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아리랑 390
*11월 1일 토-할머니 영화촬영 슛팅 끝, 아리는 완전 회복.
와, 우리 아리 정말 고맙다. 거뜬히 회복되었으니까. 더욱 건강하게 자라렴. 아리. 오늘 할머닌 슛팅 때문에 몹시 바쁘고 피곤해. 슛팅이 뭐냐고? 영화 촬영을 말하는 거야. 아침 10시부터 촬영이 시작되었거든. 무슨 영화? 무슨 촬영이냐고? <The Banqeet>이라는 영화. 지난 달에 우연히도 영화출연 제의를 받았단다. 60대 엄마역할인데, 감독이 할머니를 보더니 꽉 잡고 늘어지는 거야. 호기심으로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곧 한국에 가야 하니까 안 된다고 거절을 했더니 그 안에 시사회에 걸 중요한 장면만 찍는다는 거야.
남편이 위암으로 곧 죽게 되는데, 딸과 엄마가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등을 겪는, 30년쯤 전에 캐나다로 이민 온 한국가정의 이야기야. 할머니가 극중 엄마 '애현'역할이고 딸 '선희'역할은 '에스터'라는 진짜 배우야. 그리고 마지막에 나와서 딱 한 줄의 대사만 하는 남편 역할은 '해밀턴'이라는 사람이야. 엄마인 할머니와 딸인 '선희'가 김치 담그면서 다투는 내용인데, 남편은 위암에 걸렸는데 수술을 거부하고 깨끗하게 죽겠다고 해서 곧 닥칠 죽음 앞에서 마지막 잔치를 준비하면서 엄마와 딸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의 이야기야.
아침에 8시 40분, 네가 엄마랑 요거트랑 밀크랑 먹는 걸 보면서 할머닌 집을 나섰지. 촬영장이 있는 리치몬드힐에 도착했을 때 할머닌 놀랐단다. 벌써 커다란 트럭이 도착해서 집 밖에서부터 촬영을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30명 정도의 인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계들이 설치되고 조명과 배경을 위한 꾸밈 등이 진행되고 있었어. 할머닌 난생처음으로 메이컵 아티스트로부터 메이컵을 받았다. 분장을 마치고, 세트장이 준비되고... 리허설을 하고, 드디어 조명과 마이크,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촬영이 시작되었지. 어쩌다가 배우가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여러 각도로 찍느라고 같은 장면을 여러 번 했단다. 떨리고 긴장되긴 했지만 할머닌 그래도 실수는 하지 않았단다. 와, 촬영이 밤 10시경에야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됐지 뭐니. 넌 엄마랑 자고 있고 아빠가 기다리고 있더구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걱정이 돼서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왔었지.
네가 완전히 회복이 되어서 오늘은 아주 잘 놀고, 먹기도 잘 했다더구나. 그리고 할머니를 몇 번이나 찾았다면서? 이그, 고마워라. 아리가 할머니를 잊지 않았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그리고 또 고마운 일 한 가지. 할머니 방에 들어갔더니 아름다운 국화꽃이 꽂혀있었어. 엄마가 할머니의 첫 촬영을 축하한다는 꽃이었는데, 낮에 너랑 함께 가서 골랐다면서? 땡큐, 땡땡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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