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93-할머니 한국행을 위한 아빠의 치즈 퐁듀 (11월10일)

천마리학 2009. 2. 19. 23:28

 

  할머니랑 아리랑 393

 

 

      *11월 10일 일-할머니 한국행을 위한 아빠의 치즈 퐁듀 

 

 

오늘은 할머니가 한국에 가는 날.

아빠가 한동안 떠나있을 할머니를 위해서 점심을 치즈 퐁듀를 준비했다. 감자와 빵과 포도주·····

아빠가 케메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갑자기 할머니에게 얼굴을 맞대는 포즈를 취하는 아리, 와, 할머니 닮아서 배우체질이야~ 하면서 웃었지.

스위스의 아빠친구 앙드레가 스카잎으로 전화를 걸어와서 또 한바탕 통화하느라고 수선을 떨고·····


 

날씨는 온종일 구름이 낀 회색. 그래도 할머니의 마음은 쾌청이란다. 왠지 아니?

엄마아빠가 한국 다녀오는 할머니를 위해서 이것저것 배려해주고, 또 아리 네가 여전히 귀여움을 떠니까.

엄마는 할머니가 없으면 너를 데리고 어떻게 할까? 할머니 빈자리가 허전해서 어쩌나? 하고 걱정하지만 할머닌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우리 아리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할까? 가 걱정이란다.

 

하지만 아리야, 다다음 주 그러니까 29일엔 엄마아빠랑 네가 한국에 오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돼. 교원대학교의 초청으로 온가족이 한국에 가잖아. 엄마의 강연과 기타 등등의 행사로····· 또 엄마의 옛날 은사님들이랑 미경이모랑 현선교수랑 또 후배들이랑····· 모두모두 엄마의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단다. 특히 미경이모는 아리 너를 더 보고 싶어 해, 벌써부터 너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거 너도 알지?^*^ 미경이모는 은근히 속정도 많고 속이 꽉 찬 멋쟁이 처녀라는 거, 너도 알지? 지난겨울, 미경이모가 토론토에 다녀갔을 때 경험해봤잖아.

할머닌 먼저 한국에 가서 너희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두고 너희들이 오길 기다려야지.^*^

 

 

 

이걸보고 제가 포즈를 취한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할머니에게 귀속말을 했답니다.

머니, 나도 할머니 따라 한국에 갈까?하구요.^*^

 


 

이그, 게구장이 우리 아리, 정말 못 말려.

왜냐구? 

"함머니 함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에 가봤더니, 할머니가 짐을 넣어가려고 내놓은 가방 속에 들어가서 신이 나서 부르는 거였어. 장난꾸러기 아리라는 걸 이미 아니까 그런 건 봐 줄 수 있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지.


 

네가 무엇이든 삼키는 버릇이 생긴 거야.

오늘도 함머니 하고 부르기에 바라봤더니 너의 입모습이 달랐어, 뭔가가 입안에 들어있는 거 같아서 다가갔지. 네가 할머니를 부른 것도 "할머니 나 이거 먹었어요" 하는 의미니까.

너에게 다가가서

"입에 넣었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아, 해봐"하면서도 뭔가 수상해져 "에페, 에페"하면서 할머니 손에 뱉게 했더니 입은 오물오물, 그래서 할머니가 아, 해봐했더니 오물오물, 뭔가를 삼키려고 하는 거야. 얼른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찾아봤더니 이미 삼켜버린 뒤였어.

도대체 뭘 삼켰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매우 걱정이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론 너를 절대로 혼자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아빠에게 너를 혼자 두지 말고 더 철저히 지켜보라고 일러두었지.

그런데 잠시 후, 네가 또 뭔가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는 걸 발견한 아빠가 네 입에서 빼 낸 것은 거뭇거뭇한 조각이었어. 그리고 너의 칠판 지우게 귀퉁이가 뜯겨져 있는 걸 발견했지.

와, 아리, 아무거나 먹으면 안 돼!

할머니가 말했잖아, 그런 거 먹으면 배가 아우이 하다고.

알았지 아리?


 

 

할머니 잘 다녀오세요오~ 빨리 오세요오~~

 

 

 

 

이그, 속이 노란 녀석.

나쁘다는 걸 다 알고 있는 녀석,

엄마아빠랑 할머니가 못하게 하는 짓을 한 후나, 하려고 할 땐,

노우, 아우이... 하면서 눈을 반짝반짝하는 녀석.

정말 깜찍한 녀석. 그게 바로 우리 아리지.^*^


 

네가 조용하면 우린 모두 너를 의심해.

네가 어디 있나 찾아보면 넌 틀림없이 할머니방 침대 옆에 꼬부리고 앉아있지. 거기 앉아서 못 만지게 하는 크림통을 열고 있거나, 치약통을 열고 있지. 어쩌다 치약을 입에 넣은 날은 화끈거려서 잉잉 우는 소리를 하기도 했잖아.


 

오늘은 또 할머니의 빨간 수첩 표지의 거울 뚜껑을 떼 내어버렸잖아. 그거, 스위스의 그랑마망 쟈닌이 할머니에게 선물로 주신 건데...

어느 틈에 그랬는지 몰라. 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