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68-프리스쿨에 자진해서 가다

천마리학 2009. 8. 23. 03:29

      할머니랑 아리랑 468

 

 

*7월 31일 금-프리스쿨에 자진해서 가다

 

 

 

아리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또 한 가지 있지.

뭘까?

자진해서 프리스쿨에 가겠다고 하는 것.

한동안 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아침마다 데이케어에 보내려면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힘들고, 그 때문에 할머닌 매일 영어학교에서 지각생이 되었지.

그런데 왠일이니?

이삼일 전부터는 아침에 프리스쿨에 가겠다고 자진해서 말하는 거야.

“피꾸, 피꾸”

“…?”

“피스쿠 피스쿠”

“피스쿠? 피스쿠? 무슨 말이지 아리?”

답답하다는 듯 말하는 아리.

“피, 스, 쿠,”

“아하, 프리스쿨?”

“예쓰!”

그제서야 통했다는 듯 씩 웃는 아리,

똑똑한 아리와 멍청한 할머니는 가끔 이렇게 대화가 이루어진다^*^

“할머닌 몰랐지, 피스쿠울”

“노우, 노우, 피스쿠울, 프이스쿨”

“아하, 프리스쿨?”

“예쓰!”

또 대만족하는 아리.

 

 

 

 

 

토론토 과학관에서

 

 

 

 

 

제딴에는 할머니 발음이 틀린다고 옳게 바로잡아주는 거다. 가끔 있는 일이다.

“아하, 프리스쿨? 할머닌 몰랐지. 고마워 아리. 가르쳐줘서.”

또 다시 만족해서 으쓱하는 아리!

마치 게어미의 ‘바담풍’ 교육과 같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니?

엄마가 호주로 떠난 후, 날마다 어려웠던 아침 프리스쿨 등교가 한달이 다 된 지금에서 조금, 아주 쬐끔 달라졌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어떻튼 요즘은 두어 번, 아침에 프리스쿨에 가겠다고 자진해서 말할 때가 있었다.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저녁마다 우린 약속을 한다.

“아리, 내일도 아빠는 회사에 가고, 아리는 데이케어에 가고, 할머닌 학교에 가고, 아리가 데이케어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면, 할머니가 학교에서 돌아와 아리 냠냠 준비하지. 김밥이랑 빵이랑, 토스토 그리고 캔디, 바나나… 음 그리고… 또 뭐가 있지? 아리가 좋아하는 것”

“초콜라”

“아하, 초콜라, 맞어, 할머니가 데이케어에 아리 픽업해서 우리 또 어디 놀러가자 응?”

끄덕끄덕.

 

 

 

 

토론토 과학관,

이곳에선 뭐든 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할머닌 날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곳 저곳을 살피며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려고 노력한단다. 스코셔뱅크 프라자, 웰링턴 스트리트의 엘리펀드 르라자, 카우가든, 하버프론트, 씨엔타워, 뮤직가든, 로이톰슨 홀 공원, 유니온 역. 스카이 워크, 그리고 최근에 아리가 푹 빠져있는 쳅터스가 그동안 우리가 간 곳이잖아.

처음엔 엘리펀트 광장을 엄청 좋아하더니 이젠 쳅터스를 좋아해서 벌써 세 번이나 다녀왔잖아. 거기 갔다 오는 길에 나이트 클럽의 윈도우에 있는 커다란 블루 앤 블랙 지브라도 보고.

지금도 할머니는 너에게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코스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잊지말아다오.

암튼, 아침에 데이케어에 가는 일이 수월해졌어.

한술 더 떠서, 할머니가 오케이, 데이케어에 가야지. 하면

“노우, 데이케어, 데이케어 앤 프이스쿨!”

말하자면 아리는 데이케어에서도 프리스쿨 크라스다 이거지?

“아하, 프리스쿨, 할머닌 몰랐지. 알려줘서 고마워 아리!”

^*^

 

고마운 일 또 있어. 할머니를 도와주는 일이지. 물론 아리가 마음 내킬때 얘기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니? 그치이!

할머니 슈즈 골라주세요! 하면 검정운동화나 흰 운동화 중에서 제 마음 뻗치는 대로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땐 블랙? 화이트? 하고 묻기도 한다. 화장실까지 가져오기도 하고 현관 근처에 던져놓기도 하고, 제가 골라오는 것을 고마워 아리! 땡큐! 하고 신으면 아주 기분좋아한다. 또 어떤 땐 할머니가 슈즈 말고, 하면 샌들을 꺼내놓고 다시? 할머니 디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 일에 몰두하거나 가기 싫을 때 프리스쿨에 가자고 하거나, 바꾸기 싫은 다이퍼를 바꾸자고 하거나, 제 마음에 안 들어 심통이 나면 아무리 할머니가 불러도, 일을 부탁해도 못들은 척, 전혀 무반응이기도 하다. 아웅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