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철원평야 2 . 헛된 약속의 땅

천마리학 2009. 6. 26. 11:21
 
 

<시>

 

철원평야 2 .  헛된 약속의 땅


                      권     천     학(시인)




   온몸이 통째로 슬픔의 귀가 되는

   약속의 땅

   사지(四肢)가 찢겨나간

   자유의 토막들이

   아직도 채워진 수갑을 못 푼 채

   조국을 부르는 소리


   노동당사의 지하실에 갇힌 피울음을

   하늘로

   하늘로 퍼내는

   죽지 찢긴 솔개미

   탱크 바퀴에 깔렸던 풀잎들은

   소리 없이 일어서고

   참호마다

   싸늘하게 내려앉는 어둠은

   병사의 가슴을 관통 시킨다


   북녘의 바람은 아직도

   좌표를 잃은 채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마른나무 가지에 걸려 연(鳶)이 되고

   족쇄 채워진 소망을 두른 채

   떨고 서 있는

   겨울나무의 숨소리


   반세기가 넘도록 어김이 없이

   해마다 봄여름가을겨울 흘러갔어도

   아직도 겨울로만 머물러 있고

   여전히 강물은 서해로 가고

   백두산과 금강산은 있는 그 자리 그 모습으로

   민족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도

   서로 다른 눈짓과 손짓으로

   지켜지지 않는 약속

   구호 속에서만 살아있는 희망

   아직도 모아지지 않는 한 마음 한 노래



 

 

왜 이리 6월이 한심할까?

 

뭐 주고 뺨 맞는 격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누구를 원망하거나

 

더 이상 누구를 믿거나...

 

그런 일, 그 바보 같은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권천학의 시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출  (0) 2009.08.10
시-어머니  (0) 2009.07.05
철원평야 1 . 달라진 것 없다  (0) 2009.06.13
시-6월의 노래  (0) 2009.06.07
시-5월, 장미의 이름으로  (0) 200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