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아리랑 384
*10월 13일 월-심코레이크와 팜킨 농장
오늘은 쌩스 기빙데이, 엄마아빠가 쉬는 날이니까 우리 모두 함께 피크닉에 나섰지. 목적지는 베리 시티(Barrie city)에 있는 심코 레이크. 영 스트리트를 달려서 베리 시내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길가에 있는 팜킨 팜을 만났지.
가을의 정취가 물씬한 자연이 너무 좋았어. 그 분위기를 너도 느끼는지 아주 익사이팅해지더구나. 커다란 호박 무더기 사이를 누비기도 하고, 호박을 나른다고 끙끙 대기도 하고, 호박 수레를 끌기도 하고, 농장을 오가는 마차도 타고... 정말 신이 났지. 우리 모두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팜킨 팜에서 즐겼지.
팜킨 위에 붙어있는 레이디 버그(무당벌레)를 보고 한동안 지켜보느라고 정신이 없더구나. 무당벌레를 발견하자마자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할머니 손가락을 끌고 가서 만지게 하는 거야. 내 그럴 줄 알았지.^*^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잖아. 그날 엄마아빠가 사온 살아있는 게를 신기한 듯, 한 동안 들여다보다가 "할머니 폭떼(안아주세요)" 할머니에게 안겨서 싱크대 안을 사뭇 궁금하고, 사뭇 두렵기도 한 표정으로 들여다보더니 살그머니 할머니 손가락을 잡아 끌고 게를 만지게 했잖아. 언제나 제가 하기 곤란하거나 어려운 건 할머니가 하게 하는 깜찍한 아리! 음식도 마찬가지. 낯선 음식을 보면 할머니가 먼저 먹는 걸 보고 나서야 먹는 아리. 언제나 눈으로 묻지. '할머니에게 먹을까? 말까? 만질까? 말까? 이거 해도 괜찮을까?'하고. 할머니가 '괜찮아 먹어봐, 해봐,' 하면 먹고, 하고, 그러지.
마차는 엄청 좋아해. 말의 콧잔등을 쓰다듬고, 갈기를 만져보고... 떠날 줄을 모르더구나.
민들레 꽃씨를 불어 날리기도 했지. 후~ 불어서 흩어지는 하얀 민들레 꽃씨가 신기한 가봐. 그렇겠지. 모든 것이 다 신기하겠지. 그렇게 자라는 네 모습을 우리는 신기하게 지켜본단다.
심코레이크를 환하게 볼 수 있는 타이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레스토랑 문 앞에 세워진 합장한 모습의 불상 조각상을 보고는 '아저씨, 아줌마'라고 부르면서 합장한 모습을 흉내 내기도 했어.
식사 후에 심코 레이크의 물가에선 아리 네가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엄마아빠를 놀라게도 했지. 익사이팅 아리가 물을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금방 갈아 입힌 바지를 다시 갈아 입혀야 하니까 아빠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네가 익사이팅하게 잘 놀아서 우리 모두는 좋단다.
차가 달리는 동안엔 요즘 바꾼 '에이비씨 쏭' 비디오를 보느라고 집중, 한동안 조용하지.
돌아오는 차 안에선 깊은 잠에 빠진 우리 아리! 오늘도 잘 자렴. 호박이랑 무당벌레랑 민들레 꽃씨랑 마차랑 호수가 물결이랑... 모두모두 기억 속에 잠겨놓고. 안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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