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74-할머니 손은 가위손-아리의 세 번째 이발.

천마리학 2009. 9. 2. 23:48

      할머니랑 아리랑 474

 

 

*8월7일 금-할머니 손은 가위손-아리의 세 번째 이발.

 

 

 

요즘 아리가 푹 빠져있는 정글 북, 한동안 정글북 스토리전체를 비디오로 보는 걸 즐기더니 요사이는 유튜브를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서 짤막짤막하게 보는 것을 매우 즐긴다. 좋아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지만 특히 코끼리의 행진 부분이다. 집에서 놀 때도, 길을 걸으면서도, 원, 투, 쓰리, 퍼. 하면서 발을 크게 내딛으며 걷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보고 웃고 말을 걸기도 한다.

 

오늘 저녁엔 디즈니의 다른 필름, 돼지와 늑대를 골라주었더니 또 얼마나 즐기는지, 아주 푹 빠져서 재미있어 한다.

 

아기들에게 비디오나 디비디 등의 테잎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들 하고, 빌 게이츠도 자기의 아이들이 다섯 살 때까지는 일체 TV를 보여주지 않고 책을 보게 했다고 한다. 사실 할머니도 그 점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는 것을 아니지만, 이미 그런 것을 즐기는 아리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혼자 보게 두지 않고 늘 함께 보거나 신경을 쓰면서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고, 설명도 하고, 그때그때 다르게 이야기를 꾸며내어 들려주기도 한다. 일찍부터 TV를 즐기면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기 때문에 성격이 내성적이 되고, 상상력이 없어진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이해하는 말이긴 하지만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말도 시키고, 이야기도 꾸미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지금으로 봐서 다행한 것은 아리는 책도 아주 좋아하는 점이다. 그래서 챕터스에도 데려간 것인데 아리는 그 장소를 무척 좋아한다.

 

 

 

 

 

 

 

 

 

 

“아리, 오늘은 어디로 갈까” 카우? 엘리펀트? 유니온 역? 라이언? CN타워? 뮤직가든?…“

하고 물으면 눈을 깜박깜박, 생각하다가 삼, 사초 만에 책. 하고 말한다. 벌써 다섯 번이나 갔고, 계속해서 그곳에 가자고 한다. 챕터스에 간다고 해서 책만 보는 것은 아니다. 첫날엔 책들을 훓어보고, 그 다음엔 알파벳 카드나 그림 카드, 그림 책 등을 대충 넘기면서 보고, 그 중에서도 알파벳 카드를 매우 좋아해서 갈 때마다 선택한다. 또 그림 맞추기 퍼즐도 즐긴다. 그 외엔 곰인형, 기린인형, 소리 나는 비행기. 자동차, 카드… 등 주로 장난감이나 인형들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다양한 물건들이 있어서 좋아하지만, 책들이 쌓여있는 장소를 좋아하는 것을 매우 좋게 생각한다. 아리가 관심을 갖지 않거나 발견하지 못하는 책 표지의 그림들을 내가 훑어보고는 아리를 유도하기도 한다.

"아리, 늑대그림이 있네, 늑대가 어디 있지?“ 혹은

“도그, 개 그림이 있는데, 음 포도도 있고… 그리고 저기 아리 좋아하는 홀쓰도 보이는데,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방향제시를 해주면 아리는 두리번두리번 그 책을 찾아내어서 가지고 오고, 대충 훑어보면서 이야기를 꾸며 들려주기도 한다. 어른용 책이기 때문에 아리는 재미가 없을 테니까 즉석에서 짤막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곤 갖다 꽂게 한다.

 

요사이는 가끔씩 날씨 핑계도 대고 다른 핑계도 대면서 간격을 두고 있다. 한 곳에 진력을 낼까 싶어서이다.

 

오늘 드디어 이발을 완성했다. 벌써 아리 태어난 후 세 번째 이발.

저녁때 퇴근해온 아빠가 너를 목욕시키고 난 후 머리가 젖었을 때를 이용했지. 그런데 아빠와 노느라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니 할머니가 어떻게 이발을 하니?

아리? 가만이 좀 잊어주렴.

 

 

 

 

 

 

 

 

 

아빠 침대 위에서 놀고 있는 아리를 요리조리 따라다니면서, 한 쪽 면이 돋보기로 된 거울을 쥐어주고 관심을 돌려가면서…

지난 3일에 시작한 이발을 어렵사리 끝냈다.

할머니 이발 솜씨 좋지?

한국에서 가져온, 양날 면도칼을 두 개 끼운 이발용 프라스틱 칼과 가위만 있으면 오케이! 할머닌 항상 이 싸구려 칼로 할머니 머리도 스스로 자르고,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의 이발도 해드리고, 아리 네 엄마가 어렸을 때도 할머니가 직접 머리를 잘라주었지. 왕할어바지 왕할머니의 ‘전용 이발사’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단다. 네 엄마는 어느 때부턴가?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미장원을 찾더구나. 아리, 네 첫 이발도 할머니가 했고, 지난번 할머니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처음으로 바바샾을 찾았었지. 한 달 전쯤에도 네 머리를 앞머리만 잘랐었지. 아리의 곱슬머리가 예쁘다고 모두들 자르지 말라고 하거든.

 

아리는 7개월 쯤 되었을 때부터 제 몸에 손대는 것을 아주 싫어했고 모자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 여름에 눈 때문에 선그라스를 쓰게 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네가 마다해서 못했잖아. 그런 아리가 머리 깎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있니? 항상 네가 잠 든 틈을 이용하곤 했지. 그래도 할머닌 잘하는 거, 알지?^*^

 

와, 우리 아리 잘 생겼다아! 참 예쁘다! 하면 기분 좋아하는 아리! 그러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아서 할머니를 어렵게 하는 아리. 이그, 깎쟁이!

어떻튼 움직이는 상태에서 이발을 하는 할머니 기술, 알아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