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66-아리의 잠버릇

천마리학 2009. 8. 20. 01:36

      할머니랑 아리랑 466

 

*7월 27일 월-아리의 잠버릇

 

 

 

 

아침이 올 때까지 할머니는 서너 번 잠에서 깬다.

아리가 잠이 들면 자정 무렵 꼭 한번 잠에서 깨어나서 밀크를 찾지. 그때 준비해놓은 밀크를 먹이고 두 시경에 흠뻑 젖은 다이퍼를 갈아주고, 새벽에 먹일 밀크를 준비해놓지. 찬 것을 싫어하니까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어 놓고 또 일반 밀크와 소이밀크를 반반씩 섞어서 준비해야 하니까. 네 다섯 시 경에 또 잠을 깨어 밀크 달라는 아리. 아리는 잠결에도 ‘블루’ 하고, ‘블루’버틀을 다 먹고 나서는 ‘그린’하는데 할머니가 고만, 너무 먹으면 배 아우이 하고 달래서 재우기도 하지.

 

할머니가 힘들긴 해도 할머니 기척에 편안히 잠자는 아리, 할머니가 곁에 있다는 확신만으로도 아리는 아주 안심하거든. 할머닌 아리가 너무 소중하단다.

 

아직도 버틀로 밀크를 먹는 아리는 찬 밀크를 싫어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찬 기운을 없애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놨던 것이라서 차가우면 “앗 추워”하면서 거부하는 아리. 할머니가 아냐 아리야, 이건 차가운 것이 아니라 시원한 거야. 더우니까 시원한 것이 좋아 하고 설득하면 시원?하면서 먹기도 하고, 어떤 땐 한 통을 다 먹고 두 번 째 통 반쯤 먹고 나서 빈 버틀을 되 주며 ‘배 아우이’하기도 한다. 깍쟁이 같으니라구!

 

 

 

 

 

 

챕터스 가는 길.

퀘백의 엄마친구 쥴리이모가 선물로 준 럭비볼.

 

 

 

 

 

아리는 잠이 적은 편이기도 해. 더 아기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놀고 싶어서 잠을 안 자려고 해서 애를 먹는다. 잠이 들 때도 꼭 한 손을 할머니의 목덜미께 가슴의 옷자락을 쥐고 잠이 들고. 또 잠이 든 후에도 예민해서 몇 번씩 깨어나 할머니를 찾지. 할머니가 옆에 있나 없나 확인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항상 대기해야 된다.

잠결에도 할머니가 있다고 느끼면 편안해지는 아리니까.

 

어떤 땐, 아니 오늘 밤에도 당장 그랬잖아.

네가 잠든 사이 살며시 나와 컴 앞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곧잘 밤을 세우곤 하는데 가끔씩 잠결에 네가 잠이 깨어 할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나면 얼른 방으로 들어가 오우, 우리 아리. 할머니 여기 있어, 자자, 하고 다둑이면 금방 다시 잠이 들고, 네가 그렇게 잠이 들면 다시 살며시 나와 컴 앞에 앉아서 날을 세우곤 한단다.

 

할머니의 자는 시간을 덜어내는 수밖에, 그렇게라도 해야 할 만큼 할머닌 시간이 없고 바쁘단다. 할머니 시간을 많이 빼앗아가는 아리. 그래도 고맙고 행복해.

 

할머니는 저녁이면 아리 때문에 마음대로 화장실에도 못 가지. 잠결에도 따라가려고 해서 아리랑 같이 가기도, 밀크 준비하러 갈 때도 꼭 같이 가곤 하지. 어찌 보면 어리광을 키우는 것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 아리가 낮에 하는 행동을 보면 알지.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강한 아리. 그리고 행동이 많은 아리. 설령 약간의 어리광을 부리게 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거든. 마음이 넉넉해질 테니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어른이 될 테니까.

그렇지 아리?

그럴 거지 아리!

^*^

 

 

 

 

챕터스 앞에서 아빠랑,

럭비볼은 여전히~

 

 

 

 

 

 

아리는 땀도 많이 흘리는데 그건 아빠 닮았다고 하지. 또 밀크를 많이 먹기 때문에 쉬도 많이 한단다. 그래서 벼개닛도 젖고 침대 시트도 축축, 어떤 땐 할머니 옷까지 젖을 때도 있지.

그래서 날마다 아침이면 벼개, 이불, 블랑켓, 침대시트와 속 깔개까지 햇볕에 말리지. 식구들이 모두 나가고 난 거실에 가득. 토요일마다 이불까지 모두 빨아서 갈아 끼운단다.

어떤 땐 주 중에도 한 번씩 더 빨 때도 있어.

일이 많지만 할머니는 한 번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단다. 그만큼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고마워 아리야. 할머니가 몽땅 사랑하는 네가 있어서. 그리고 할머니는 생각한단다. 할머니의 엄마와 아빠에 대해서.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말야.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께서도 할머니를 키우실 때 이렇게 정성들여 기르셨을 텐데 할머니는 불효막심한 딸이거든. 가끔 불평도 하고 또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의 마음을 상하게도 했었으니까. 그런 것을 깨닫게 해준 것도 고마워 아리!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으로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께 전화할 때마다 가슴이 찡하단다. 또 네 목소리 들려드리는 것도 행복하고.

고마워 아리!

너를 낳아준 네 엄마와 아빠도 고맙고.

아리, 얼른 커서 언제쯤 할머니의 이런 마음을 알게 될까?

 

여기까지 쓰면서 아리가 두 번 할머니를 찾아서 다둑였는데, 벌써 날이 밝아버렸구나.

 

새벽 6시 20분, 이젠 할머니 머리가 띵해. 이제라도 들어가 곤히 자는 네 곁에서 잠간 눈을 붙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