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지바후꾸꼬 나의 어머니

24회-제 9부 아버지 어깨 위로 출렁이는 바다(1)

천마리학 2009. 9. 10. 05:56

 

 

24회

제 9부   아버지 어깨 위로 출렁이는 바다(1)


 처음에 이사 간 사택은 학교교사 뒤에 덩그라니 외따로 있었다. 어느 날 밤, 동혁이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자 후꾸고와 네 아이는 불을 끄고 누웠다. 명자가 잠이 들 무렵 유리창에 플래시가 나타나더니 방안을 살피는 것이었다.

 “어머니. 무슨 불빛이에요?”

 무서움에 떨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후꾸고는 쉿 소리를 하며 잠자는 척 하라고 했다.

 교장네는 뭐 특별한 것이라도 있을 줄 알았던 그 도둑은 허술한 살림살이에 그만 방을 쫙 비쳐 보다가 이내 불빛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대나무 숲에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인가 없는 그 곳에서 가족들은 동혁이 올 때까지 무서움에 떨어야 했다.

 그 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가족들은 학교 입구 계단 중턱에 있는 기억자의 사택으로 다시 이사를 하였다. 거기 마당에 서면 줄포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고 해가 질 무렵이면 동혁은 그 바다를 보고 있었다.

 동혁과 가족들은 가끔씩 바닷가를 거닐었는데 왜 그런지 새까만 바다였다.

 “어머니, 바닷물은 저렇게 새까만색이야?”

 명자는 후꾸고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물었다.

 “아니야. 여긴 서해고 개펄 때문이야. 다른 바다는 초록빛도 있고 푸른빛의 바다도 있단다. 어머니의 고향바다는 너무 아름답단다.”

 “거기가 어딘데요?”

 “태평양이라는 바다야.”

 “태평양?”

 “응. 명자도 크면 가 볼 수 있단다.”

 후꾸고는 명자의 작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바다를 바라다보았다.

 개펄구멍에서 뭔가를 잡으려 손을 넣던 명수가 “아얏!”하며 소리를 질렀다. 들어올린 손가락을 집게 손을 가진 작은 게가 물고 있었다.

 “이게 뭐야?”

 “게구나. 어서 놔 줘.”

 동혁이가 집게 손을 잘라 놓아주자 게는 재빨리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렸다.

 “되게 아프네.”

 명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하자 명선이도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어머니, 언제 밥 먹을거야? 나 배고파.”

 명호가 후꾸고를 보며 말했다.

 “명호가 언제나 제일 먼저 배가 고프니 웬일일까?”

 “그러게나 말이요. 어서 음식점으로 갑시다.”

 동혁이가 가족들은 바닷가에서 걸어갔다. 그들은 음식점에 들러 맛있게 쪄 놓은 꽃게와 잘 구운 갈치와 조개국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줄포학교로 가는 계단 오른쪽에 붉은 벽돌로 담을 둘러친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던 날 저녁에 명자와 명선이는 동무들과 함께 처음으로 예배당에 갔는데 널따란 안에는 색종이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동무들과 어른들은 아기예수 탄생을 기뻐하는 축하가 끝나고 명자와 명선이는 알사탕과 구호물자로 옷 하나씩을 받아들고 좋아했다.

 “언니, 이 옷 참 이쁘다. 그렇지?”

 명선이가 손으로 만지며 말을 하자 명자도 자기가 받은 옷을 들어 보이며 좋아했다.

 “어서 어머니에게 보여 주자.”

 명자와 명선이는 깜깜한 밤이었지만 무섭지도 않은지 동무들과 헤어져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명자와 명선이가 똑같이 후꾸고를 부르자 방문을 열며 밖을 내다보았다.

 “너희들 손에 뭐냐?”

 “응. 예배당에서 옷 하나씩을 줬어요.”

 “보세요. 어머니.”

 열린 방으로 들어가며 명자와 명선이는 후꾸고에게 옷을 보이자 두 딸에게 옷을 맞춰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번 입어 봐.”

 그 후 구호물자는 미국에서 온 것이라 터무니없이 큰 것들이었다. 소매도 엄청나게 기다랗고 옷길이도 길었다.

 “너무 크구나. 내가 손을 좀 봐야겠다. 벗어 놔.”

