 엉금엉금 기어가서 후꾸고의 옷을 잡았다.

 “돌아가거라. 내가 오늘은 너한테 이렇게 빌려고 왔다. 제발 일본으로 돌아가거라.”

 후꾸고 앞에 앉으며 할머니가 두 손을 비는 모습을 했다.

 “전 갈 수 없어요, 어머님.”

 “성님, 그 편지를 내놔요. 보라고.”

 할머니가 두루마기 안쪽에서 구겨진 편지를 내던졌다.

 “거기에 뭐라고 쓰였는지 모르쟈? 이게 몇 번짼 줄도 모르고....”

 “뭔데요.”

 “늬 남편을 모함허는 편지여. 내 아덜이 뭐가 못나서 이런 모함을 받어얀단 말여? 이 고장에서 내 아들만큼 배운 사람 있으믄 나와 보라구혀.”

 할머니가 기어이 큰 울음을 터뜨리고 명수를 안은 후꾸고도 말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명수는 늬가 알아서 허고.... 너도 일본으로 가믄 좋잖여. 식구덜도 만나고.”

 “여그 기차표도 사 놨당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어여 짐을 싸.”

 고모는 기차표를 내보였다.

 후꾸고는 털썩 주저앉아 버렸고 명수를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나를 모진 시에미라고 혀도 좋아. 그게 다 내 자석을 살리는 길잉께.”

 명수를 업고 후꾸고는 작은 보따리 하나를 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체념과 절망의 빛이 역력했다.


 

 

 

 

 명수를 업은 후꾸고를 앞세우고 고모와 할머니가 역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역 앞에서 가게를 하던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고 있었다. 자기네들끼리 눈을 맞추며 알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지바선상 아닝가벼?”

 “맞어. 저 할머니는 시어머닌갑네.”

 “알것써. 내쫓능갑다이.”

 “행색이 그렇잖여. 쪽발인 것을 오수사람덜이 다 알잖능가. 우리 아들도 가르쳤는디....”

 “좋은 선상이었다는디 나라가 망허니께 시상인심도 달라지는갑다이. 시어머니가 내쫓고 말여. 이 추운 날에 말여.”

 “인정머리가 하나도 없는 독헌 할망구네. 새끼꺼정 낳았는디.... 김 선상님은 워디 있당가이. 마누라허고 두꺼비 같은 자석이 내쫓기는 줄도 모르고이....”

 모두들 눈발이 세어지자 흩어져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혀를 차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기차에 오르는 후꾸고의 어깨 위에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윽고 기적을 울리며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후꾸고는 자리가 없어 서서 난간을 붙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함박눈 사이로 기차가 사라지고 텅 빈 오수역사에는 희미한 불빛만 철로를 밝히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동혁은 여느때 같으면 저녁준비를 하다가 맞이할 후꾸고가 보이질 않자 방문을 열고 후다닥 뛰어들어 갔다.

 방안에는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너렬 있었고 명수도 후꾸고도 보이질 않았다.

 그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벽만 응시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기차는 여전히 눈 속을 달리고 자리에 앉은 후꾸고는 칭얼대는 명수에게 젖을 물렸다. 어둠 속에서 간간이 비취는 시골역사의 불빛에 후꾸고의 뺨을 적시는 눈물을 볼 수 있었다.


 남애기 집 대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랑채에서 동생이 나오며 물었다.

 “누구요?”

 “나다.”

 “형님이 이 밤중에 웬일이당가요?”

 그가 문을 열며 말했다.

 “혹시 늬 형수 여기 있냐?”

 “안 오셨는디요. 집에 안 계신다요?”

 밖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말소리에 할머니의 안색이 달라졌다.

 “시방 쟈가 무신 소리여? 여그서 명수어멈을 다 찾고?”

 “....”

 할아버지가 문을 열며 말했다.

 “집에 왔으면 들어오잖고 어여 들어와.”

