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79-너티 보이! 그래도 눈으로 말하는 아리

천마리학 2009. 1. 20. 23:05

 

  할머니랑 아리랑 379

 

*10월 6일 월-너티 보이! 그래도 눈으로 말하는 아리   

 

 

 

아리는 운동신경이 아주 좋아.

높은 곳에 오르거나 책장이며 의자며 올라 다니기 좋아하고, 또 조작을 좋아하지. 스위치를 누르거나 핸들을 돌리거나 뚜껑을 열거나... 전기 맛사지기나 카 셑트나 티브이, 아빠 침대 옆의 래디오, 램프... 프린트기, 전화기, 컴퓨터... 등, 한 가지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고,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지^*^


심지어 디시워셔까지도 스위치를 혼자서 조작해버려서 빈 채로 돌아가기도 하고, 또 싱크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앉아서 거기 있는 배관들을 손대고, 그때마다 혹시 손을 베이거나 델까봐서 할머니가 질겁을 하지. 화장실 밸브도 마찬가지. 거기다 가끔씩 변기 뚜껑을 열고 그 물을 찍어먹거나 그 안에 스픈을 넣을 땐 할머니도 모르게 아악! 소리를 내곤 하지. 

더 어렸을 때 변기에 손 넣고 물을 찍어 먹는 것 때문에 호되게 야단을 쳐서 안 그러더니 요즘 가끔 한 번씩 그 짓을 하더구나.

 

 

 

뮤직가든에서

익사이팅한 아리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결국 펜스를 넘어가고 말았다.

 

 

또 요즘 새로 생긴 물장난. 세면기 앞에 발디딤 틀을 갖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팔을 뻗어 수도꼭지를 튼 다음 물줄기에 손을 대고 휘젓기도 하는데 그것으로 끝나면 괜찮게? 양치컵을 들고 물을 받아서 화장실 바닥에 붓는 바람에 물난리가 몇 번이나 났잖아. 이그!

그래도 참 신통해. 발 디딤틀을 갖다놓고 올라갈 줄을 아는 걸 보면.


변기에 올라서서 할머니 크림통을 열고 얼굴에 찍어 바르며 크림한통을 순식간에 조장 내는 건 누워 떡먹기고, 그럴 때 너무 귀여워. 왜냐하면 할머니가 못하게 하니까 크림통을 손에 넣고는 얼른 변기에서 내려와 뒤로 감추고 화장실을 나가면서 히히 하는 모습. 감추고 있는 걸 할머니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할머닌 다 알고, 보고 있는데... 흐흐흐. 그리고는 고작 도망가는 곳이 할머니방,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서는 평소와는 달리 문을 쾅 닫고 침대 옆의 사이트 데이블 틈에 앉아서 잔뜩 긴장하며 살피고 있는 아리.

할머니가 뒤따라서 살며시 들어가면 놀라면서 더욱 긴장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보며 억지웃음을 웃는 거야.

 

그런데 신통한 것은 사이드 데이블 옆에 끼어 앉아 자리를 잡고는 바로 크림통을 열지 않는 거야. 크림통을 여전히 숨겨 잡고는 문이 열리나 안 열리나 살펴보며 잠시 기다리고 있는 거야. 완전히 안전해지기를 기다리는 거지. 그런 아리, 네가 너무 신통해. 그리고 재미있어.

 

 

 

배도 볼 수 있고, 갈매기도 있고, 온갖 꽃도 나무도 있고, 잔디도 넓은 뮤직가든이 역시 좋타!

아리가 아기때부터 왔던 곳.

 

 

 

"아리, 할머니가 모를 줄 알고? 요녀석~"

하면서 할머니가 다가가면 지레 놀라면서 손에 든 것을 얼른 내주기도 하고 어떤 땐 더욱 뒤로 든든히 감추다가 할머니를 빤히 보면서 뚜껑을 열 자세를 취하지.

'할머니 열까 말까? 열어보게 해줘' 하는 눈빛으로.

할머니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 열어 봐' 하면 얼굴이 환하게 펴지면서 씩씩하게 열지.

할머니도 너에게 거짓말을 해.

