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59-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아리.

천마리학 2009. 8. 9. 05:07

 

      할머니랑 아리랑 459

 

 

*7월 9일 목-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아리.

 

 

 

요즘 아리가 그동안 신던 슈즈들을 신지 않으려고 하고, 블루의 실내화만 신는다. 지난달에 지우누나가 물려준 빨간 운동화도 한동안 열심히 신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발이 커져서 그렇다. 아리의 발을 살펴보니 엄지 발톱이 희숭숭하게 얼이 가있다. 아마 신발이 작았나보다. 블루 실내화도 작은 편이지만 비로드 종류의 천이 부드러워서 발이 편한 모양이다.

오늘은 아빠가 새로 사온 슈즈를 신고 갔다. 발에 많이 큰 편이지만 만일 신어보고 불편하면 반환하기로 했다고 했다.

 

여전히 데이케어에서 헤어지기 힘들다. 그래서 오늘도 할머닌 너에게 프리스쿨에서 어제 오후에 할머니랑 함께 본 그 ‘쁘띠 프로그’(작은 개구리) 다시 보여달라고 하며 유도했더니 마음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할머니랑 같이 놀자고 하니까 설뚱멀뚱,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번엔 아리가 할머니 학교에 함께 가겠다고 한다. 이런! 이런!

정말 우리 아리를 어떻게 할까? 할머니 마음이 또 안절부절이다.

그래도 아리의 마음을 끌게 하느라고 데이케어의 문의 비밀 번호를 아리가 누르게 하고, 얼렁얼렁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넌 할머니 손을 꽉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안으라고 매달린다. 할 수 없이 안고 목도를 걸어가는 동안 할머니 목을 휘어감고 풀지 않으려고 안깐임이다.

 

 

 

 

 

CN타워의 지하 1층에 있는 기념품 샾

아리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동물 인형들 때문이다.

갈때마다 안아보고, 손도 잡아보고, 만져보고...

브라운 베어

 

 

 

 

 

“하이, 아리!”

리사 선생님이 반기며 받아 안으려고 해도 막무가내다. 어찌어찌 해서 너를 내려놓고 프로그를 찾는 시늉을 하는 동안 리사 선생님은 걱정 말고 가라고 눈짓을 하며 돌아서는 순간 슬쩍 밖으로 나오면서 들어야하는 너의 울음소리는 할머니가 웰링톤 스트리트를 걸어가는 동안 내내 들린단다.

오, 아리!

그래도 저녁때 픽업하러 가면 가장 깜둥이가 되어있는 아리!

다른 아이들은 그러지 않는데 유난히 얼굴에 검은 땟자국도 묻어있고 옷도 엉망이다. 엄청 개구쟁이로 열심히 놀았나보다 하고 한편 안심은 하면서도 얼굴의 얼룩이 항상 마음에 걸린단다. 울었구나 해서. 얼마나 울었을까 해서.

 

 

 

 

 

이번엔 블랙베어

아리는 저 가랑이 사이로 들랑거리기도 하며 즐긴다.

 

 

 

 

 

할머니가 너를 안아주려면 너무나 힘이 들고 허리가 아파서 요즘은 스트롤러를 가지고 가니까 한결 수월하긴 하지만 그것도 어떤 땐 힘이 든단다.

“오늘은 할머니가 김밥, 노랑무, 밀크, 캔디 한 개, 사과, 초컬릿, 이렇게 가져왔지. 뭐부터 먹을까 아리?”

아리는 언제나 밀크가 첫째다.

“김밥 먼저 먹으면 안 될까?”

하면 아리는 둘째 손가락을 세워보이며

“하나, 밀크, 두울, 김바압, 셋, 캔디, 넷, 사과, 다섯, 초콜라”

하고 말한다. 할머니가 오케이! 하면 얼마나 만족스러워하는 지 그 모습이 행복 그 자체다.

밀크병을 쥐어주면서

“자,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아리 대장님?”

“합프로트”

“녜, 하버 프론트 갑니다, 출발 해주세요”

“출바알”

“소리가 작아요.”

“출바알~!”

“다시 한 번!”

아리는 있는 힘을 다해서 큰소리로 외치고 할머니는 스트롤러를 밀고 가기 시작하지.

잠시 멈췄다 출발할 때도 언제나 네가 ‘출바알!’ 하고 싸인을 해야 출발하지.

목청을 높여서 큰 소리를 내게 하려는 할머니의 속을 넌 모르지?

 

요즘 네가 웃을 때 커다랗게 ‘하하하~’하고 호탕하게 웃는 것도 연습시키느라고 할머니가 한 동안 애쓴 사실도 넌 모르지?

우리 아린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수줍음도 많아서 항상 사람들 앞에서 뒤로 숨고 목소리도 작아지고, 인사말도 안하고 돌아선 뒤에야 작은 소리로 뒤에다 대로 하고… 그래서 어떻게든 네가 용기 있고 씩씩하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란다.

네가 가끔씩 아주 큰 소리로 입도 크게 벌리고 ‘하 하 하’ 웃을땐 할머니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너무나 좋아하는 폴라베어.

언제나 폴라베어만 보면 처음 보듯이 좋아하는 아리!

 

 

 

 

 

오늘은 유니온 역 옆길로 해서 동쪽 하버 프론트로 갔지.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 넓은 호수와 갈매기, 요트들, 보트들, 비행기들… 우린 이곳에 오면 언제나 휴양지에 온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지지.

벤치에 자리 잡고 할머니가 집어주는 김밥도 먹고, 사과도 먹고… 지나가는 보트들, 떠있는 요트들, 빨강, 블루, 퍼플… 하며 나비처럼 움직이는 요트들의 수를 세고, 갈메기들에게 말을 걸며…

그런데 오늘을 아리가 할머니를 풀밭으로 끌고 가더니 어떤 시늉을 하는 거야. 두 팔을 풀밭에 집고 몸을 구부리며… 뭔가를 하겠다는 거야.

아하, 지난 번 뮤직 가든에 갔을 때 어떤 누나들이 두 팔을 짚고 물구나무 서듯 허공으로 몸을 둥글게 굴리는 것을 보더니 그걸 하겠다는구나. 세상에, 우리 아린 호기심이 많기도 하지. 하지만 아직은 일러. 네가 더 크면 할 수 있어. 하면서 너의 성화를 누구려뜨렸지. 그래도 할머니더러 자꾸만 하라고 하는 아리. 언제나 할머니랑 같이 하려고 하는 아리 때문에 할머니가 힘이 든단다. 침대 위에도 함께 올라가자고 성화를 대고, 할 수없이 올라가면 뛰는 것도 함께 하자고 해서 할머니가 곤란할 때가 많잖아. 오늘도 마찬가지. 할머니도 풀밭에 두 팔을 짚고 흉내를 내며 딩굴었지. 너는 아예 신발을 벗고 함께 딩굴고, 오르락 내리락 뛰어다니며 깔깔깔 소리 내어 웃는 너의 모습이 바로 천사야. 아직 할머니가 늙었다는 걸 아직 모르는 천사. 늙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어린 천사!

 

집에 돌아오니 또 8시 반경, 아빠가 이미 돌아와 있더구나. 요즘은 날마다 우리가 늦지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