 명자와 명선이는 소매 속에 숨어 있는 두 팔을 서로 흔들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두 딸의 장난에 후꾸고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물론 명자와 명선이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깊은 밤을 흔들어 깨웠다.

 1958년도 새해부터 눈은 엄청나게 쌓이고 학교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였다. 그러다가 햇볕이 내리 쪼이면 운동장의 눈사람도 녹아 사라져 누런 황토가 검정고무신에 매달려 뛰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새싹이 돋아나는 초봄에 명자와 명선이는 두 오빠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논에서 잡는 우렁이를 손에 올려놓고 좋아라 불에 구워먹었다. 그 때에 두 오빠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보자기를 풀어놓은 채 동무들과 대나무 낚싯대를 어깨에 둘러메고 바닷가의 방파제로 달려가곤 하였다.

 명자와 명선이도 두 오빠들이 달려가는 길로 쭈욱 따라가 보면 어느 새 저 멀리 방파제 위로 한데 모여 낚싯대를 드리우는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 말린 망둥어를 구워서 고추장에 찍어먹는 그 맛은 고기의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였다.

 동혁의 일상은 작은 마을에서 갈 곳도 마땅치 않아 퇴근 후에는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오후면 의자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으로 보내고 있었다. 후꾸고의 병이 발병하기까지 동혁과 가족들의 생활은 평온하고 행복하였다.

 봄소풍이 되어 후꾸고는 김밥을 싸주었는데 명자의 담임선생님께 드리라고 하나 더 싸주었다.

 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명선이도 김밥도시락을 싸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후꾸고는 도시락을 싸 허리에 둘러주었다. 그제야 배시시 웃고는 어느 새 도시락을 풀러 김밥을 입으로 가져가 먹는 바람에 모두 웃어버렸다.

 이제 이학년이 된 명자는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의 호루라기에 맞춰 학교에서 나와 신작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한참 걷다 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찻길이 아닌 길로 걸어가 어느 야산에서 노래하며 놀았다.

 점심시간에 김밥도시락을 먹기 전에 명자는 담임 선생님에게 도시락을 드리고 쑥스러워 얼른 동무들 속으로 들어왔다. 김밥을 다 꺼내놓고 함께 먹으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하늘 너머로 종달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명자는 언덕배기에 핀 할미꽃을 보았는데 자줏빛은 비단처럼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보랏빛의 제비꽃도 무리 지어 피었는데 명자는 너무 예뻐서 한 움큼 꺾어 손에 들었는데 금방 시들어 버렸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이학년은 모두 모여 보물찾기를 시작하였다. 언제 숨겨 놓았는지 바위 틈새며 나뭇가지 위에서 번호가 적힌 종이를 아이들은 잘도 찾아내었다. 그런데 명자는 하나도 찾지 못하여 그 날 동무들은 공책이며 크레파스를 선물로 받았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하였다. 소풍 길에서 터덕터덕 걸어오는 명자의 발걸음이 갈 때와는 영 딴판이었다.

 “내가 업어줄까?”

 담임은 명자를 업고 집까지 바래다 주었는데 어느 새 엎드려 자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루에 눕혀 놓자 명자는 눈을 부비며 바로 앉았다.

 “넌 선생님 등에서 잠들면 어떡하냐?”

 후꾸고가 명자를 나무라는 투로 말하자 담임선생님은 괜찮다며 서둘러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예.”

 그녀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

 “나도 몰라. 선생님이 업어줬는데 잠이 들었나?”

 명자가 아직도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후꾸고는 방으로 안고 갔다. 구호물자를 선물로 받은 다음부터 명자와 명선이는 예배당에 더 열심히 다녔는데 부활절 날 밤에는 생전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

 예수의 고난과 부활에 관한 외국영화로 그것도 총천연색이었는데 십자가를 지고 오르는 장면과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던 그 장면을 명자는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는 명자와 명선이는 눈망울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학교에 갔다 와서 책보자기를 방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나가려던 명자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는 안방에서 들려왔고 명자는 달려가 방문을 열어젖히자 후꾸고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기 놀랜다. 어서 들어와.”

 “어머니! 아들이야? 딸이야?”

 후꾸고 곁에 앉아 있던 명선이가 대답했다.

