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40-5월 7일 목-오픈 데이케어, 수줍기만 한 아리!

천마리학 2009. 6. 17. 04:57

440

 

    할머니랑 아리랑 440

 

*5월 7일 목-오픈 데이케어, 수줍기만 한 아리! 

 

 

 

어제 오후엔 엄마아빠가 데이트하는 날이어서 할머니가 너를 픽업했지.

요즘 밀크만 주로 먹고 밥을 안 먹는 너를 위해서 미리 불고기를 준비해놓았지. 데이케어에서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기차보러 가자고 조르는 너에게 집에 가서 냠냠 맛있게 먹고 가자고 설득하느라 할머니가 진땀을 뺐단다.

 "일, 먼저 집에 가서 할머니랑 맛있게 고기랑 밥이랑 냠냠 먹고, 이, 그 다음에 할머니랑 함께 고우 아웃하자, 알았지?"

네가 또 아리나라 말로 손짓눈짓 섞어가며 대답했지.

"하나, 응응 끙끙끙 냠냠 둘, 응응 고우 아웃, 기차, 기차아저씨, 하이! 할머니랑 아리랑 오케이?"

(1, 지금 저쪽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먼저 가서 밥 먹고,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복도로 가서 밖으로 가서 기차도 보고 기차 아저씨랑 하이~ 손 흔들어요. 할머니랑 아리랑 오케이? ) 

그렇게 겨우 달래어서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얼마나 고기를 정신없이 잘 먹는지 할머니가 천천히, 꼭꼭 씹어, 천천히…할 정도였단다. 고기국물에 만 밥도 몇 숟갈 먹고…,

고기를 얼마나 잘 먹는지, 할머니 기분이 흐뭇했지.

 

 

아빠차를 대신 운전하겠다고 떼를 썼죠.

아빠! 순서대로예요. 제가 먼저 올라왔으니까 제가 운전해도 되잖아요!

 

 

 

어제 아빠가 만들어놓은 쿠키도 몇 개 싸고 밀크병과 물병을 준비하여 지우누나네에게 이번에 받은 네 배낭에 넣어서 할머니가 들었는데 네가 지겠다고 해서 네 등에 메어줬지.

배낭 맨 네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모두 말을 걸고 웃어주기도 했지.

 

7시경, 약속대로 밖으로 나가서 블루제이 로드의 다리를 건너고, 로저스 센터 앞을 통과해서 르네쌍스 호텔 앞 쯤 갔을 때 마침 고우 추레인이 와서 구경하고, 시엔타워로 가서 주변의 공원에 갔다가 산책 나온 개도 만나고, 갈매기도 보고, 큰길에 세워져있는 빅버스의 기사아저씨하고 인사도 나누고, 씨엔타워의 엘리베이터로 올라와 프론트 스트리트 쪽의 터널다리 위에서 놀다가 기차를 또 보고…  

9시가 거의 다 돼서 돌아왔는데 엄마아빠는 아직 오지 않고.

우리는 씻고 잠자리에 들었지.

사실 요즘 아침이면 늦잠 자는 아리 너를 일찍 자는 습관을 들게 하려고 더 피곤하게 한 거야.

9시 20분쯤, 네가 잠든 후에 엄마아빠가 돌아왔더구나. 우린 그대로 자버렸지.  

 

 

 

제 운전 폼 괜찮죠?

 

 

 

그리고 오늘 오후 3시, 할머니가 데이케어에 갔어. 학부모들에게 데이케어를 공개하는 날이거든.

다른 엄마들도 여럿 왔지.

할머니가 갔을 때 넌 원탁에 친구들과 마주 않아 치즈와 사과쥬스를 먹고 있었는데 할머니를 보자마자 "할머니, 할머니~"하더니 삐죽삐죽, 반가움에 울음을 터트리는 거야.

치즈 조각은 먹지 않고 들고 있던 사과쥬스를 더 달라고 하기에 네가 직접 말하라고 했지. 그런데 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매우 수줍어하면서 말하니까 바쁘게 오가는 리사 선생님이나 미쓰 캐런도 듣지 못했어. 계속 직접하라고 하니까 컵을 들고 씽크대 앞에 있는 니사 뒤로 가서 "니사, 모어 에플 쥬스!"하는데 목소리가 작아서 못 알아듣는 거야. 몇 번 반복해서 결국 쥬스를 받긴 했지만, 그 양이 적더구나. 5분의 1쯤 되는 분량씩 따라주니까 평소에도 잘 먹는 아리, 너는 단숨에 들이켜버리고 '모어' '모어'를 계속했지.


아리야, 넌 너무 수줍어. 더 어렸을 땐 그러지 않았는데.

우리가 요즘 늘 염려하는 것이지. 오늘도 그걸 확인했단다. 말할 땐 항상 씩씩하게, 사람들을 만나면 활발하게 말하라고 해도 되질 않았어.

성격이 그런 건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직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될 수 있는 대로 씩씩하고 활발해졌으면 좋겠구나.


 

여기는 블루제이 어베튜 브릿지.

기차보러 왔어요.

할머니랑 함께 자주 온답니다.

제가 손을 흔들면 기관사 아저씨도 손을 흔들어주곤 하지요.

그리고 여기서 다람쥐도 본답니다.

 

 

 

일찍 너를 데리고 데이케어를 나왔지.

어제처럼 기차를 보러 갔지. 씨엔 타워 쪽으로 가서 광장에서 갈매기도 보고,  공원에서 놀기도 하고, 유니온 역 쪽 브릿지에서 기차도 보고, 로저스센터 주변을 돌며 놀고, 르네쌍스 호텔에 있는 카페에도 들어갔지.

거긴 왜 들어갔을까?

네가 자꾸만 들어가자고 했잖아.

지난번에 엄마아빠랑 야구구경 갔을 때 커다란 다이너 소어 아저씨가 너를 안아주고 뽀뽀도 해준 일을 기억하고 있어서 지금도 거기 가면 그걸 볼 수 있는 걸로 아는 거야. 하지만 오늘은 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텅 빈 상태였지. 너를 기억하는 카페 아저씨가 웃으면서 창 쪽으로 가서 보라고 하더구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지만 언제나 놀기 좋아하고 에너제틱한 우리 아리는 항상 부족해 해서 늘 "내일 또 오자!"하고 달래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