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58-아리의 아침 식사 그리고 하루일과

천마리학 2009. 8. 3. 11:50

 

      할머니랑 아리랑 458

 

*7월 4일 토-아리의 아침 식사 그리고 하루일과

 

 

정말 요즘 할머닌 맥을 못 춘 채 지낸다.

왜?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래도 좋다!

 

지금, 오전 11시 40분, 아리는 아빠랑 함께 르네쌍스 호텔에 묵고 있는 아빠 친구 챨리 아저씨랑 구닥다리아저씨(이름이 '크로 다랄'인데 발음이 어려워서 그렇게 부르는데, '구닥다리'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아리가 그렇게 부르기만 하면 웃음을 참지못하고 터트리는 것이 신기하다. '구닥다리'에 대해서 한마디도 해준일이 없는데 그 발음 자체만으로도 웃으운가보다. 그래서 신기하다.)에게 갔기 때문에 모처럼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아침부터 세탁기를 두 번째 돌리고 있고, 드라이어까지 돌리면서도 약간 홀가분해져서 일기를 쓸 수 있다.

 

아빠 친구들이 라스베가스에서 있었던 게임경기에 출전 후 스위스로 돌아가는 길에 들렸다. 목요일 밤에 도착해서 그날 하루 밤은 우리 콘도의 게스트 룸에서 어젠 이미 다른 예약이 있었기 때문에 르네쌍스 호텔로 옮겼다. 아빠는 금요일인 어제 회사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보내고 밤늦게, 우리가 잠 든 뒤에 돌아왔다. 그 바람에 금요일인 어제도 할머닌 아리를 픽업해서 우리끼리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부터 전쟁이다. 늦잠에, 다이퍼 췐지 거부에, 먹는 것도 지맘대로, 밀크만 먹으려들고, 샤방샤방 안하려고 하고, 겨우겨우 달래서 하게하면 이를 닦는게 아니라 치약을 먹어버리고, 놀려고만 하고, ‘노 프리스쿨, 노 프리스쿨’하면서 데이케어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아리의 아침식사,

오늘은 한식입니다.

꼬마김밥으로 유혹해서  억지로 앉혔습니다.

식욕이 좋은편인데 어떤 땐 안먹으려해서요^*^

 

 

 

 

 

저녁때 픽업 후에도 날마다 새로운 장소를 개발하느라 신경 쓰고 데리고 다니느라고 애를 쓰는데 돌아올 때 쯤엔 꼭 ‘할머니 뽁데!(할머니 안아주세요!)’ 그래서 할머닌 정말 힘들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은 다시 픽업하러 갈 때 스트롤러를 가지고 간다. 걸어가길 원해서 거리구경하면서 쫑알쫑알, 이것저것 만지고…, 뛰고, 달리고, 높은 데 올라가고… 그렇게 빈 스트롤러를 밀고 가기도 하지만, 어떤 땐 스트롤러 마저도 타지 않겠다고 하면서 안아달라고 조른다. 이그, 아리!

 

할머닌 늘 아리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거, 알지 아리?

엄마 없는 그 동안에 우리가 가 본 곳. 웰링턴 스트리트의 ‘카우 정원’ ‘엘리펀드 분수’ ‘뮤직 가든’ ‘씨엔 타워’ 그리고 ‘유니온 역’…. 앞으로도 우리의 코스개발은 계속 될 거야.^*^

 

 

 

 

 

요 표정 좀 보세요.

 안 먹으려 했던게 분명하지요?

지금 의자 위에 올라앉아서 자꾸만 딴지를 겁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장난을 계속하는 개구장이 아리랍니다.

 

 

김밥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그래도 김밥은 잘 먹습니다.

또 한 가지 아리가 잘 먹는 한국음식 된장쿠키!

한국에서 가져온 것인데 된장을 환으로 만든 겁니다.

아리가 달디단 서양식 쿠키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서양식 쿠키대신 된장을 먹이려고 그렇게 이름을 붙여놓고 먹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잘 먹습니다.

많이 줄까요? 조금 줄까요? 하면

많이 줄까요 하고 대답하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합니다

"하나 두울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어덜 아홉 여얼 얼하나...