 “딸이래. 언니.”

 “야! 참 이쁘다.”

 명자는 명선이가 잡고 있던 아가의 꼼지락거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이름은 뭐야?”

 “명혜란다.”

 “명자. 명선. 명혜. 모두 명자가 들어가네?”

 명자가 방안을 둘러보며 말을 하자 후꾸고가 빙그레 웃었다. 방문이 열리며 동네아주머니가 밥상을 차려왔는데 미역국이 전부였다.

 “매운 것이 안 되니께요이. 미역국뿐이랑께요. 사모님.”

 “고마워요.”

 “아이고, 별말을 다 허네요이. 몸조리를 잘 혀야 쓰는디.... 아그를 낳으면 황달기가 있기는 헌디 얼굴색이 너무 노랗구만이라우.”

 후꾸고가 일어나 몸을 벽에 기대어 미역국을 먹었고 잠이 든 명혜의 손을 놓으며 명자와 명선이는 방을 나섰다. 명혜의 배꼽이 떨어져 아홉 살 난 명자가 업고 고무줄띠기를 할 그 때까지도 후꾸고의 노란 얼굴색은 더해갔다.


 줄포학교 뒤에 대나무 밭은 새봄이 와 죽순이 뾰족이 고개를 내밀었다. 명자는 명혜를 업고 명수와 명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대나무 밭에 들어섰다.

 “큰오빠. 이게 뭐야?”

 “응. 죽순이네. 우리 죽순을 따자.”

 “뭐 할려고?”

 “어제 우리 친구랑 죽순을 따서 껍질을 벗겨 잘라서 소금을 뿌려 구워 먹었는데 맛이 그만이더라. 어서 따자.”

 명수는 명호와 뾰족하게 올라온 통통한 죽순을 서 너 개 따 대나무 밭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 와 마당에서 혼자 놀고 있던 명선이랑 부엌에서 죽순을 소금 뿌려 구워 먹었다.

 “오빠 맛있다. 나 더 줘.”

 명자와 명선이는 오빠가 굽는 것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오빠도 먹어보고....”

 명수오빠와 명호 오빠도 맛있게 먹고는 동생들에게 또 주었다.

 “맛있다. 이게 뭐야?”

 명선이가 명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죽순이래. 오빠랑 땄다.”

 “어디서?”

 “학교 뒤의 대나무 밭에서.”

 “무섭지 않았어?”

 “뭐가 무서워.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 향기가 안방에서 명혜에게 젖을 먹이던 후꾸고에게까지 풍겨오자 그녀의 눈빛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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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까상, 언제 다 되는 거야? 빨리 먹고 싶어.”

 이즈미쨩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네쨩은 먹고 싶지 않아?”

 “아니, 나도 먹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라. 이 향기에 오까상이 취했었구나.”


 “어릴 적에 오까상은 봄이면 죽순밥을 해주었지. 그 맛과 향기를 잊고 있었는데 내 아이들이 그 향기를 찾아 주었구나.”

 후꾸고는 젖을 다 먹고 나서 포만감에 웃음을 띠며 잠든 명혜를 잘 눕힌 뒤에 방문을 열고 나섰다.

 “명수야, 명수야.”

 “예. 어머니.”

 명수가 먼저 나가자 동생들도 우르르 부엌에서 나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지금 무얼 먹었냐?”

 “죽순요.”

 “죽순이 남아 있냐?”

 “아니요. 모두 구워 먹었는데요.”

 네 아이들은 엄한 후꾸고가 무슨 말을 할까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죽순밥을 해 줄 테니까 좀 따올래?”

 “죽순밥요?”

 “그래.”

 “맛 있어요? 어머니.”

 명호가 후꾸고를 빤히 바라보며 묻자 빙그레 웃었다.

 “그럼, 얼마나 맛 있는데....”

 “형, 맛 있단다. 우리 얼른 가서 따오자.”

 “나도 갈래.”

 명선이가 따라나서자 네 아이들은 모두 학교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대나무 숲 속에서 명자는 명선이와 작은 죽순을 따고 있었다. 그 숲속에서 바람이 불어와 대나무 잎들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언니. 무슨 소리야?”

 “바람소리지 뭐. 근데 무섭다. 그치?”

