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16-하늘섬에 박힌 아리의 추억 1월23일

천마리학 2009. 4. 28. 05:40

 

  할머니랑 아리랑 416

 

 

*1월 23일 금-하늘섬에 박힌 아리의 추억   

 

 

 

아리야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은 스카잎을 할 때 건강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고마워.

주포 할아버지가 만든 카레 부침게랑 커피랑 보여주었더니 네가 화면 가까이 달려들다 돌아서버렸지. ‘커피, 커피‘ 하더니 잠시 후에 컵을 들고 나타났어. 오, 귀여운 아리!

너를 보기만 해도 할머닌 기분이 좋아. 빨리 토론토로 가고 싶어진단다.

그런데 네 아빠는 왜 기침을 하는 거야?

심하진 않다지만 그래도 할머닌 걱정이 돼. 너만이 아니라 너의 엄마 아빠 모두가 건강해야 하거든. 그런데도 가끔 너의 엄마아빠가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다고도 하니 그럴 때마다 할머닌 속상해.


어떻게 하면 될까?

몸이 튼튼해야지.

몸이 튼튼하려면?

운동을 해야지. 항상 할머니가 네 엄마아빠에게 하는 말, 너도 알지? 운동해라 운동해라...

그런데도 네 엄마아빤 항상 운동을 안 해. 바빠서 그렇다는 걸 알긴 하지만 그래도 할머닌 불만이야.

금년엔 네 아빠가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으니까 어디한번 지켜봐야지. 이번엔 정말 실천하는지. 만약 또 실천을 안 하면 네 아빠에게 할머닌 화를 낼 거야. 그땐 너도 할머니 편을 들어줘야해. 알았지?^*^


 

 

 

엄마와 함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아리!

 

 

 

 

아리, 할머닌 하늘섬에 혼자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네가 보고 싶어진단다.

안양집을 ‘하늘섬’이라고 부르는 거, 언젠가 한번 말해줬지?

네가 다녀간 짧은 시간 동안에도 하늘섬 곳곳에 너의 이쁜 추억들이 있어.

할머니 방에 들어가면 침대위에서 할머니의 분홍조끼를 코트처럼 걸치고 깡충깡충 뛰던 너의 모습이 보여. 그리고 지금도 네가 고장내버린 빨간 래디오가 시간만 파랗게 가르키며 켜져 있단다.


핸드폰에도 네 모습이 서려있지. 할머니 핸드폰을 키보드를 마음대로 눌러대며 나오는 소리를 즐기던 너, 거기서 ‘에브리바디’ 가 나오는 9자를 제일 좋아했지.


옥상에 있는 하늘섬 농장엔 네가 들고 언 땅을 콕콕 찍어보던 호미도 있고 삽도 있고, 잔뜩 호기심어림 눈으로 안을 들여다보던 항아리들도 있고, 말라비틀어진 부추씨앗을 뽑아 하늘로 날리던 화분도 그대로 있고, 할머니를 따라서 이쪽 담장에서 저쪽 담장까지 달리기 하던 너의 웃음소리가 귀에 쟁쟁.


할머닌 네 생각이 날 때마다 할머니 방문도 열어보고 하늘섬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보기도 하고 네가 했던 것처럼 호미를 들고 땅을 콕콕 찍어보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네 생각을 한단다.

할머닌 이렇게 네가 보고 싶은데 넌 할머니 생각도 안 하지?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