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지바후꾸꼬 나의 어머니

8회-제3부 벚꽃나무 아래서 (1)

천마리학 2009. 6. 8. 13:26
 
 

   8회

제3부 벚꽃나무 아래서 (1)

 

 

 동혁이 동경유학을 마치고 다른 직업을 원했음에도 조선인인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몇 달의 고민 끝에 다시 교단에 설 수밖에 없다고 느꼈을 때, 이제껏 버텨 온 창씨개명의 반대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성을 버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가네다’ 라는 일본성까지도 감수해 내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오수 소학교로 발령을 받고 동혁은 정말 인연임을 알고 웃어버렸다. 이미 일 년 전에 후꾸고도 그 학교로 전근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애기 집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무척 좋아했다. 이제는 자랑스러운 아들을 늘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부엌으로 장독대로 돌아다니는 어머니의 발걸음이 어느새 산바람이 나 있었다.

 “어머이는 뭣이 그렇게 좋단가요이?”

 막내가 밥 솥에 불을 때며 볼멘 소리로 묻자 오랜만에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늬 오래비한테 얼마만에 내 손으로 따뜻한 밥을 해주는 건디.... 오늘이 첫 출글 아녀?”

 그러자 막내는 입술을 뽀루퉁하게 내밀며 애꿎은 솔가지만 ‘탁탁’ 부러뜨려 활활 타오르는 불 속으로 밀어넣었다.

 어머니가 흥흥 냄새를 맡더니 무쇠 솥뚜껑을 열었다.

 “이게 뭐여? 밥이 요로코롬 타도록 불을 땐당가?”

 막내가 들고 있던 부지깽이를 빼앗아 그녀의 등을 한 번 후려치자 쏜살같이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동혁은 탄내가 난 아침식사를 하며 전혀 내색하지도 않고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멀어져 가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에게 칭얼대는 갓난아이를 업고 나온 앞 집 할머니가 다가오며 말을 건네었다.

 “인자는 장가도 보내야 것구만이.”

 “글씨요이. 워디 마땅한 처자가 있으면 서둘러야 것써요. 동네 지 친구덜은 모두 아범이 되었당께요이.”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할머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수 소학교는 측백나무가 교정을 감싸듯이 둘러싸여 있었고 정원수도 예전처럼 잘 다듬어져 있었다.

 운동장 한 켠에 늘어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잘 어울려 보았다.

 동혁은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교직원들에게 인사했다.

 교장실로 들어가서 새로 부임한 가네다 선생이라고 인사를 하자 나가마스 교장은 알고 있다며 반갑게 손을 내밀어 맞압아 주었다.

 “이 학교 졸업생이라고 들었는데 맞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눠야지요.”

 나가마스 교장과 함께 동혁이 교무실로 나왔다.

 

 

 

 

 

 

 

 

 그 때 문을 열고서 후꾸고가 들어오며 동혁을 보고 그만 눈이 동그레졌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김 선생님.”

 후꾸고가 그에게 묻자 나가마스 교장이 대신 대답했다.

 “이젠 김 선생이 아니고 가네다 선생입니다.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는데 두 분이 구면이신가요?”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묻자 후꾸고는 대답했다.

 “네,부안 소학교에서요.”

 “아, 네.... 지바상 옆자리가 전근으로 비었는데 가네다상이 앉으시죠.”

 나가마스 교장이 후꾸고의 옆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예.”

 후꾸고가 자리에 앉아서 동혁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가 저리에 앉은 지 몇 분이 지나 종소리가 들려왔다.

 “월요일이라 운동장에서 조회가 있어요.”

 후꾸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말했다. 동혁이도 일어나서 교사들과 함께 운동자으로 나갔다.

 각 반별로 담임 교사들이 장난치는 아이들 사이로 오가면서 줄을 맞추는 모습을 보며 동혁은 웃고 말았다.

 구령에 맞추서 아이들이 바로 서서 단상 위로 오르는 나가마스 교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에 대한 경례를 마치자 나가마스 교장은 아이들을 돌아보며 새로 부임한 동혁을 소개했다.