그렇게 스물까지 올라가고

그 다음엔 스물하나 스물둘...하다가 마음이 급해져서

마구 건너뛰어 스물아홉 서른 서른어덜...하다가

써틴 퍼틴...하고 영어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리가 너무 사랑스럽답니다.

 

 

 

 

어제, 할머니가 너를 픽업하러 데이케어에 갔을 때 너의 모습이 어쨌는지 알어?

아기 베트콩 같았단다.^*^

어떻게 뛰어놀았는지 얼굴은 검으틱틱, 얼룩이 졌고, 눈만 똥그랗게 빤짝빤짝, 할머니를 보자마자 반가움에 쩌르르~ ,늘 그렇듯이 반가움에 몸을 떨면서 환하게, 그러나 울먹울먹, 웃음 반 울음 반의 일그러진 얼굴로 달려오는데, 이번엔 할머니 가슴이 쩌르르~

(어휴, 내 새끼! 할머니 가슴에도 눈물이 맺힌다.)

“잘 놀았어?”

묻는 할머니에게 무릎을 내보이고, 손짓을 해가며 발전한 ‘아리나라 말’로 한참동안 옹알옹알, 설명에 숨이 넘어간다.

“할머니, 여기 니 아우이, 응얼응얼, 디스 디스, 앤 디스 응얼응얼...에니멀 앤 디스 디스...”

(할머니 여기 무릎이 아파, 저기 정원에서 노는데 넘어졌어, 그리고 이것 이것,(차와 장난감들) 가지고 놀고 그리고 이 지도위에 동물들 찾아가기 했어.)

휴~ 이만하면 할머닌 ‘아리나라말’을 가장 잘 이해하는 명 통역가다!^*^

 

아리의 ‘아리나라말’도 많이 발전했다.

맨 처음엔 옹알이로 시작됐고, 그 다음엔 ‘앤 디스, 앤 디스로 시작 옹알옹알 하고 오케이?로 마무리를 하더니 요즘은 에니멀, 리사, 노 아우이, 안 나뻐, 등의 단어들이 섞인다. 그러면서 짤막한 문장을 완벽하게 말해서 놀래키기도 한다.

 

 

 

 

 

 

김밥, 노랑무, 방울토마토, 밀크, 부침개, 달걀프라이, 찐 고무마...

이 정도면 건강식이지요?

젓가락 사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리는 노랑무도 좋아하고 제 엄마를 닮아선지 한국식 부침개도 좋아합니다.

아직도 밀크를 컵으로 마시지 않고 버틀로 먹습니다.

고치려 하는데 잘 안되네요.

데이케어에선 쥬스를 컵으로 마시면서...

하긴 지금쯤 우유를 뗄때도 됐지요.

그러나 아리는 엄청 마십니다.

주로 소이밀크를 마시는데 데이케어에서 돌아와 다음 날 아침 데이케어에 갈 때까지

집에서 먹는 양이

946ml짜리 한 통 이상입니다.

어떤 땐 두통을 마시기도 합니다.

너무 많이 마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단맛에만 길들까 봐서 걱정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반 밀크와 반반 섞어서 줍니다. 물론 아리 모르게 하지요.

알면 안 먹겠다고 떼를 씁니다.

 

 

 

 

 

 

아리의 양쪽 정강이가 때가 묻어 검고 스친 자국들이 있었다. 다행이 피가 나지 않은 정도의 가벼운 스침이다. 바지도 억망이다. 아침엔 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울더니, 하루 종일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짐작이 간다. 다행이다.

 

“그랬어? 아유 우리 아리 그래서 울었어?”

“노우, 노 잉잉”

“정말?”

“예쓰!”

분명하게 발음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작은 베트콩, 할머닌 정말 가슴이 뭉클하다.

“할머니가 밀크랑, 토스트랑, 포도랑, 바나나랑, 그리고 베이글빵이랑 가지고 왔지.”

“와하하하하… 할머니, 웨어 스롤러?”

먹을 것을 가져왔다니까 함박웃음이 번지는 얼굴로 만족하게 큰소리로 웃으며 끄덕이더니 할머니의 등 뒤를 살핀다.

(스트롤러 어디 있어요 할머니?)

요사이 할머니가 데이케어에서 픽업한 후에 아리와 시내를 데이트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리가 안고 오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스트롤러를 가지고 가기 시작했더니, 오늘도 그걸 찾는 것이다.

