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60-할머니에게 시간이 너무 없다!

천마리학 2009. 8. 10. 06:18

 

      할머니랑 아리랑 460

 

 

*7월 12일 일-할머니에게 시간이 너무 없다!

 

 

 

정말 할머닌 시간이 없어 쩔쩔 맨다. 하지만 누가 그 속을 알아줄까?

부르튼 입술의 딱지가 이제 거의 다 떨어지고 자국만 남아있긴 한데 아직도 그 자리가 약간씩 쓰리고 아프다. 영어학교에서 배워온 것도 복습할 시간은 커녕 잠시간도 부족하다.

그래도 어쩌겠니? 우리 아리랑 놀아야지. 귀한 우리 아린데.

오늘도 오스트랄리아에 있는 네 엄마가 스카잎으로 전화를 걸어왔지.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서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아직 어린 넌 잠시 ‘마미, 마미’하고 부르지만 한 자리에 결코 오래 머물지도 않고, 애달아 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아빠와 네가 외출을 했다. 처음엔 할머니와 같이 가려고 했지만 할머닌 이것 저것 일이 많아서 포기했다. 또 넌 ‘빠빠 보이’인 우리 아리에겐 아빠 혼자 돌보는 시간에 할머니까지 거들 필요 없잖아.

말 경기장과 겔러리아에 다녀왔다는구나.

“어디 갔다 왔어?”

“말, 홀쓰, 할머니 홀쓰, 디스. 아리 홀쓰 터치…”

종횡으로 그야말로 횡설수설 말하는 품새가 꼭 영어에 서툰 할머니가 영어말하듯 한단다.

“으응, 아리가 말을 만졌다고?”

끄덕끄덕. 봐, 할머니가 아주 잘 알아듣지? 아리말을 할머니만큼 알아듣는 사람이 어디있니?^*^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도 잠들기 전에 할머니와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지.

아리가 오늘 부른 노래는 ‘나비야’ 와 ‘파이브리틀 멍키즈’ ‘웟드유 씨’ 그리고 애창곡 ‘에이비씨’.

그런데 아리는 가사를 잘도 꿰어 맞추지.

“브라운 베어, 브라운 베어, 웟드유 씨,

아이 씨 어 방구 또옹!“

“뭐? 방구 똥이라구?”

할머니가 놀라는 시늉을 하면 아주 재미있어 까르륵 까르륵 웃으면서 또다시 다른 가사를 지어내곤 하지.

“에이비씨디 이에프지, 나비야 나비야 이야이야오~”

이것 저것 뒤죽박죽 만들어놓고 재미있어서 웃고, 할머니가 놀라주면 또 웃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잠이 올 무렵엔 할머니더러 노래하라고 하지.

“넓고넓은 밤바다에 누가누가 잠자나, 철썩철썩 파도 아래 아기진주 잠자지.

포근포근 할머니 품에 누가누가 잠자나~~~“

그러면 살포시 눈을 감고 듣고 있던 네가 대답을 하지.

“아리,”

“그러엄, 아리지. 포근포근 할머니 품에 누가누가 잠자나~~” 잠간 뜸을 들이다가 목소리를 바꾸어서

“도깨비가 잠자지이~”하면 잠결에도 귀를 쫑끗하는 것을 알 수 있지.

“노우, 도깨비는 안 돼, 도깨비는 가라, 모스키토도 안 돼. 모스키토도 가라. 할머니 손자 우리 아리, 예쁜 아리가 잠자지”

그 제서야 만족한 듯, 긴장을 풀고 할머니 품을 더 파고들어 잠속으로 들어가는 아리. 오! 귀여운 우리 아리!

 

어제저녁부터 인터넷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일이 안돼서 오늘 오전까지도 시간을 허비했구나. 그래서 너의 육아일기를 HTML로 만드는 작업이 아주 힘들고 시간을 많이 걸렸어. 오늘 오후에 스위밍 풀에도 할머닌 안가고 너와 아빠만 다녀왔지.

 

 

 

 

 

 

 

 

 

 

이른 새벽부터 잠이 깨어 같이 놀자고 조르는 바람에 잠도 충분치가 않아. 심지어 살며시 일어나 할머니가 화장실에 가면 용케 알고 깨어나 울면서 할머니를 부르지. 어디 그뿐이니? 잠자리에 들 때도

“할머니 쉬하고 올게”

해도 아리는 노우, 할머닌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지. 네가 잠든 사이에 몰래 몰래 다녀와야 해.

정말 할머니에게 시간이 너무 없구나.

 

요즘은 아리에게 정리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잘 안돼.

장난감들, 책들이 온통 널어져 있어서 거실이 억망이지. 그러나 놀고 난 후엔 깨끗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는데 쉽지가 않구나.

어제 밤에도 자러 갈 때 밀크 달라고 조르는 너를 유도하여 모자이크 판 몇 개를 완성하도록 해서 제자리에 두게 하면서 시간을 끌었지. 그리고 조금 남았을 때 밀크달라고 강하게 조르는 너에게 내일 다시 정리하자 했지.

그리고 오늘 새벽에도 일찍 잠이 깬 넌 할머니에게 같이 놀자고 보채었는데, 장난감들을 정리하게 하는 일은 쉽게 듣지 않았지. 모자이크 판 조각들을 할머니가 억지로 유도해서 했지만, 할 때는 잘 해도 흥미가 떨어지면 이내 고만이야.

지금 할머닌 잠이 부족하단다. 어제 밤 늦게 까지 너 잠든 사이에 나와서 블로그 작업을 했지. 그래도 너 때문에 잘 수가 없어. 이럴 때마다 네 엄만 그냥 자라고 하지만 그건 말뿐, 어디 그렇게 되니?

그러니까 아리야, 정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주렴.

그게 너에게도 좋고 할머니를 돕는 일이기도 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