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6월의 노래

천마리학 2009. 6. 7. 01:23
 
 

 <시>

      6월의 노래

 

 

              권     천     학(시인)


 

       호박꽃 초롱에 개똥불 밝히고

      남몰래 외로움을 키우던

      아들아

      청보리 익히는 바람결에

      역사의 늪은 깊어만 가는데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유월의 들녘에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소리

      산과 들 어디에도

      뼈를 깎는 소리

      오장이 떨려 말할 수 없어


      초여름 보리 누름에 오금이 쑤셔

      밭둑길 내닫던

      아들아

      보리 고개 허기를

      샘물에 동동 타 마시고

      청올치 질긴 가닥으로 살았던

      우리네 목숨

      누구라도

      삐비꽃 피는 언덕에서

      풀꾹새 우는 소리를

      눈물로 듣지 않으려

      잡초 우거진 골에

      속절없이 바람만 불어


      개구리 논빼미 물코 터놓고

      눈물 고인 목울대 씻어내어도

      아물길 없는 그날의 아픔

      아카시아 꽃자리 메꾸며

      차오르는 나이

      언젠가

      그 언젠가 돌아와 서야 할

      그대들의 자리

      벼가 자라고 있는 들녘에 서면

      살아있는 목숨이 부끄러워

 

 

 


 

 

아 6월!

보릿고개 끝에 오는 6월!

6,25 그리고 6월 항쟁…

남과 북은 여전히 남과 북이고,

아직도 곳곳에 꺼지지 않고 있는 불길

59년전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54회 현충일, 

히끗히끗해진 머리로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되살리는 할머니,

어린 딸에게 증조할아버지 시절의 한국전쟁을 이야기 해주는 젊은 부부의 모습.

따뜻하고 해맑은 햇볕 아래의 풍경이지만, 결코 평화롭게만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도 경찰의 폭력 시위진압과 강제 구속이 계속되고, 

그 폭력의 앞줄에 우리의 새파란 젊은이들을 세웠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꽃같은 젊은이들이 목숨바쳐 구해낸 나라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하는 어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오늘을 생각하면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6월은 왜 자꾸만 부끄러워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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