“저기 문 앞에 있지, 오늘도 우리 시내구경 가자아!”

의기양양하게 문 쪽으로 앞서서 걸어가더니 스트롤러를 보고 또 한 바탕 와하하하 큰소리로 웃는 아리.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브론트”

“하버프론트?”

“예쓰!”

“오케이, 자 출바알!”

아리는 마냥 즐겁고 신이 난다. 그런 아리를 보면서 할머닌 마냥 행복하다.

 

 

 

 

 

젓가락은 아직 사용할 줄 모르는데

가끔 집는 시늉도 하고, 집으려고 시도하다가 안되면

이렇게 장난도 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코스를 바꾸었다. 거리에 나오니 바람이 너무 드세게 불어서다.

“오늘은 다른 데로 가자. 바람이 너무 많이 불거든. 하버프론트엔 내일 가자. 지금 하버프론트에 가면 아리가 아, 추워! 그래서 쿨룩쿨룩 감기 들지도 몰라.

아리는 선듯 양보하지 않고 할머니를 주시한다. 그저께 뮤직 가든에 갔을 때 다음엔 하버프론트에 가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왜 약속을 바꾸러 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아리.

“봐, 바람이 씽싱 불잖아, 아, 추워 그럼 안 되잖아.”

스트롤러 위에 앉아서도 머리칼이 날리고 짧은 바지와 짧은 소매의 얇은 티셔츠를 입은 아리가 약간 추운 것을 느끼고는 몸을 움츠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디로 갈까?”

“하나, 북, 둘, 기차 으음~”

(첫째 책, 둘째 기차 보러, 그리고 으음~)

아리가 책보기도 좋아하는 건 알지만 갑자기 거리에서 책이라고 하는 뜻을 잘 모르겠지만 기차는 안다. 기차도 워낙 좋아하니까.

“책? 책은 이따 집에 가서 보자. 대신 오늘은 기차 보러 가자.”

“오케이!”

그렇게 해서 유니온 역으로 가서 ‘스카이 워크(Sky Walk)’ 통로로 들어섰다. 두 번째다. 에스카레터 앞에서 오늘은 코스를 약간 바꿨다. 처음 갔을 때는 에스카레터를 타고 올라가서 바로 철길 위, 유니온 역의 플렛홈이 환히 보이는 통로에서 시간을 보내고, CN타워 쪽으로 나가서 르네쌍스 호텔 앞을 지나서 콘도의 뒷문으로 돌아왔었다. 그 자리에선 할머니가 새로 분양받은 콘도랑, 에어 캐나다 센터가 환히 내려다보인다.

오늘은 에스카레터를 타고 오르지 않고, 그 옆의 엘리베이터와 워시 룸이 있다는 사인보드를 따라 들어가 봤더니 거기 복도 끝 부분의 작은 공간, 안전하고 바람도 없는 실내인데다 지나가는 기차가 보이는 곳이어서 그곳에 자리를 잡았지.

거기서 할머니가 준비해간 밀크랑, 토스트랑, 베이걸 빵이랑, 사과랑… 먹으면서 놀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곤 했지.

그런데 아리!

“토스트 누가 만들었지?”

“아빠!”

맙소사, 할머니가 모두 준비한 건데 아리는 아빠가 했다고 한다. 요 빠빠보이!

“아냐, 할머니가 주었잖아? 누가 주었지?”

“아빠!”

이렇게 서너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다시 질문했더니 눈을 깜빡깜빡 생각하더니,

“할머니!”

하면서 씨익 웃는 아리. 이그 얄미운 아리!

 

 

 

 

아리의 서양식 식사입니다.

주로 주말엔 서양식으로 합니다

베이글빵, 달걀 후라이, 고구마전,방울토마도, 그리고 오리, 브르콜리, 피망 등입니다.

 

아리의 식성이 참 좋았는데, 작년 가을에 제가한국에 갔다가 봄에 돌아왔는데 그 사이 식성이 바뀌었답니다.

주로 달게 먹으려하고, 잘 먹던 한국식들보다는 서양식을 좋아하는 경향입니다.

또 편식 경향도 있습니다.

잘 먹던 김치도 빨아서 줘도 맵다고 안먹습니다.

가끔씩 상추잎에 족발을 조그맣게 잘라서 싸 먹이면 잘 먹을 정도였거든요.

