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43-샤방샤방과 아리의 애교! 할머니 에쁘다!

천마리학 2009. 6. 30. 02:00
  할머니랑 아리랑 443

 

 

*5월 12일 화-샤방샤방과 아리의 애교! 할머니 에쁘다!

 

 

 

 

요즘 다이퍼를 갈 때마다 할머니가 곤욕을 치르지.

왜냐구?

아리가 싫어하는 일이 바로 다이퍼 가는 것, 그리고 '샤방샤방'이지. '샤방샤방'은 이 닦는 일. 일반적으로 '치카치카'라고 하지만 그 소리가 너무나 강력해서 이를 너무 세게 닦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부드럽게 '샤방샤방'으로 바꿨지. 치과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는 부드럽게 닦는 것이 좋다는구나.

 

밤에 다이퍼가 흠뻑 젖어서 속바지는 물론 침대시트까지 젖어도 다이퍼만 갈려고 하면 노우! 낮에도 마찬가지. 더구나 응까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라서 할머니가 항상 애를 먹지. 참 우리 아리 응까 할 땐 특별해지지.

어떻게?

갑자기 심각해지지. 조용해지고 침대 모서리나 옷장 옆, 테이블 옆 등의 구석진 자리를 찾아가 조용해지거든. 표정이 아주 심각해.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하지 않지. 할머니가

"아리, 응까하니?"

하고 물어도 선뜻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는 거야. 어딘가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늘 할머니가 너를 안심시키느라 다둑거리곤 한단다.

"아, 응까하는 구나. 천천히 하렴. 괜찮아. 으응, 하고 힘주어봐, 괜찮아…"

그제서야 다소 안심인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힘을 주곤 하지.

 

 

 

 

 

아저씨 누구세요?

CBC방송국 앞의 조각상에서.

 

 

 

 

게다가 겨우겨우 설득하여 다이퍼 갈 때도 늘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하려고 하지. 한동안은 옐로우 덕(노랑 오리그림이 있는 다이펴)만을 해달라고 하더니 요즘은 또 엘모 블루(어린이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물이름)를 해달라고 하지. 지난번엔 예로우 덕이 없어서 한 장 있는 걸로 너를 속이기도 했단다. 너에게 보일 때는 그거 한다고 해서 너를 눕혀놓고 막상 갈 때는 얼른 바꿔치기 했지. 미안! 아리! 하지만 할머니가 너를 나쁘게 하려고 한 게 아니고 그런 다이퍼가 없으니까 어쩔 수가 없었단다.^*^

 

'샤방샤방'도 아주 하기 싫어해서 엄마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이지. 하지만 네가 싫어하니까 온갖 쇼를 해야 한단다.

또 손 씻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 요즘은 특히 스와인풀루(멕시코 독감) 때문에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도 네가 하지 않으려고 해서 이때도 마찬가지로 할머니가 쇼를 하며 한 바탕 난리를 치느라 지치곤 한단다.

으이구!

 

다이퍼 가는 일, 샤방샤방, 손 씻기는 꼭 해야 하는 일인데도 가장 싫어하니까 걱정이지만 그래도 곧 좋아지리라 고대한단다.

 

또 요즘은 그 동안 입던 검정색 골덴 바지를 갑자기 싫어하는 거야.

"디스 바지, 스케어, 스케어"

늘 입던 것인데 갑자기 그러기에 비슷한 색으로 무릎에 브라운 베어가 수놓인 바지를 입히려고 했더니 마찬가지 이유를 대면서 그것도 싫다는 거야.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어.

 

 

 

 

 

아빠, 나, 아저씨 모습이랑 똑 같죠?

아리는 아빠를 닮아선지 흉내를 아주 잘 낸다.

그리고 매우 익살스러워서 '코미디언'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지금 할머니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은 아리 네가 자아가 생기기 때문일 거야. 몸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자라는 거지. 그러므로 한 때의 현상이라고 생각해.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하는 아리가 가끔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단다. 사실 아리 때문에 항상 행복하지만 말야.

언제냐고?

아리가 두 손으로 할머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할머니 에쁘다! 할머니 에쁘다!"

할 때.

그리고 어떤 땐 할머니 얼굴에 뽀뽀를 퍼 붓지. 눈, 코, 입, 뺨…, 그리고 혀를 내밀고 할머니와 혀뽀뽀도 하지.

자다가도 잠결에 '할머니~'하고는 할머니에게 뽀뽀를 하고, 할머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할머니 에쁘다~' 하고는 편안한 듯, 만족한 듯 잠이 들곤 하지.

정말 얼마나 감성적인지 몰라. 애교덩어리 우리 아리!

네가 할머니 머리를 쓰다듬을 때 할머니 머리카락이 오히려 어수선해지지만 네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행복한지 모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