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19-할머니의 토론토행

천마리학 2009. 5. 2. 04:14

 

  할머니랑 아리랑 419

 

 

*2월 10일 화-할머니의 토론토행      

 

 

 

할머니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아리 네가 할머니를 몰라보면 어쩌나 걱정했었지. 우리가 떨어져 지낸 지가 석 달 가량 되지 않니. 가끔 스카이페로 화상통화를 하긴 했지만, 그리고 오늘 아침 떠나기 전의 마지막 통화를 하긴 했지만 막상 너를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네가 할머니를 잊어버렸을까봐 걱정이 되더구나. 잊어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매사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성격에다, 오늘 아침 스카이페 통화 때는 시작하자마자 "할머니이~ 함머니이~"하면서 반가이 다가오더니 잠깐 사이에 돌아서서 저대로 노는데 정신이 팔려 할머니가 아무리 불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잖아. 함께 있던 이모할머니도 "아리가 완전히 딴청이구나!"하면서 네가 할머니를 늘 좋아한다고 한 할머니를 무색케 만들었지뭐야.

 

그래도 신기한 것은 이모할머니가 너의 엄마와 통화하는 옆에서 할머니가 무심한 너를 향해서 큰 소리로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하고 노래를 불렀더니 거실 바닥에 앉아서 정신없이 놀이에 빠져있으면서도 두 손을 머리에 대고 할머니 쪽을 흘끗 바라보고는 산토끼 춤을 추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단다. 무심한 듯 했지만 할머니의 노래 소리를 다 듣고 있었던 거야. 할머닌 이어서 "두껍아 두껍아 헌집 주께 새집 다오..." 노래를 계속하며 너의 시선을 끌었지.

떠날 준비 때문에 시간이 바빠서 다른 날보다 일찍 통화를 마치긴 했지만 그래도 곧 너를 만나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할머닌 즐거웠단다.

  

토론토의 피얼슨 공항, 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엄마아빠와 함께 마중 나온 네가 눈에 띄자마자 할머니가 너를 불렀지.

"아리, 아리야~" 잠시 두리번거리던 네가 할머니를 발견한 반가운 기색이 환하게 퍼지는 듯하더니, 아주 짧은 순간, 선듯 할머니에게 안기지 않고 망설이는 듯하더니 할머니가 두 팔을 벌리니까 네 엄마를 바라보더니 슬며시 안기는 것이었어. 그러더니 할머니 얼굴을 찬찬히 살피더니 이내 할머니 목을 꼬옥 끌어안는 거야.

오, 우리 아리!

할머니를 잊지 않았구나. 고맙구나 아리!!!


 

 

 

 

 

 

그 후부턴 일사천리였지.

무슨 말이냐고?

엄마가 준비해온 환영꽃다발도 너를 통해서 받고,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너를 안고 가면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바빴지.

네가 할머니 곁에 있는 걸 완전히 실감되는지 수시로 할머니를 끌어안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뿐만 아니라,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할머니, 할머니"하고 부르는 것이었지.

집에 도착해서도 할머니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리광도 부리고 말도 끊임없이 걸어오고...


"엄마 눈엔 아리만 보이고 우린 안 보이나 봐, 흥!"

좋아하는 우리 사이를 엄마아빠가 질투하지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