 “좋은 월요일 아침이다. 여러분들에게 가네다 선생님을 소개하겠다. 선생님은 이 학교 졸업생이시다. 앞으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잘 하길 바란다.”

 교장선생님이 소개를 끝내고 내려오자 동혁은 그에게 인사하고 단상에 올랐다.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 좋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서로 도우며 함께 공부하기로 하자.”

 동혁이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내려오자 아이들 사이에 술렁거림이 일었다.

 “조용히 해! 모두 교실로 향하여 앞으로 갓!”

 다나까의 큰소리에 모두 입을 다물었고 뒤이어 나온 행진곡에 맞추서 교실로 들어갔다.

 교장과 교사들은 모두 교무실로 들어갔고 텅 빈 운동장 앞쪽에는 자운영 꽃밭이 아름다웠다.

 동혁은 오 학년 담임을 맡아 첫 시간에 서로 자기 소개를 했다.

 “여러분들과 만나서 공부를 하게 되어 기쁘다. 대부분의 이름이 일본식 발음인데 모두 일본인인가?”

 “아닙니다. 나가오쨩만 빼놓고 모두 조선인입니다. 선생님.”

 반장의 대답에 한 아이에게 모두 시선이 가서 멎었다. 나가오쨩은 동혁을 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모두 사이좋게 지내도록.... 올 일 년만 지내면 졸업이니까 말이다.”

 “우리 학교 선배시라는데 정말입니까?”

 “맞다. 그때에는 공립 보통 학교였었지.”

 질문했던 아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거 봐라는 얼굴이었다.

 “대단하신데요? 공부를 그렇게 잘하셨어요?”

 “.... 여러분들도 할 수 있어요. 첫 수업은 사수 시간입니까?”

 “예.”

 동혁이 산수책을 펴고 수업을 했다. 종이 울려도 끝나지 않아 후꾸고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복도로 나온 동혁이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 반 음악 시간에는 오 학년 남자아이들이 풍금을 옮겨다 주었거든요.”

 “그럼 진작 문을 두드리지 그랬습니까?”

 동혁은 아이들에게 지바 선생님을 도와 풍금을 옮기라고 말했다.

 “고마워요.”

 “고맙긴.... 수업 마치면 교실로 가겠소.”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후꾸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걸어갔다.

 이 학년을 가르치는 후꾸고는 교실에서 풍금을 치며 아이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었다.

 오 학년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동혁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가마스 교장은 학교 안을 돌면서 수어을 하는 교사들을 유리창 너머로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교 시간이 되어서 오 학년 아이들까지 모두 돌아가버린 교정은 썰물이 빠져나간 듯이 적막했다.

 후꾸고는 자운영이 만발한 운동장 한 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드르륵 문이 열렸다.

 그녀는 발자국 소리만으로 동혁이 걸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습니까?”

 그제야 후꾸고는 동혁을 마주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다시 교단에 서겠다는 말씀 없었잖아요.”

 “난 교사가 천직인가 봅니다. 조선인에게는 자신의 꿈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소.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그 맑은 목소리가 가득 찬 운동장이 그렇게 그립지 않겠소?”

 후꾸고의 곁에 서서 그는 함께 운동장을 바라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여 ‘쿡’하며 웃었다.

 “아니? 왜 웃는거요?”

 “그냥요.... 오래 전 일이 생각이 나서요.”

 동혁은 그 말의 의미를 곧 알아차리고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삼 학년의 모리무라가 열린 문으로 들어오려다가 두 사람이 서 있는 뒷모습을 보고는 얼른 돌아갔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종소리가 텅 빈 운당장에 가득 찼고 여기저기 교실문을 열고 복도를 걷는 교사들의 발소리가 모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도 교무실로 걸어가서 조금 사이를 두고 들어갔다.

 모두 제자리에 앉자 교장실에서 나가마스 교장이 나와 앉아서 간단한 종례를 마치고 말했다.

 “오늘은 가네다 선생을 위한 조촐한 환영회가 있겠습니다. 같이 퇴근을 합시다. 오늘 숙직이 누굽니까?”

