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18-아리의 빈 의자와 하늘섬의 추억

천마리학 2009. 5. 1. 02:56

 

  할머니랑 아리랑 418

 

 

*2월 2일 월-아리의 빈 의자와 하늘섬의 추억      

 

 

 

할머니가 네 엄마에게 부탁해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2월 10일로 늦추었더니 막네이모할머니 하는 말, 에게게, 고것 쪼끔! 하는 거야.

하지만 할 수 없잖니. 할머닌 아리 너랑 있는 곳으로 가야하니까^*^

할머닌 요즘 이를 앙당문 기분으로 지낸단다.

할머니의 그런 심정 네가 이해할까?


밥 먹을 때 마다 할머닌 너의 빈 의자를 옆에 놓고 먹는단다. 그러면서 꿈꾸지. 네가 더 자라서 하늘섬에 다시 오게 되는 날도 이 의자를 쓸 수 있을까?

아마 5, 6세까진 사용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더 크면 바꿔야겠지.

어쩌면 다음에 네가 올 무렵엔 너의 의자를 다시 마련하고 이 의자는 새로 생긴 너의 동생에게 물려줘야 할 거야 하고 생각한단다.

동생이 어디 있느냐고?

그야 네 엄마아빠가 낳아줘야지.

(소근소근)사실 할머닌 네 엄마에게 진즉부터 너의 동생을 낳아달라고 부탁(?)해오고 있었거든.

동생이 생기면 너도 좋지?

이젠 하루 빨리 네 엄마가 너의 동생을 가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단다.

우리 한 번 기다려보자꾸나.

^*^


 

두 개구장이,

세탁물 통에 들어가 선 아빠와 아리!

 

 

 

 

할머닌 여기서 가끔 안양예술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오곤 하는데 거기 분수광장에서 너랑 사진 찍고 놀던 생각이 난단다.

너 떠난 다음에 두 마리 사슴이 끄는 산타크로스의 마차도 만들어놓았고 눈사람도 만들어놓아서 이걸 네가 보면 좋아할 텐데···하는 생각을 하며 아쉽고,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니 분수광장 맞은편에 어린이용 꼬마기차랑 점프마당이랑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면서 또 네가 있으면 저걸 타고 신 나 할 텐데···하면서 아쉽고·····

그래서 다음에 네가 한국에 오면 꼭 함께 여기 와야지 하고 별르면서 마음을 달래곤 한단다.

  

아직도 그곳은 추울 테지만 여긴 어느새 봄을 느낀단다. 할머니가 하늘섬 농장에 음식물 쓰레기를 묻다가 얇은 흙더미 아래 파랗게 싹이 움터 나온 걸 발견하고 놀랐단다. 모레가 입춘이야. 입춘? 봄이 시작된다는 뜻이지.

하늘섬에서 상추도 기르고 나팔꽃도 피우고 머루덩쿨도 올리면서 살던 날들이 눈에 삼삼. 정말 그립구나.

할머닌 하늘섬에서 훨훨 나는 것 같은 자유를 느낀다는 걸 요즘 새롭게 깨달았어. 나중에 네가 다시 오면 너에게 채소도 가꾸고 꽃나무도 키우는 법을 가르쳐주어야지 생각했단다. 할머닌 아직도 너에게 주고 싶은 게 많단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이 세상 모든 이치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다 알려주고 싶단다. 사랑하는 우리 아리에게! ^*^


오늘은 미경이모와 문자로 소식을 주고받으면서 할머니는 이글을 쓰고, 또 할머니의 작업도 하고 있단다. 할머닌 떠나기 전에 시집출판 준비용 원고정리를 하느라고 바쁘단다.

네 아빠의 한글교고서와 할머니가 부탁한 씨디들을 내일 부치겠다고 하는구나.

할머니가 이번에 토론토에 가져갈 씨디 몇 가지를 미경이모에게 부탁했는데, 그 중엔 네 엄마에게 줄 선물도 포함되어 있단다. 뭐냐고? 그건 비밀이야. 내가 가서 보따리를 풀 때까지···^*^

다른 씨디는 말 할 수 있지. 할머니가 좋아하는 한국고전춤 비디오를 씨디로 옮겨달라고 했고, 할머니가 나오는 반야심경 테잎을 씨디로 구워달라고 했고 또 새천년 국민체조도 씨디로 구워달라고 했고··· 하지만 엄마선물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