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88-향학열에 불타는 아리, 발 길이와 키

천마리학 2009. 2. 6. 10:39

 할머니랑 아리랑 388

 

*10월 29일 수-향학열에 불타는 아리, 발 길이와 키  

 

 

 

오늘 미경이모에게 알려주려고 네 발 사이즈를 재어봤지.

발길이가 13.5cm, 넓이가 6cm이더구나. 그리고 키는 88cm.

와, 컸구나 우리아리.

몸무게도 재어보진 않았지만 늘어난 게 분명해. 요즘은 할머니가 안고 있으면 곧 힘이 들어지거든.^*^

 

미경이모가 할머니의 이메일을 보고는 놀랍다는 답을 보내왔어.

네 또래보다 크다고 말야. 그러면서 또 아리 네가 한국에 왔을 때 이모를 몰라볼까 봐 걱정이래.

아리야, 미경이모 기억나지?

미경이모는 너의 미소가 '살인미소'라고 했잖아.

꼭 기억할 거지?^*^


 

오늘저녁에도 또 컴 앞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해서 할머니가 힘들었어. 9시가 넘어서 컴을 껐는데도 끊임없이 에이비씨 쏭이랑 스파이더랑 로우로우로우...랑 들려 달라고 해서말야.

할머니가 컴 앞에 너를 안고 앉아서 컴컴한 컴을 보며

"컴, 도도, 그러니까 아리도 도도하고 내일아침에 할머니랑 긋모닝하고 그때 다시 보자"

억지로 달래었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에게 긋나잇 키스를 하고 돌아서는 네 모습이 얼마나 안스러운지...


 

요즘 우리 아리가 얼마나 알파벳에 빠져있는지 몰라.

혼자 바닥에 엎드려서 알파벳을 붙이고 떼고 하면서 노느라고 정신이 없지. 그런 너를 보면서 우리는 <향학열에 불타는 아리>라고 하지.

어떤 땐 엄마가 불러도 모르게 알파벳놀이에 빠져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하는 말,

"오, 향학열에 불타는 아리 좀 보세요"

그뿐이 아냐. 모든 것을 다 알파벳과 연관 짓지. 씨리얼을 먹다가 반 토막으로 잘라진 것이 있으면 "씨이-"하고 소리치고, 의자의 모서리나 가구의 어느 부분에서도 T, N, X, L, O, Z, 등의 모습을 상상하고 길에서 광고그림 속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아내곤 하지.

정말 얼마나 이쁘고 신통한지 몰라.

 


 

 

 

 

유투브의 프로그램을 찾을 때도 보면 한번 보았거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 정확하게 짚어내지. 할머니도 헤깔리는데말야.

또 장난감이나 카드, 볼펜, 마커, 병뚜껑 등을 어디다 두었는지 다 기억하지.

엄마나 할머니가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병뚜껑이나 볼펜 혹은 양말 등이 없으면 아리에게 묻지, 혹시 손댔나 해서. 그러면 잠시 생각하다가 앞장서거나 어디든 가서 가져오지.

어떤 땐 쓰레기통에서 병뚜껑을 꺼내오기도 하고, 할머니 침대 서랍에서 카드를 꺼내오기도 하고, 빨래 통에서 카드를 찾아오기도 하지. 말하자면 자기가 버리거나 던져버린 것을 다 기억하는 거야. 그럴 때마다 할머니랑 엄마랑 놀라곤 한단다.

어떤 땐 물건이 없으면 아리에게 물어보곤 하지.^*^

아직 두 살이 안 된 너에게말야.

사실 넌 가지고 놀다가 아무데나 잘 던져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거나 하잖아, 물론 아기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긴 하지만 넌 그런 걸 다 기억한다는 거지.

오, 스마트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