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철원평야 1 . 달라진 것 없다

천마리학 2009. 6. 13. 05:58

 

 

<시>

     철원평야 1  ' 달라진 것 없다


                        권     천     학(시인)



       텅 비어 있었다

          다만

          기다림에 야윈 억새풀과

          매서운 북풍과

          겨울을 쪼는 갈가마귀떼와

          빈 들녘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는

          허수아비 뿐


          아무도 없었다

          다만

          검게 끄슬린 채 뿌리 뽑힌 주춧돌과

          들 곳 없어 떠도는 기적소리와

          언 땅 밑에서 뒤척이는 해골의 신음소리와

          빈 가슴

          그리고 

          그것들을 기억하는

          아픈 세월 뿐


          피의 뿌리 같아도 서로 다른 이데아

          피의 색깔 같아도 서로 다른 꿈

          뜻이 달라져서

          말이 달라지고,

          말이 달라져서

          서로 알아듣지 못하고

          가까운 듯

          서로 멀어지고

          먼 듯

          서로 가깝고 싶으나

          서로 다른 속 감추고 하는 줄다리기


          여전히 이어지지 않은 철길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바람의 행선

          여전히 숨어있는 모종의 역사

          여전히 자라고 있는 아픔

 

 

 

 

 

 

 

<메모>

 

누구는 북한이 절대로 남한을 상대로 핵을 쏘진 않는다고 한다.

누구는 아니라고 한다.

누구는 우리나라 군병력과 기술이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

누구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한다.

누구는 우리가 그들의 전쟁야욕을 도왔다고 한다.

누구는 모르는 소리라고 한다.

분분하다,

뜻도 길도 분분하다.

그런 속에서 어찌 안심할 수 있을까?

그런 속에서 어찌 서글프지 않을수 있을까?

생각하면 우리의 현실이 참 서글프고 한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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