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15-Bless you, Ari!

천마리학 2009. 4. 27. 00:30

 

 

  할머니랑 아리랑 415

 

 

*1월 19일 월-Bless you, Ari!    

 

 

 

오늘도 화상으로 너를 보았지.

스크린이 열리는 순간 ‘함머니, 함머니’하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오는 너,

“하이 아리, 핼로우 에브바디!”

“함머니이, 함머니이~”

엄마랑 너랑 그리고 너의 아빠랑 모두모두 모두 반가웠지.

이어서 너의 집에서 전화벨소리가 나고 아빠가 수화기를 받고 네가 수화기를 받겠다고 떼쓰는 소리가 나고... 스위스 그랑빠빠와 그랑마망에게서 온 거였지. ‘그랑빠빠! 살뤼~ ···’ 서툴게 몇 마디를 하고는 수화기를 집어던지고, 네 엄마랑 아빠랑 ‘안돼 아리~’ 하는 소리에 이어 아빠가 전화를 받고 있는 동안 넌 잠시 컴퓨터 앞으로 와서 다시 할머니랑 몇 마디, 할머니가 보여주는 커피잔, 핸폰···을 보면서 잠시 관심을 보이더니 바로 돌아서서 너의 전용 TV앞으로 가서 켜고··· 음악과 영상에 맞춰서 춤을 추고 빙글빙글 돌고 폴짝폴짝 뛰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모습을 보는 할머니는 할머니와 놀아주지 않는 네가 좀 섭섭하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네 모습이 좋아!


"Bless you, Ari!"

네가 어제 재채기를 하더니 너 스스로가 그렇게 말했다면서?

와우!

네가 가끔씩 툭툭 던지는 말에 엄마아빠는 마냥 신기하고 즐거워. 그 소리를 듣는 할머니도 물론이지.^*^

 

 

 

할머니가 안양 집에서 노래하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주께 새집 다오···”

할머니가 크게 모래를 부르면 TV 앞에서 놀고 있던 네가 돌아서서 할머니를 향해 두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두껍아 동작을 해보이지.

네가 가끔 아빠랑 두껍이 놀이를 한다면서?

아빠가 두껍이 춤의 마지막엔 온몸을 흔드는 너의 동작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엄마에게 묻더래. 엄마가 살펴봤더니 네가 마지막 몸을 흔들며 떼쓰는 것같이 하는 동작은 할머니랑 놀 때 할머니가 짓던 동작이더래.

두껍아 두껍아 헌집 주께 새집 다오!

할머니가 그렇게 노래하며 모래로 두껍이 집을 다 지으면, 네가 그 집을 마구 무너트려버리고, 그럼 할머니가 몸을 흔들며 우는 시늉을 하고, 그 모습을 보고 넌 재미있어 하곤 했지. 우리 작년 여름 퀘백에 갔을 때 거기 놀이터에서 모래장난하면서 시작했었잖아. 할머니가 없으니까 네가 아빠 앞에선 할머니 역할을 한 거였어.

귀여운 우리 아리!

 

 

 

아리는 토론토 집에서 열심히 듣고...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편지 한 장 써주세요 수리수리···

할머니가 노래를 바꾸면 이번엔 또 기러기 춤을 추면서 할머니와 함께 놀았던 동작을 하는 너.

두 손바닥을 짝짝,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두 손가락을 눈에 대고 우는 시늉,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시늉, 두 손을 둥글게 돌이는 수리수리수리··· 가위바위보! 손을 내미는 아리.

오우, 한 가지도 안 잊어버렸구나. 우리 아리!


아리야, 할머닌 너랑 함께 놀고 싶당!

너도 그렇지?

왕할아버지랑 왕할머니랑··· 여기 한국의 가족들은 만날 때마다 네가 잘 자라고 있는지 묻곤 한단다. 모두모두 보고 싶어 해.

그 중에서 할머니가 제일 보고 싶어 한다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