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69-Please! 다이퍼 체인지! 엄마는 한국행

천마리학 2009. 1. 1. 00:22

 

  할머니랑 아리랑 369

 

*9월20일, 토-프리즈, 다이퍼 췐지! 엄마는 한국행    

 

 

 

오늘 새벽 3시경, 엄마와 아빠가 토론토공항으로 갔지.

엄마가 아침 7시 비행기로 한국에 가기 때문이야.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한국학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정부 측의 도서관과 한국학 관련 인사들과의 미팅도 있고...

2주간.


할머니는 5시경부터 네 침대를 살펴보고 네가 깨어날 것을 대비하고 있었지. 어떻게 엄마 없는 2주간을 보낼까 염려가 돼.

네가 안쓰러운 생각도 들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엄마를 위해서 우리가 도와야겠지?

6시경에 네가 잠을 깨어 '마미' '마미'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가 갔더니 엄마도 아빠도 눈에 띄지 않는 심상찮은 분위기에 울음을 터트리며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찾는 거야.


 

 

 

 

 

"엄마가 한국에 갔어, 아빤 엄마를 데려다 주러 가고. 조금만 기다리면 아빠가 굿 모닝 하며 올 거야. 엄마가 한국에 가서 왕할머니랑 왕할아버지께 아리가 많이 컸어요 하고 말할 거야... 그러니까 아리는 할머니랑... 냠냠도 먹고... 아 참 우리 약속했지 어제저녁 잠자기 전에 호두 먹기로, 호두 먹자..."

말을 할 줄 모르는 너에게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고 하겠지만 아니지. 우리 아리가 말을 할 줄은 몰라도 다 알아듣기 때문이지. 할머니가 하는 말을 찬찬히 듣고 있다가 맘에 들면 금방 풀어지고 맘에 들지 않는 내용이면 계속 요청을 하는 아리니까. 사람들은 고걸 모를 거야. 그치이?^*^

 

 

 

 

 

 

우리 아리의 좋은 점, 울음이 길지 않다는 것.

어딘가 부딪쳐서 아플 때도 사라지는 아픔보다 우는 시간이 더 짧을 정도이고, 요구 사항이 있어 떼를 쓸 때도 할머니가 상황을 설명하면 신중하게 듣고 있다가 바로 떼를 멈추고 울음도 멈추고 수용하는 점. 정말 아린 신통해.


금방 울음을 그친 우리 아리!

할머니가 안고 창가에 앉아서 CN 타워의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불빛들이 가득한 온타리오 호수 쪽 콘도들이 별밭을 연상케 하는 새벽거리를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꾸몄지.

 

 

 

 

 

 

 

그리고나서 함께 알파벳찾기를 하고있는데

네가 말하는 거였어.

"함머니 다이퍼 치지(다이퍼 췐지)"

왠일이니?

평소에 다이퍼 췐지하는 걸 엄청 싫어해서 다이퍼를 췐지할 때마다 '아리 똥꼬 아우이, 아우이, 그럼 안되겠지?... 하면서 도망 다니는 너를 뒤따라가며 애걸복걸 했는데. 그러다가 강제로 다이퍼 췐지를 할라치면 큰소리로 울어서 애를 먹곤 했는데.

요 근래는 '아리, 다이퍼 췐지 해야지'하면 한 손을 번쩍 들며

"피니시!(Finish!)"

당당하게 의사표시를 하며 딴청을 부리곤 했지.


 

 

 

 

 

바로 어제 네가 다이퍼를 바꿔달라고 처음으로 자청했지.

"함머니 다이퍼 췐지~"

해서 놀란 할머니가

"아빠야 아리가 다이퍼 췐지한다는구나, 아리야 아빠에게 가서 다이퍼 췐지해달라고 해봐"

했더니 네가 아빠가 있는 안방으로 가는 거야.

다이퍼 췐지를 하고 의기양양하게 나오던 네 모습이 또 얼마나 귀엽던지...

우리 모두 손뼉을 치며 축하했었는데 오늘 아침 또 그러는 거야.

할머니가 다이퍼를 췐지하면서 도와주세요 하면 앞부분을 잠시 눌러주기도 하지.

땡큐 아리!

 

아리야 네가 또 요만큼 자란 거야.

부라보!

 

7시경. 아빠가 돌아왔을 때 할머니가 자랑했지.

와~ 칭찬하는 아빠에게 어깨를 으쓱하는 우리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