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78-할머니 무릎에 멍. 아리 마차, 할머니 마차,

천마리학 2009. 1. 19. 10:40

 

  할머니랑 아리랑 378

 

*10월 3일 수-아리 마차 할머니 마차, 할머니 무릎에 멍. 

참 이상해.

아리 넌 기어 다녀도 무릎이 아무렇지도 않은데 할머닌 시커멓게 멍이 들었잖아.

오늘 우연히 발견했단다.


"아리 마차, 할머니 마차"

입으로 또깎 또깎 소리를 내며 고개를 위아래로 저으며 기어가기놀이지.

지난 여름, 퀘백에 가서 마차를 본 후에 생긴 놀이인데, 아리 네가 아주 좋아하잖아. 특히 할머니랑 함께 하기를 좋아하지.

'할머니 마차'가 '아리마차'의 뒤를 바짝 따라가면서 '아리 잡자' 하면서 아리의 발뒤꿈치를 건드리면 '아리마차'가 속도를 내며 앞서 도망치곤 하지. 거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안방으로... 술래잡기도 하면서 기어 다니는데, 할머니 무릎이 시커멓게 멍이 들었지 뭐야.

 

 

 

할머니, 이거 보라색, 맞지?

응 그래. 우리 아리가 잘 아는구나.


 

할머니랑 즐기는 또 다른 놀이가 있지.

'어둠 속에서 할머니 찾기'

할머니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꼭 닫고 전기스위치를 끄고 두리번두리번 할머니를 찾지. 할머니가 욕조나 변기 틈의 벽에 딱 붙어있으면 어둠 속에서 손을 내저으며 어슬렁어슬렁 다가오지. 다가와서 할머니 옷이 손에 잡히면 그렇게 신나하면서 할머니 다리를 붙안고 바닥에 딩굴지. 발로 문을 밀어서 열고 그대로 거실로 기어나가면 할머니가 뒤를 따라서 기어나가고. 하이췌어 밑을 통과하는 아리의 발뒤꿈치를 잡으려고 손을 뻗치면 재빨리 달아나면서 자즈러지게 웃는 아리. 스릴을 즐기는 아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할머니가 일부터 손바닥으로 마루바닥을 치면서 바짝 뒤 쫒고 있는 효과를 내면 아리는 정신 없이 기어서 달아나고, 달아나다가 힐끗, 할머니가 어디만큼 오나 돌아보고, 할머니가 뒤 따라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 그저 신나고 재미있어하면서 전진.

와, 정말 아리랑 놀기가 할머니에겐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몰라. 그렇지만 재미있고 행복해. 그래서 항상 아리랑 딩구는데 어떤 땐 엄마아빠가 할머니가 더 웃긴다고 놀리기도 하잖아.

그래도 상관없지. 우리 아리가 행복하면 되니까.

그러다 어느 날 보니까 할머니 무릎이 시커멓게 멍들어 있잖아.

그래도 괜찮아 우리 아리가 즐거우면 되니까.

아리, 할머니 맘 알지?^*^  

 


보라색 꽃 참 예쁘구나아!

 

 

 

요즘은 아리가 무무도 어찌나 팡팡 타는지. 무무에게 올라타서 두 발을 납작납작 들어 올려 온몸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면 아리가 날마다 자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단다.

또 높은 데나 계단에 올라가서 뛰어내릴 때 보면 착지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몰라. 그런가 하면 넘어질 때 제 몸을 보호하는 것이 눈에 보여. 넘어질 때 손에 든 것을 절대로 놓지 않지.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럽혀지지 않게 해. 이를테면 양손에 쿠키를 들고 가다가 넘어졌는데 넘어지면서도 두 손을 위로 향하게 해서 절대로 쿠키를 상하게 하지 않아. 수없이 넘어지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손에 든 것을 망쳐본 일이 없어.

또 뒤로 넘어질 때도 절대로 머리를 땅에 닿지 않게 하려는 게 눈에 보여. 혹은 넘어지면서 온몸을 오므려뜨리면서도 이마나 얼굴이 부딪치지 않게 해.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어. 더 어렸을 땐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쿵하고 바닥에 부딪치는 일이 몇 번 있어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모른단다. 그런데 요즘엔 넘어지긴 해도 한 번도 심각하게 넘어진 일이 없어.

우리 아리는 특히 익사이팅하고 도전적이어서 넘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도 잘 넘어지지도 않았고 넘어진다 해도 심각하게 넘어지는 일이 한 번도 없었어.  

할머닌 그런 너를 보면서 네가 어느 사이 낙법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신기해. 할머니가 낙법에 대해 시를 쓰기도 했거든.

그런 아리가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아리야.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낙법도 아주 중요하단다.


앞으로도 넘어지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또 넘어질 때도 심각하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