성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됩니다.

 

그래도 된장은 찌게든 환이든 잘 먹어 다행입니다.

제 엄마가 어렸을때 그랬거든요.

된장, 깻잎, 김치전, 떡볶이...

완전 토종이죠^*^

 

 

 

 

 

8시경 돌아오는 길에 컨벤션 센터 앞을 지나오는데 자꾸만 들리자고 졸라서 들어갔지. 그곳에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긴 에스카레터가 있는데 그걸 타려고 그런 걸 할머닌 알지. 그런데 그 에스카레터 앞에 금줄이 쳐져있고 운행 중지여서 탈수가 없었단다. 고장이거나 아니면 지하층에 공사가 있겠지.

그런데 네가 다른 쪽의 에스카레터를 가리키며 가자고 하는 거야. 그럼 그렇지, 우리 아리가 그리 쉽게 포기할 리가 없지.

“대신 다이퍼 췐지 하고.”

할머니가 조건을 내세웠지만 선듯 응하지 않는 아리. 다이퍼 췐지는 아리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니까. 다이퍼가 무거워져서 다리를 벌리고 걸으면서도 바꾸기를 싫어하는 아리. 하지만 할머니도 강행군.

“다이퍼 췐지 안하면 아리 고추도 아우이, 똥꼬도 아우이”

그래도 대답을 안하고 머뭇머뭇 에스카레터 쪽으로 가는 아리.

“다이퍼 췐지 안하면 할머니도 안가, 할머니 혼자 갈거야”

그제서야 할 수없이, 그야말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를 가리키는 아리. 저 벤치에서 다이퍼 췐지 하자는 뜻이다.

 

2층으로 오르는 에스카레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대 여섯 번을 반복하고 밖으로 나와서 건물 앞에 있는 철제 조각품에서 또 숨바꼭질 장난을 하고(이미 전에 할머니랑 했기 때문에 아리가 잊을 리가 없다), 그리고 또 할머니가 새로 시작한 놀이, 스트롤러를 뒤로 많이 제켜서 아리가 누워있다 싶이 해서

하늘과 건물의 꼭대기를 보게 했더니 마냥 즐거워하는 아리.

“아리, 도도하니?”

할머니가 스트롤러를 눕혀서 끌면서 누워있는 모습의 아리를 보고 물으면 아리가 고개를 끄덕끄덕,

“아리, 웨이컵! 웨이컵 아리!”

아리가 잠을 깨듯 눈을 떠서 할머니를 바라보며 웃는다.

집에 올 때까지 그렇게…

돌아오니 8시 반이 넘었다.

 

 

 

 

 

아리는 베이글 빵이나 토스토도 잘 먹습니다.

땅콩버터를 주로 발라먹습니다.

땅콩 알러지를 없게 하기 위하여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먹여왔거든요.

야채 중에서는 요즘 오이와 브로콜리, 피망을 잘 먹습니다.

 

 

 

 

 

바로 2층의 샤워실로 직행. 샤워하고 돌아와서 놀다가 11시경에 도도, 그때까지 아빠는 오지 않았다.

휴우~ 긴 하루, 즐거운 하루였다 아리야!

 

그리고 오늘 오전엔 네가 아빠랑 함께 아빠친구들 깨우러 호텔로 갔지. 르네쌍스 호텔로 가기 위하여 콘도 뒷문으로 나갈 때 할머니가 발코니로 나가서 큰소리로 아리야~ 하고 불렀더니 아빠랑 아리랑 할머니를 올려다보면서 손을 흔들었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아빠에게 안겨서도 손을 흔드는 너의 모습이 조그만 점으로 보였단다.

 

그러고 나서 할머니가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제이형이 다녀갔단다. 할머니에게 이번 주 한국일보를 갖다 주러. 점심 먹고 가라고 했더니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서 신문만 주고 그냥 갔어. 하루 종일 서 할머닌 세탁을 세 통이나 하고 드라이어도 네 번이나 돌리고, 신문 정리하고… 네가 저녁마다 쉬를 많이 해서 젖는 침대 시트까지 모두 빠느라고 세탁기와 드라이어가 바쁘단다.^*^

그러면서 이렇게 쓰면서… 지금쯤 넌 아빠랑 아빠 친구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