 교장이 마주보며 앉아 있는 교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접니다.”

 “이노우에 선생은 나중에 가네다 선생과는 두 분이서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예, 교장선생님.”

 이노우에의 목소리가 활기에 차 있다고 동혁은 생각했다.


 교장선생을 중심으로 모두들 유쾌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동혁은 먼저 술잔을 교장에게 올렸다. 그는 기분 좋게 받고 이내 그에게도 술잔을 돌려 주며 이야기했다.

 “가네다 선생, 잘 부탁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부탁을 드려야 마땅합니다. 교장선생님.”

 동혁이 인사를 하며 술잔을 받아 몸을 돌려 술을 마셨다.

 “지바 선생은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아요.”

 나가마스 교장의 질문에 후꾸고가 당황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오늘 저녁식사를 혼자 하지 않아선가?”

 “네.”

 후꾸고의 대답에 모리무라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모리무라 선생은 에이이찌 선생과 언제 결혼할거요?”

 “가을쯤에요. 전주로 전근시켜서 자주 만날 수 없게 만드셨잖아요?”

 그녀의 볼멘 목소리에 나가마스 교장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내가 정말로 보낸 줄 알겠구만요. 나.... 아닙니다.”

 나가마스 교장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교장선생을 보며 모리무라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버렸다.

 마쓰우라는 묵묵히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마쓰우라 선생은 왜 그리 심각하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교장의 물음에 뭔가 잘못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마쓰우라가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했다.

 “우리 다 함께 잔을 듭시다. 그리고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로 합시다.”

 모두 열 명 정도의 작은 수였지만 분위기가 좋음을 동혁은 알 수 있었다.

 

 

 

 

 

 


 동혁과 후꾸고는 어느새 그녀가 자취하는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길 양 곁으로는 이제 풋풋하게 막 보리가 자라고 있었다.

 “보리밭이에요. 바람이 불 때면 이리저리 휩쓸리는 게 아름다워요.”

 “후꾸고가 언제 그렇게 되었소?”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그가 말했다.

 “조금씩 조선을 이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저번에 만날 때 말하지 않았죠? 학교로 다시 돌아온다고....”

 후꾸고가 그를 마주보며 이야기했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너무 놀랐소?”

 “그럼요. 또 같은 학교잖아요. 그래도 반가웠는걸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가 말했고 동혁이도 걷기 시작했다.

 “마쓰우라는 어떤 사람이요?”

 “뭔가를 늘 생각하죠. 교장선생님은 그에게 철학자라는 별명을 붙어주었죠.”

 “그의 첫인상에서 알 수 있었소.”

 다리 위를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유난히도 밝은 달이 비치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 졸졸거리며 물결 사이로 달은 수없이 부서지며 흐르고 있었다.

 “이번 가을엔 우리 결혼을 해야지 않겠소?”

 동혁이 그녀의 얼굴을 달빛 아래서 두 손으로 받쳐 보며 이야기했다. 후꾸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직.... 집에 말도 못했는걸요?”

 그녀의 모기만한 작은 목소리였다.

 “나도 마찬가지요.”

 동혁은 말없이 후꾸고를 가슴에 안아 주었다. 그녀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만나고 싶을 땐 내 책상과 지바상 책상 한가운데에 학습보도안을 놓겠소.”

 “어디서 만나죠?”

 “이 다리 위에서. 어떻소?”

 “좋아요.”

 후꾸고의 목소리가 다시 명랑해졌다.

 “어서 갑시다.”

 “네.”

 다리를 건거 동혁은 그녀를 문밖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을 후꾸고는 오래도록 보고 있었다.


 남애기 동구밖에는 어머니가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길가 풀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동혁의 발소리에 벌떡 일어나더니 달빛 속에 드러낸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리 늦는 거여? 여적 지둘렸구만이.”

오늘 교장선생님이 저녁을 사셨습니다. 나와 계시지 말아요. 제가 어린앱니까?“

 동혁은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집을 향하여 걸었다.