 “귀신 나올까?”

 “낮인데 우리 그만 밖으로 나가자.”

 명자와 명선이는 대나무 숲에서 나와 햇볕이 따스하게 드는 양지에서 두 손에 죽순을 들고 서 있었다. 한참이 지나니 두 오빠가 두 손 가득히 죽순을 따가지고 나와서 가까이로 다가왔다.

 “어머니가 기다리신다. 어서 가자.”

 “오빤 많이 땄네.”

 “그럼 너희들은 왜 먼저 나왔어?”

 명호가 명선이에게 물었다.

 “바람이 불어서 무서웠어.”

 명선이가 대답을 하며 명자를 바라보았다. 네 아이들은 집으로 걸어갔다. 마당에서 서성거리던 후꾸고가 아이들이 내놓은 죽순을 보며 웃었다.

 “애걔. 이건 누가 딴 거야?”

 “내가.”

 명선이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조그맣구나.”

 두 오빠들이 딴 죽순은 통통하였고 명자와 명선이는 가늘고 작았다.

 “명호야, 너 배고프지?”

 “예.”

 “방에 가서 명혜랑 놀아줘라. 어머니가 얼른 죽순밥을 해줄게.”

 후꾸고가 명자와 명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명자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후꾸고에게 물었다.

 “어머니, 죽순밥이 맛있어요?”

 “응, 정말 맛있단다.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죽순밥을 하면 이모하고 밖에 놀러 가지도 않았단다.”

 “그럼. 무지하게 맛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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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자가 명선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후꾸고는 명자의 말을 듣고 부엌으로 들어가며 웃고 있었다. 부엌 안에서 후꾸고는 오랜만에 죽순껍질을 벗기며 기분 좋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동혁이가 마당에 들어서며 부엌에서 흥얼거리는 후꾸고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얼굴이 환해졌다.

 “당신, 뭐가 그리 기쁜 거요?”

 동혁이 부엌문 앞에서 묻자 그녀가 깜짝 놀라며 뚝 그쳤다.

 “일찍 오시네요. 아이들이 죽순을 따왔거든요. 죽순밥을 하려구요.”

 “응, 죽순밥! 당신이 좋아하는 거잖아?”

 “예, 어서 들어가세요.”

 그는 후꾸고의 환한 얼굴에 안심하는 빛으로 방을 들어갔다.

 “아버지.”

 “아버지.”

 명자와 명선이는 동혁의 양손을 잡아 흔들었고 명수와 명호는 꾸벅 인사를 했다.

 죽순밥의 냄새는 방안까지 들어와 집안 가득했다.

 “아버지, 이게 무슨 냄새예요?”

 “죽순밥 냄새구나.”

 “어머니는 정말 맛있다고 했는데....”

 명자는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명자는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구나?”

 동혁이가 윗옷을 벗어 걸치며 말했다.

 “예....”

 “언니야, 명혜가 오줌 쌌나 봐.”

 명선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우는 명혜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울지 마.”

 명자가 기저귀를 갈아주며 바라보자 어느새 울음을 뚝 그친 명혜가 생글거렸다. 방문을 열며 후꾸고가 상을 들고 들어와 방 가운데 내려 놓았다. 죽순밥이어서인지 이상한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겨왔다. 아이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았다.

 “에이, 이상한 냄새다.”

 명수가 말을 하자 모두들 코를 막은 채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실망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모두 죽순밥이니 어떡한다?”

 “오늘은 함께 먹어야지 뭐. 아버진 이 냄새가 참 좋은데....”

 동혁의 말에 아이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죽순밥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밥 한 그릇을 먹고 더 먹던 명호도 반 밖에 먹질 못했다. 아이들은 모두 방을 건너가 버리자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여보, 다음부터는 밥을 두 가지로 지어야 할 것 같소. 이 죽순밥을 먹으려면 말이요.”

 “그래야겠어요. 난 너무 좋은데....”

 “나도 오래 전에 먹어봤는데 지금은 어느 숲 속에 와 있는 느낌이요.”

 “당신과 나만 좋아해요. 아이들은 모두 방으로 가 버렸는데....”

 동혁과 후꾸고는 오랜만에 마주 웃으며 저녁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