 “예, 들어갑니다.”

 동혁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한쪽으로 물러섰다.

 “임자가 일을 저지른겨? 옥이에미가 와서 쌩허니 나가더니만....”

 “다 지 팔자랑께요. 내 아덜이 그런 모함을 받는디 워떻게 더 참는 당가요이.”

 “아버님, 집으로 편지가 왔습니까?”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하였다.

 “여러 번 왔당께.”

 고개를 푹 숙이며 동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안은 한동안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하였다. 동혁은 고개를 들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난 못 보냅니다. 가서 데리고 올랍니다.”

 “정신 차려 이놈아. 그려 너 갈쳐서 이런 꼴 보고 잡다더냐?”

 “명수도 있습니다. 어머님의 손잡니다.”

 “그려이. 난 무식쟁이 할망구라서 모른다지만 그 잘난 사랑인지 뭔지가 밥멕여 준다더냐? 개천에서 용 낫다고 온 오수바닥이 씨끌적쩍였는디 뭐여? 쪽발이년을 지집을 들어앉혀서 참 니꼴 좋다. 이 넋빠진 놈아.”

 할머니의 넋두리는 끝내 울부짖음으로 변했다. 동혁은 고개만 숙인 채 남애기 집을 나섰다.

 허름한 코트깃을 올리고 동혁은 오수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하얀 들판을 가로질러서 기적은 조용한 마을을 흔들어 깨우고 철로 위를 덜커덩거리며 그의 저린 가슴을 후비며 들어왔다.

 

 

 


 부산역에 도착한 후꾸고는 보따리를 옆에 놓고 의자 한 모퉁이에 앉았다. 명수가 울자 젖을 물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젖을 먹고 난 명수가 방실거리자 업고 부산역을 나와 지난 날에 묵었던 여관으로 발검음을 재촉하였다.

 명수가 깊이 잠들고 후꾸고는 주인여자와 이야기를 하였다.

 “손님, 밀항선을 타라카몬 돈이 억수로 들낀데예. 그만한 돈이 있능교?”

 “예, 그 사람과 만나게 해줘요. 그런데 이곳이 전엔 현해탄여관이었죠?”

 “맞심더. 잘 아네예.”

 이때 밖에서 “어데 계신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문을 열고 말하였다.

 “퍼뜩 들어오소. 와 이리 늦었능교?”

 “다른 손님이 있어서예. 이 아줌만교? 아이도 있꾸마.”

 주인여자에게 나가자는 눈짓을 하며 먼저 나가자 그녀도 나갔다.

 “잠깐만 기다리이소.”

 명수의 잠든 평화로운 얼굴에 뺨을 부비며 후꾸고는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주인여자가 들어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아까지 있서서.... 곤란한가 보데예.”

 후꾸고가 지갑을 열고 잡히는 대로 지폐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밖으로 나갔다.

 “내일 나랑같이 갑시더.”

 문을 열고 얼굴을 들어 후꾸고를 바라보며 웃었다.


 초췌한 동혁이가 부산부두 앞의 음식점에서 해장국을 먹으며 주인 여자에게 술을 시켰다.

 “대낮부터 무신 술잉교?”

 “부탁합니다.”

 서너 며으이 손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술을 가져오며 동혁 맞은편에 마주앉았다.

 “무신 일잉교?”

 “아주머니 밀항선 타는 곳 아시지요?”

 “어데 한두 곳이라지예. 배 탈라꼬예?”

 “아닙니다. 안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밀항선은예. 한밤중에 은밀히 해서예. 찾지도 몬하고 고생만 할꺼라예. 단념하이소마.”

 “그려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누굴 찾능교?”

 “안 사람과 아들이요.”

 “와예? 부인이 일본사람잉교?”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를 들이켜자 그녀는 안됐다는 얼굴로 말하였다.

 “그라모. 찾지 마소. 그렇게 가는 사람이 억수로 많아예.”