 “누가 너더러 어린애랴. 인자는 집에 왔응께 따순밥 해 먹일라고 그러잖여.”

 “알겠습니다. 어머님.”

 어둠 속에서 어머니의 손을 통하여 전해 오는 따뜻한 마음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란디....”

 “말씀하십시오, 어머님.”

 “말여. 늬 장가를 서두려야 것는디, 늬 소핵교 친구덜은 모두 아버지가 되었는디 유독 너만 아적도 장갈 못 갔잖여?”

 동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후꾸고와 가을에 식을 올려야겠다는 말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다.

 당신의 아들이 일본 여자를 아내로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어머니의 절망과 분노는 얼마나 클 것인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난 아직도 그녀를 진정 사랑하지 못하는가?’

 “어여 들어가자이.”

 그는 자문하면서 말없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대문을 들어서고 말았다.

 “출출허잖냐?”

 “아닙니다, 어머님 쉬십시오.”

 두 사람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안방에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다녀왔습니다.”

 “오냐. 피곤할 텐데 어서 쉬거라.”

 “안녕히 주무십시오.”

 동혁은 그이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정갈하게 손질된 이불 속에 누었다.

 ‘늬 장가를 서둘러야 겄는디....‘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나의 사랑이 부족한 탓이야. 그리고 우린 이런 시련은 극복해야 하잖는가? 내가 이렇다면 그녀는 오죽하겠는가?’

 그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잠을 청했다. 환영회에서 술을 마셨는데도 그의 머릿속은 더 맑게 깨어 오고 있었다.


 

 

 

 

 

 

 

 

 종이 울리고 교무실에 들어온 교사들이 제자리로 가서 앉는다. 교장실에서 나온 나가마스 교장은 교무실 안을 빙 둘러보았다.

 비어 있는 마쓰우라의 자리를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마쓰우라 선생이 또 종소리를 듣지 못했나 봅니다. 다시 종을 쳐요. 아저씨.”

 “예.”

 김씨 아저씨가 밖으로 나가서 종을 치자 온 교정 안에 땡땡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나가마스 교장이 창가로 가서 운동장을 바라보니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나무 아래서 책을 들고 마쓰우라가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웃었다.

 교무실 문을 조용히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 가서 고개를 숙이고 앉는다.

 “마쓰우라 선생, 그 손에 든 것이 무슨 책이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또 철학책에 빠져 있었죠? 아저씨가 매번 다시 종을 쳐야 하니 아저씨한테 저녁이라도 사셔야겠소.”

 “앞으로 주위하겠습니다.”

 마쓰우라가 대답하자 모든 교사들이 그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오늘도 좋은 하루였습니다. 나른해지기 쉬운 봄인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 대 일본제국의 국민답게 이겨 나갑시다.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겠습니다. 한 반에 한 켤레의 장화가 배급이 나왔습니다. 선생님들께서 한 사람만 선정해 주셔야겠습니다. 오늘 숙직이 누굽니까?”

 “접니다.”

 동혁이 대답했다.

 “가네다 선생이 노총각이라고 이거 너무하십니다.”

 머쓱한 얼굴로 웃는 그를 보며 후꾸고도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다.

 “언제 결혼합니까? 그래야 숙직을 덜 하지요. 오늘 수고하시오. 가네다 선생.”

 교장의 말에 동혁도 웃고 말았다.

 “네.”

 “그럼 난 이만 퇴근합니다.”

 나가마스 교장이 교장실로 들어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교사들도 퇴근할 채비를 했다.

 “지바상, 오늘은 같이 퇴근해요.”

 “바로 학교 앞이면서요. 뭘.”

 모리무라가 후꾸고에게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나 지바상이 해주는 새우튀김이 먹고 싶거든요.”

 “그래요? 같이 가요.”

 두 사람이 까르르 웃으며 교무실을 나가자 마쓰우라는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저 나이네는 잘 웃는다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모리무라상의 한 마디에 그만 지바상이 웃어 버리잖습니까?”

 마쓰우라를 바라보며 동혁이도 그냥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