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67-할머니의 거짓말

천마리학 2009. 8. 21. 23:31

      할머니랑 아리랑 467

 

 

*7월 29일 수-할머니의 거짓말

 

 

 

아리는 늦잠꾸러기, 하지만 오늘 아침엔 아리의 컨디션이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수월한 편이었지. 다이퍼를 바꾸고, 밀크를 먹이고, 옷을 갈아 입히고, 슈즈를 신기고…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쉽지가 않거든.

 

그래도 아리가 기분 좋으면 할머니 도와주는 일들이 있지,

할머니 슈즈 골라주는 일. 다이퍼를 쓰레기통에 넣는 것과 제가 벗은 옷을 세탁물 통에 넣는 것 중에서 한 가지 골라하라고 하면 빨래감을 고르지.

 

오늘은 어떤 슈즈 신을까? 하면 스스로 고르는데 요즘은 ‘블루’ 작년에 스위스에서 가져온, 사촌 형 폴이 어렸을 때 신던 다크 블루의 비로도 슈즈. 사실 실내용이거든. 그리고 가끔 지우누나가 준 빨간 슈즈도 고르고 근래에 아빠가 새로 산 그레이 샌들도 고르고… 그러나 주로 ‘블루’를 많이 좋아해. 아마 발이 편해서 그런가 봐.

 

기분 좋으면 슈즈와 양말을 스스로 신어보려고 시도하는데 ‘블루’는 혼자서 곧잘 신지.

신발 한 짝을 발에 대고

“할머니, 디스 오윤발?(할머니, 이거 오른 발 맞아요?)” 하고 묻는 아리.

오른 쪽과 왼쪽을 구별 못해서 가끔 반대로 슈즈를 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아리, 너무 잘 해.

또 요즘은 바지춤 올리는 것을 할 줄 알지.

 

바지가 흘러내리면 그저 적당히 효과 없이 올리는 아리에게 윗옷을 들추고, 두 손을 허리의 밴드 부분에 손가락을 끼우고 요렇게~ 하고 알려주었더니 그 뒤로는 올릴 줄 안다. 하지만 아직도 뒤쪽은 그냥 엉덩이에서 올렸다 내렸다. 효과가 없지. 그래서 뒤쪽도 가르쳐줬더니 앞쪽보다는 어렵지만 가끔씩 혼자서 올리곤 하지.

어른들은 바지춤 올리는 것이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 아기들에겐 모든 것이 다 어렵답니다^*^

 

 

 

 

 

퀘백의 레스토랑에서.

우리가 퀘백에 갈 때마다 자주 들리는 곳인데요.

동물 애호가인 아리는 식탁 위에 동물들을 늘어놓고 놉니다.

물론 말을 빼놓지 않는답니다.

 

 

 

 

 

오늘 할머니가 아리 때문에 찔끔하는 일이 있었단다.

뭘까?

아리랑 함께 비스타 클럽에 가거나 샤워하러 갈 때 아리는 으레 파티 룸이나 비즈니스 룸에 들어가고 싶어서 할머니 손을 잡아 끌면서 떼를 쓸 때가 있지. 달래도 안되니까 할머니가 문에 붙여있는 설명서를 아리에게 읽어주지. 물론 가짜로.^*^

“봐, 아리야, 여기 아저씨가 써 놓을 것이 있잖아, 할머니가 읽어볼게”

그러면 궁금해서 눈을 말똥말똥, 어서 읽으라는 표정의 아리.

“오늘은 여기 들어오지 마세요, 지금 이 안에 공사중이랍니다” 혹은,

“지금은 고장이 났습니다. 아리랑 할머니랑 내일 오세요.… 그러니까 우리 내일 오자”하고.

그러면 우리 아리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발길을 돌리곤 했지.

 

그런데 오늘 오후, 할머니랑 신나게 노느라고 땀이 나서 샤워하러 갔지. 아리는 할머니랑 샤워하는 걸 엄청 좋아해. 조그만 빨간 ‘아리 가방’을 들고 쫄랑쫄랑, 샤워룸 앞에서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할머니!”

하더니 문에 써 붙인 것을 읽어보라고 눈으로 가리킨다.

아차!

며칠 전에 할머니가 공사 중이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하고 가짜로 읽어준 것을 기억하는 아리.

“아, 그래 맞어, 어디 보자, 오늘은 괜찮아요, 아리랑 할머니랑 들어오세요, 이렇게 써 있네”

아리가 안심한 듯 자신만만하게 문을 잡아당긴다.

와, 우리 아리에겐 거짓말도 못해.

 

또 얼마 전엔 샤워를 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가자고 하기에 “오늘은 청소 중입니다 내일 오세요, 아줌마가 이렇게 써놨네, 우리 다음에 오자” 했으니 가까운 날에 수영장에 가야 한다.

 

쏘리, 아리!

하지만 아리야, 할머니가 너를 해롭게 하려고 속이는 건 아니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