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64-아리는 조폭? 참새는 콕, 콕, 콕, 아리는 냠, 냠, 냠,

천마리학 2008. 12. 19. 02:02

 

  할머니랑 아리랑 364

 

*9월12일, 금-아리는 조폭? 참새는 콕, 콕, 콕, 아리는 냠, 냠, 냠,  

 

 

 

엄마가 몹시 바쁘기 때문.

엄마는 미안해하지만 할머니는 잘됐다!

왜냐하면 지난번 데이케어의 BB선생님 사건(?)이 있은 이후로 걱정이 되어서지.

요즘 들어 아리 네가 짜증이 늘어난 것이 아주 마음에 걸려.

예를 들면 엄마 젖! 하고 자주 찾고, 엄마가 바빠서 안 들어주면 때를 쓰며 울지. 또 아빠에게도 계속 아빠 뽁데! 아빠 뽁데!

혼자 있으려고 하질 않을 뿐만 아니라 자꾸만 칭얼거려.

할머니가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뭔가가 네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인 것 같아.

뭔가 늘 마음에 차지 않아서 떼를 쓰며 울고, 늘 징징거리는 거야. 그렇게도 잘 웃고 늘 즐겁고 신나던 아리 네가 말야.

그래서 할머닌 가능한 한 너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엄마아빠의 생각은 달라서 그게 잘 안돼.


하여튼 그래서 할머닌 주말에 너를 데리고 하버 프론트나 뮤직가든에 나가서 실컷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하거나 거리구경을 하거나... 등등 네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할머니가 픽업을 할 수 있게 돼서 다른 때보다 일찍 너를 픽업했지.

바나나, 밀크, 쿠키, 비스킷, 물.... 모두 준비했지.


 

조폭이냐구요? 천만에요, 화가랍니다.^*^

 

 

데이케어에서 나와서 가끔 그랬듯이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놀면서 바나나를 먹었는데 단숨에 다 먹어버리는 거야. 더 달라고 하는 것을 다음엔 밀크로 돌렸지.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네가 원하는 대로 동쪽 문으로 나갔지. 건물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쿠키를 먹는데 처음엔 비둘기들이 놀러 와서 쿠키조각을 물고 가는 거야. 그러고나더니 이번엔 참새들이 왔어. 비둘기와 참새들이 번갈아 가며 날아와 주변을 아장거리며 네가 던져주는 쿠키조각들을 주워먹는 것을 보며 네가 아주 재미있어했어.


가끔씩 떨어트린 쿠키조각을 너도 입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할머니가 '더티! 투쌀! 더러워!' 하고 말해야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어.

"참새가 콕콕콕 먹고 아리는 냠냠냠 먹는구나 그치 아리야?"

아리 넌 참새가 저만큼 떨어져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쿠키조각을 던져주기도 했지.

또 던져주는 쿠키조각을 금방 날아와서 물고 가거나 그 자리에서 콕콕 쪼아먹는 모습을 보며 아주 좋아했지.

 

 

 

 

 

 

"참새가 어떻게 먹지?"

"콕콕콕..."

네가 참새 먹는 시늉을 하고

"아리는?"

"냐암냐암냐암..."

 

그러다가 문득

"함머니 비, 비, 비!"

소리쳐서 보니까 건너편 주차장 입구에 선 간판에 흘러가는 광고에 있는 B자를 가리키는 거야. 어디 그뿐인가,

"함머니 함머니, 암, 암..."

허리를 잔뜩 구부려서 프론트 스트리트 건너편을 가리켜서 할머니도 따라서 시선을 주어보면 거기 건물에 붙어있는 번지수를 발견하고는 읽고 있는 거였어. 흘러가는 자동차들 사이로 어떻게 그런 걸 보는지.... 신기하기도 해, 우리 아리!

 

엄마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집 쪽으로 오는데 또 라바(LABA) 앞에서 들어가자고 하는 거야. 왜 그런지 할머닌 알지.

어제도 데이케어에서 돌아오는 길에 네가 졸라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빵 진열대로 가더니 크로와상 한 개를 덥썩 집어 드는 바람에 그걸 말리느라고 할머니가 미안했지. 어젠 돈을 한 푼도 안 가지고 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다.

 

 

 

 

 

 

 

너 혼자 먼저 문 앞으로 가까이 가게 하지. 자동문이 열리는 걸 즐게게 하려고 할머닌 언제나 그러잖아. 아주 쬐끄만 녀석이 자동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정말 신기하고 기특한 생각이 든단다.

오늘도 역시 크로와상 한 개를 집어 들더구나. 줄을 서서 계산대로 갔는데 거기 누나가 우리 아리를 알아보고 반가워했지.

"오, 큐티 베이비. 드 유 워나 디스 원? 유 라이킷?..."

계산을 하는 중에도 옆 계산대의 누나들까지 한마디씩.

우리 아린 정말 유명하지. 아주 아기 때부터 콘도사람들이나 주변의 가게 사람들이 아리를 모두 기억하고 늘 손을 흔들어주고 말을 걸어오곤 하니까...


엄마가 도착할 시간이 거의 다 돼서 만나기로 한 로비로 가야 하는데도 넌 기차길 쪽으로 가자고 할머니를 조르더구나. 할머닌 너를 안고 주차 로터리를 지나서 STOP 팻말이 서있는 기차길 담벼락으로 갔지. 거기서 또 '에쓰, 피, 오, 티...'하며 읽다가 기차가 오면 그걸 보고... 그리고는 멀리 엄마가 오는 것이 눈에 띄어 우린 현관 쪽으로 뛰었지. 


자유롭게! 즐겁게! 신나게!

좋은 시간 보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