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85-발길질과 색깔공부 그리고 이쁜 짓

천마리학 2009. 1. 31. 13:13

 할머니랑 아리랑 385

 

*10월 20일 월-발길질과 색깔공부 그리고 이쁜 짓          

 

 

어제 한국의 삼성공익재단에서 네 엄마를 촬영하러 온 팀들과의 약속 때문에 오늘 아침에도 엄마는 일찍 나갔지. 어제 하루 종일 촬영하느라고 엄마는 우리끼리(아빠와 아리와 할머니)만 집에 있었잖아. 오늘 촬영이 끝난대.

무슨 촬영일까? 네 엄마가 한국의 삼성공익재단에서 주는 비추미상 특별상수상자로 결정됐기 때문에 엄마의 이 모습 저 모습을 찍으러 한국에서 온 거지.

아리 엄마 훌륭하지?

아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오늘아침에도 할머니가 너를 데이케어에 데려다 주었는데, 나갈 준비하느라고 응까 다이퍼를 갈아주고, 양말을 신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 양치를 하고... 그러면서 너를 재촉했더니, 네가 세면기 앞에서 할머니를 향해서 발을 들어 올리는 거야. 힘도 약하고 서툰 그 동작이 무엇인지 처음엔 잘 몰랐는데, 차차 보니까 할머니에게 발길질 하는 거였어. 

어머, 이게 왠일이야? 아하, 그러고보니 네가 이젠 친구들에게도 이럴 수 있겠구나, 네가 싫으면 항의의 뜻을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데이케어에 갔을 때 넌 할머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어서 잠시 너랑 놀아주면 시간을 끌었지. 그 동안에 제시 선생님에게 네가 요즘 먹는 게 시원찮다고 했더니 제시 선생님도 아이들이 잘 먹는 시기와 덜 먹는 시기가 반복된다면서 잘 먹을 때 자란다는 얘기를 하더구나.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비비선생님이 레포트를 안 줬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지. 제시선생님은 그날 아파서 안 나왔기 땜에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구나. 흐음~ 비비!

 

 

 

 


 

아, 그런데 할머니가 잠시 너와 놀아주는 시간에 할머니가 너의 다른 면을 봤단다.

할머니랑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다른 친구가 다가와서 네 장난감을 만지며 놀려고 하니까 네가 그 친구를 밀어내더구나. 그때 생각했지.

아하 우리 아리가 셈을 낼 줄 아는구나. 만일 친구들이 아리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때 아리가 아침에 할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발길질도 하겠구나 하고.

아직은 너무 힘이 아주 약하고 서툴지만, 그렇게 자기 방어를 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해. 그것이 네 마음의 표시이기도 하고 또 네가 자라는 증거이기도 하지.

물론 폭력으로 자라면 안 되겠지만 자신을 방어하거나 자신의 소유를 지키려는 의식은 있어야 하는 거지.

아리! 알겠지?


 

발길질 말고, 요즘 할머니를 매료시키는 아리의 이뿐 짓, 재롱이 있지.

뭘까?

그 중 한 가지는 할머니에게 긴 문장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

예를 들면 아빠랑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나 데이케어에서 엄마랑 돌아올 때 현관에 들어서기 무섭게 그날 본 일을 이야기 하지.

어떻게 할까?

"함머니 함머니, 헉! 헉!"

혀를 길게 빼고 헉헉 숨차게...

"그게 뭐야?"

하고 할머니가 물으면

"도기, 도기, 헉 헉"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지.

'할머니 아래층에서 혀를 빼물고 헉헉거리는 개를 만났어요' 하는 말이지.


 

또 어떤 땐 들어서자마자 양손에 든 쿠키를 보여주면서

"아저찌, 아저찌, 쿠키, 쿠키..."('아저씨가 쿠키 주었어요')하면서 고개를 까딱까딱, 빨간 볼에 두 눈을 빤짝거리지.


 

"에이비찌쏭, 마니, 닐로..."(닐로 선생님이 에이비쏭을 많이 들려줬어요)

"감매이 마니마니..."(갈매기가 많이 있어요)

하고 말할 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반짝반짝.


 

"아줌마, 아줌마, 냠냠, 키킨 모어모어..."(케밥집 아줌마가 치킨 많이 주셨어요)

데이케어 건물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 아줌마는 아리의 펜이기도 하지. 아저씨랑 아들도 아리를 좋아하잖아. 아리만 지나가면 꼭 뭔가를 주시곤 하지. 케밥은 물론 포도도 주고 쿠키도 주고 사탕도 주고...

아리는 우리동네 유명인사지. 라바 슈퍼마켓 누나들이랑 아저씨들도 모두 아리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며 좋아하지.


 

 

 

 

 

 

이쁜짓 중에 제일 귀여운 때가 언젠지 아니?

밀크 탈 때 아리가 완 모어 하고 말 할 때! .

요즘은 밀크를 탈 때 아리가 직접 타려고 떼를 쓰지. 뭐든 직접 하려고 하니까.

분유통 속에 손을 넣어 오목한 분유스푼으로 세 스푼을 젖병에 넣고 물을 180ml를 넣는데 분유를 넣는것부터 물 붓는 것 까지 직접 하려고 하는 바람에 할머니가 애를 먹지. 분유를 흘리기도 하고 젖은 손에 묻혀 혀로 핥아먹는 재미도 즐기는 아리.

그런데 분유스푼으로 분유를 떠서 젖통에 넣는 짓을 계속 하려고 하니까 할머니가 만류하면.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

"완 모어, 완 모어, 함머니 완 모어?"

"정말?"

"점말"

"정말이지"

"점마리지"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약속?"하면서 손가락을 걸자고 내밀면 저도 고 작은 손가락을 내밀며

"악속"

"너 지난번에도 약속 안지켰잖아?"하면 콧잔등에 주름을 잡으며 겸연쩍게 웃는 아리.

이그, 할머니가 미쳐!^*^

검지손가락을 세우면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사정하듯 올려다보며 '완 모어'하는 그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반할 거야.


 

그런데 이렇게 이쁜 우리 아리가 요즘 네가 먹는 게 시원찮아. 오직 밀크만 먹고 쿠키 약간, 가끔 바나나... 먹성 좋은 네가 요즘 먹는 게 시원찮아지고 약간 야윈 것 같기도 해서 할머니가 유심히 살피고 있는 중이거든.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닐 거야. 넌 한동안 엄청나게 먹다가 또 한동안은 뜸해지니까. 엄청나게 먹을 때 자라는 것 같아. 몸무게도 늘고 키고 크고. 어쩜 요즘이 휴식기간인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