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칼럼-오, 마이클 잭슨! 바보 같으니라구! 달나라에서 만나요.

천마리학 2009. 7. 7. 09:58

  

  

 

 

 

오, 마이클 잭슨! 바보 같으니라구! 달나라에서 만나요.

 

                                                권   천   학 (시인)

 

 

 

 

2009년 6월 25일, 심장마비로 사망!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이었다. 팝의 황제, 50의 젊은 나이, 영국에서의 대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그가 죽다니. 그의 느닷없는 죽음으로 온 세상은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 충격이었는데, 충격의 연속이다.

오, 마이클 잭슨!

나 또한 그의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그의 공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가 마술에 걸린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도 마술에 걸린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의 ‘문 워크’ 댄스를 흉내 내어보기도 했다. 스무드 크리미날(smooth criminal)에서 선보인 ‘더 린’(The Lean)의 앞으로 기울어지는 춤을 보면서 저게 도대체 사람의 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정도였다. 마치 인형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울어지는 그 춤을 추기 위해서 특수 구두까지 고안해냈다고 한다. 정말 팝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아니,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별로 팝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아는 것도 없지만 그의 무대는 늘 기대되는 것이었다. 한국공연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가끔 인터넷을 통하여 그의 노래와 춤을 감상하곤 한다. 말라깽이 몸으로 새털처럼 가볍게 무대를 날아다니는 그의 몸동작을 보면서 흥분한다. 질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죽다니, 아깝다. 아직 50이란 나이가 아깝고그의 재능과 천재적인 창의력이 아깝다. 너무나 안타깝다. 더 이상 그가 살아서 추는 유려하고 독특한 몸짓의 춤을 볼 수 없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 더 많은 노래를 만들어내고 춤을 고안해 낼 수 있는 그였는데. 그러나 더 이상 그의 노래와 춤을 즐길 수 없게 된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의 삶이다.

50kg의 체중, 텅 빈 위장, 수면제, 진정제, 마취제 등의 약물만 들어있었으며, 몸 곳곳에 나있는 주사바늘 자국과 상처들, 부러진 갈비뼈… 그야말로 그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있었던 셈이다. 몸만큼 정신도 망가졌을 것이고 따라서 생활도 망가졌다. 최근엔 은행으로부터 5억 달러의 빚까지 있다고 한다.

팝의 황제, 댄싱 킹, 누구도 이뤄내기 어려운 고지를 오랜 동안 점령한 신기록을 세우고서도, 아동성추행, 성형중독증, 실패한 2번의 결혼 등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그늘이 너무 짙다.

 

 

 

 

 

 

 

그가 백인을 흠모해서 피부를 하얗게 만든다는 비난도 있었다. 중독에 이른 수 차례의 성형으로 오히려 얼굴이 일그러져 마스크를 쓰고 대중 앞에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그의 성형중독도 알고보면 어릴 적 가혹했던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습이 싫어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찡하다.

피터 팬에 나오는 가상의 섬 네버랜드! 그는 그걸 꿈꿨다. 어른들의 간섭 없고 평화로운 어린이들만의 세계인 ‘네버랜드’를 평생의 목표로 삼은 그가 아동성추행으로 피소 당했다는 것은, 물론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았다곤 하지만, 뭔가 혼선일 수도 있다. 최근엔 그가 피부암에 걸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는 끊임없이 일어서고 끊임없이 무너졌다.

영국에서의 큰 공연을 실추된 그의 인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는다고 했다. 혼신을 다해 매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게 어디 인기회복 때문만이었을까? 그는 팝에 관한 한 천재적인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의 몸 안에 들끓는 천재성과 열정을 펼쳐 보이고 싶었을 것이고 그런 그에게 세상이 지운 짐들이 너무 무거워 힘들었을 것이다. 노래에 대한 열정, 그의 꿈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열정, 바로 그 열정으로 그의 몸을 태웠을 것이다. 춤추기에 맞는 체중을 유지하기 위하여 하루에 딸기 3개로 견디었다니 그가 얼마나 뜨거운 열정으로 일어서려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인기나 인격의 회복은 그 다음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욕망과 열정은 곧 그 사람이 사는 이유이며 목적일 것이다. 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단 한편의 좋은 시, 마음에 드는 시를 쓰기 위하여 날밤을 새우기도 하고, 고민하고, 능력없음을 한탄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나이까지도 걸림돌이 되는구나 하고 잠을 설친다. 누가 내 시를 과연 알아줄 것인가? 몇 사람, 소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뿐이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불명예는 아니지만 대단한 명예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 편의 시, 그 최후의 시를 쓰기 위해서 고뇌하는 나 같은 시 동지들이나, 한편의 소설, 최후의 소설을 쓰기 위해서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고 있는 작가들은 알리라. 공감하리라.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삶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지치지 않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오해나 편견, 악성루머나 모략, 실수나 실망으로 좌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불면을 겪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거나,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그대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열정의 불길에 자기 자신을 태워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사례를 이전에도 흔히 보아왔다. 그를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 열정을 다 태우지 못한 채, 자신의 열정의 불길에 자신의 삶을 태워버리고 만 불의의 사고를 깊이깊이 안타깝게 생각할 따름이다. 끝내 이루지 못한 팝에 대한 열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끝내 이루지 못한 네버랜드처럼.

아울러 목표를 향한 열정의 불길에 스스로 타버리는 일이 없도록 몸이나 생활 모두를 건전하게 관리해야 함이 열정의 첫째 조건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되면서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오, 마이클 잭슨! 바보같으니라구!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을 마이클 잭슨, 그라고 못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더더욱 바보 같으니라구, 알면서도 끌려들어가는 늪 같은 세상, 그럴수록 몸관리 잘 했어야 하지 않는가? 세상이 지워준 티끌 같은 욕망과 잘못된 시선에 목이 졸려 잠 못 이루고, 약에 의존해야할 만큼 흔들려서 끝내는 생을 마감해버린 바보!

자신의 몸속에 들어있는 끼와, 맞지 않는 세상과, 싸우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이제 그가 늪 같았던 세상을 벗어나 달나라로 갔으니 그곳에서 평화롭기만 바랄뿐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오, 마이클 잭슨!

이제 무중력의 달나라에 도착했으면 특수 구두 없이도 기울어지는 춤을 추고, 새처럼 가볍게 가볍게 ‘문 워크’도 추세요. 그리고 마음의 짐 훌훌 벗어버리고 마음껏 노래 부르세요. 달 밝은 밤이면 춤추고 노래하는 당신의 모습을 달 속에서 볼 수 있게요.

 

꼭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