할머니가 해줄게 하면서 네가 연 크림 통을 받아 들고 검지 손가락으로 찍으면 네가 얼굴을 갖다 대지. 할머닌 다른 손가락으로 네 볼에 크림을 바르는 시늉을 하면 넌 그저 좋아라 해.

넌 할머니를 믿고 있는데 할머니가 사기를 치는 거야.

미안! 아리!^*^

   

아리가 눈으로 말하는 건 그때만이 아니지.

뭐든지 직접 손으로 만지고, 꼭 자신의 손으로 하려고 하는 아리.

무엇이든 한번 보면 혼자의 힘으로 하려고 하지.

예를 들면 큰 컵에 담긴 쥬스, 큰 대접에 담긴 스프 등은 말할 것도 없이 할머니가 도와주느라고 잡은 손을 여지없이 떼어내지.

이건 사소한 일에 속해.

익사이팅 할 뿐만 아니라 도전정신이 강하기도 한 아리다운 행동은 수없이 많지. 그럴 때마다 할머니에게 눈으로 말하곤 해.

어떻게 하느냐고? 사람들은 궁금할 거야.

아리가 할머니 눈을 빤히 바라보며 눈으로 묻는 거지. 할머니 이거 해도 될까? 하고, 허락을 받고 싶을 때도 그렇고, 두려워서 걱정돼서도 그렇고, 자신이 없을 때도 그렇다는 걸 할머닌 잘 알지. 그럼, 아리에 대해서 할머니가 모르면 누가 알까? 그치잉? 아리!


 

 

 

 

높은 곳에 올라가서도 할머니를 바라보며 눈으로 말하지.

'할머니 여기서 뛰어내릴까 말까?'

며칠 전에 뮤직가든에 가서 할머니 무릎높이의 콘크리트 뚝에 올라가서 처음으로 뛰어내릴 때도 그랬잖아.

또 처음 발코니의 핑크의자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도 그랬지. 그럴 땐 뛰어내리고는 싶은데, 뛰어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뛰어내리려니까 약간 겁도 나고 자신감이 없어서 할머니에게 묻는 거지.


평소에 엄마아빠나 할머니가 말리는 물건들에 손을 댈 때, 올라가지 말라는 식탁에 올라갈 때도 눈으로 묻지. 한 다리를 엉거주춤 식탁 위에 걸치고 함머니! 하고 부르고는 눈으로 말하지.

할머니 여기 올라가도 괜찮을까? 올라가게 해줘. 엄마아빠가 알면 또 야단칠 텐데... 하며 허락을 원하는 거지.

할머니가 안돼, 하면 아쉽게 다리를 내리곤 하는 아리.


 

 

하나 둘 셋! 

높이가 50cm 정도 되는 이 콘크리트 담 위에서 뛰어내릴 때 할머니 가슴이 쿵덕!

그런데도 아주 잘 뛰어내렸다.

걱정이 돼서 카메라도 치우고 옆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착지가 얼마나 안전한지, 할머니가 감탄했지.

역시 우리 아리 운동신경은 알아줘야 해!

 

 

 

 

처음 보는 물건이나 장소,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위험하다 싶으면 꼭 할머니에게 눈으로 묻지.

'할머니 이거 만질까? 말까?' 하고.

'할머니 이거 만져도 괜찮겠지? 위험하지 않겠지?'하는 뜻이지.

"그래 한번 해봐. 괜찮아"

또는 

"괜찮아. 해보고 싶으면 해 보렴"

그러면 신이 나서 그리고 안심하고 만져보고 올라가보고 요리조리 틀어보고....

할머닌 그런 네가 안전하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단다.


우리 아리가 어떻게 눈으로 묻는지 말해볼까?

"함머니~"하고 불러놓고는 행동의 첫 동작을 짓고 매우 궁금한 눈으로 때로는 매우 바라는 눈으로 할머니 표정을 살피며 할머니의 두 눈을 진지하게 아주 똑바로 바라보지.

그 눈빛만 봐도 할머닌 아리가 지금 뭘 원하는지 알지.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리고 그 순간 할머닌 아리 너를 위해서 뭐라도 돼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하다못해 너를 돕는 막대기라도 혹은 손수건이라도 돼야한다고, 되고싶다고 생각한단다.

 

아리, 사랑하는 우리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