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어머니

천마리학 2009. 7. 5. 06:26

시-어머니

 

 

 

 

어머니


                권     천     학


 

땀 젖은 베적삼에 올올이 배인

한숨일레

정한수 흰 사발에

말갛게 씻긴 세월


저승길도 넘나드는 치성으로

어둠을 닦아내고 추위도 몰아내고

무명실 굵은 물레에서

비단정성 뽑는 이여


온갖 푸성귀 고루 심은 텃밭에서

참깨꽃 아욱꽃 때 맞춰 피어내고

자고나면 움트고 키 크는 새끼들 보듬으며

헤진 치맛단 굵어진 손마디

마다 않고 내어주고

설익은 풋것 올바르게 맛 들이느라

속속 깊게 뜸 들여 익히고

가믐 들어 메마를까 홍수 들어 넘칠까

늘어나는 이랑만큼 늘어나는 주름살도

마다 않고 눈물 채워 넣느라

꿈도 잠도 설친 평생

오지랖에 묻어두고

호미 끝에 다져 심은

한 톨 씨앗 거두기에

허리 휘는 고개마다 햇살 같은 웃음


이 한 몸 치수보다 넉넉한 마름질로

치마폭에 싸인 세월

언제나 편안한 사랑일레


삼동의 긴긴 밤을 온갖 아픔 다듬어서

샘 깊은 속사랑

고즈넉한 자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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