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77-양반걸음, 군인걸음, 캥거루걸음, 펭귄걸음

천마리학 2009. 1. 16. 23:28

 

  할머니랑 아리랑 377

 

*10월 2일 화-양반걸음, 군인걸음, 캥거루걸음, 펭귄걸음  

 

 

 

오늘은 엄마가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 오후 8시가 넘어야 도착할 테니까 데이케어에서 너를 픽업해서 또 거리로 나섰지. 퀸 스트리트쪽으로 가는데 네가 장난을 치는 거야.

어떻게 칠까?

"함머니 함머니..."

못들은 척 딴청을 하고 있으면

"함머나 함머나(할머니를 강조해서 부르기)"

해서 바라보면 일부러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오종종종 걷는 거야.

할머니가 

"오우 노우, 안돼. 양반걸음!"

하면 까르르 웃으며 걸음을 양반걸음으로 바꾸어 걷지. 그러다가 또 함머니 하고 부르고, 바라보면 다시 오종종종 걷고.

"오우 노우, 군인걸음!"

하면 군인걸음으로 바꾸어 걷고...

 

 


클라런스 공원에서.

양반걸음, 펭퀸걸음, 군인걸음, 캥거루걸음...번갈아가며... 

 


그런데 요즘 아리 네가 양반걸음을 걸을 때의 보폭이 제법 커져서 으젓해 보이기도 한단다.

"캥거루 걸음!.... 양반 걸음!.... 군인 걸음!... 펭귄 걸음!..."

하면서 길에서 너랑 할머니랑 하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웃곤 하지. 그 사람들은 생각할 거야. 할머니가 어린애 같다고. 사실이지뭐. 아리 너랑 나랑 제일 친한 친구잖아, 그치?^*^


'양반걸음!' '군인걸음!' '캥거루걸음!'

'양반걸음'은 뒷짐을 쥐고 보폭을 크게 띄며 가슴을 펴고 약간 느리게 걷고,

'군인걸음'은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무릎을 직각으로 올리며 씩씩하게,

'캥거루 걸음'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두발을 모닥발로 깡충깡충 뛰기.

'펭귄 걸음'은 양 손을 옆으로 비스듬히 벌리고 두 발을 옆으로 벌리며 아장아장. 


아리의 운동화가 약간 큰 편이야. 지난여름 스위스에서 산 거잖아. 약간 헐렁한 신발 탓인지 네가 가끔 쫑쫑쫑쫑 걸을 때가 있지. 그래서 할머니가 세 가지 걸음걸이를 가르쳤지.

아리 네가 아주 재미있어해. 그래서 거리에서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하지. 거실에서 할머니랑 아리랑 함께 하지. 뛰고, 걷고,

'양반걸음!' 하면 뒷짐을 지고...^*^..., '군인걸음!'하면 자세를 바꾸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캥거루 걸음!' 하면 콩콩콩콩 뛰는 바람에 아마 아래층에서도 들릴지 몰라서 주의하지.


저녁 8시 반경. 우리가 샤펄스 앞으로 엄마 마중을 갔는데 엄마가 8시 30분경에 돌아왔지.

한국에서 아리 옷이랑 선물이랑 잔뜩 가지고 와서 갈 때보다 세 배가 짐이 많아졌어.

 


 

할머니, 여기 개똥!

그래, 조심해 아리!

그런데 할머니, 개똥은 누가 싸?

그야 개가 싸지.

개?

도기!

아하!!!

 

 

 

이주 만에 너를 보는 엄마는 어쩔 줄을 모르더구나. 물론 너도 그랬지. 우리 모두 반갑고 행복했지.

엄마는 이 주 만에 너를 보니까 네가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자라기도 했다면서 너에게 뽀뽀를 신청하곤 했지.

할머니가 엄마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네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했었지.

무슨 사진일까?

네가 데이케어에서 너를 픽업한 후 거리구경을 할 때 네가 건물 여기저기 붙어있는 간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파벳을 읽는 모습. 거리에 서 있는 간판들에서 알파벳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는 모습. 클라런스 공원에 갔던 모습, 뮤직가든에서 네가 뜀뛰기 하는 모습... 을 보내줬지.

 

엄마의 무사 귀가 부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