 “아닙니다. 갈 사람은 아닌데....”

 “갈 사람이 아니믄 여기까지 왔능교? 틀린기라예.”

 주인아주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배를 기다리던 후꾸고는 보따리를 손에 들고 명수를 업고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 배에 오르고 있었다.

 “이름이 뭐지예?”

 “김명수하고 저예요.”

 “명수라예? .... 그런 이름은 없어예. 몬 탑니더.”

 “다시 잘 찾아봐요. 어젯밤에 달성여관에서 돈을 건냈어요.”

 “아이고, 아지매가 속은 거라예. 우리 그 여관하곤 상대도 안 합니더.”

 “뭐라고요?”

 이 때 뒤에서 웅성거렸고 후꾸고는 사태를 알고 비켜섰다. 그들이 다 타고난 후 후꾸고는 태워 달라고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아저씨, 동경까지 가는 기차요금뿐인데 주소를 주시면 곧바로 보내드리겠어요.”

 “네도 장산데 우찌 돈도 안 받고 태워주겠능교? 돈을 해서 다음에 봅시더....”

 아저씨도 배에 오르고 현해탄을 미끄러지듯이 아주 조용하게 부두를 떠나고 후꾸고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되돌아서고 말았다.


 부산의 다른 곳에서 동혁은 후꾸고를 찾고 있었다. 한 여자가 아이를 업고 배 가까이 가자 그가 부르짖었다.

 “여보, 가지 마.”

 “누군교? 이 아저씨 보래.”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앞에 오르던 한 남자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니 지금 뭐하노. 빨리 몬 오고.”

 “곧 갑니더.”

 그 여자가 배에 오르고 다른 사람들이 다 오를 때까지 있었지만 후꾸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동혁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버렸다.

 “지바 선생님은 센다이로 갈 때 어느 여관에 묵습니까?”

 “전요. 부두 근처에 있는 현해탄에 묵어요. 이번에도 그랬는 걸요?”

 언젠가 후꾸고와 동경에서 만났을 때 물었던 생각이 났다.

 ‘맞아. 그 여관을 찾는거야.’

 동혁은 가까이에 있는 한 여관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소. 방 있습니더.”

 “미안합니다. 묵을 게 아니고 예전에 현해탄이라고....”

 “현해탄이라꼬예? 이 골목 맨 끝에 있어예. 지금은 달성여관이라고 합니더.”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그는 바람처럼 골목 끝까지 달려갔다.


 

 

 

 

 달성여관 한 모퉁이에선 후꾸고와 주인여자가 싸우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돈 건네 준 아저씨를 불러와요. 어서요.”

 “내도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캐도.”

 “왜 몰라요. 아주머니가 소개시켰고 돈도 줬잖아요?”

 “그 놈이 사기꾼인 줄 몰랐다캐도.... 이놈의 쪽발이가 와 소릴지르고 생난리가?”

 두 사람이 크게 다투자 이어 명수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려나왔다. 동혁은 급하게 문을 열고 바라보았다.

 “명수야. 나다.”

 “아니....”

 그가 방에 들어서자 주인여자는 슬그머니 방을 나갔다. 동혁은 눈물을 흘리는 후꾸고와 명수를 꼭 감싸 안았다.

 “당신은 못 가. 보낼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자.”

 “미안해요.”

 그녀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동혁은 등을 두드리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차에 오르고 창가에 앉은 후꾸고 곁에 명수를 안고 동혁이 앉았다. 두 사람 모두 지친 모습이었다.

 “걱정 말아요. 내 다시는 당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으리다.”

 “....”

 후꾸고는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예전에는 이 기차여행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동혁이 그녀의 손을 으스러져라 꼭 쥐어주자 후꾸고는 빙그레 웃어주었다.

 그 다음날 신새벽에 오수역에 내린 두 사람은 졸고 있는 역사 앞의 가로등 아래로 지쳤지만 환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