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63-STOP and W - 9월5일

천마리학 2008. 12. 16. 15:51

 

  할머니랑 아리랑 363

 

*9월5일, 금 -STOP and W         

 

 

 

요즘 우리 아리가 알파벳공부와 인터넷에 나오는 아기노래를 즐기는 일에 잔뜩 열을 올리고 있지.

알파벳공부?

달력이건 길거리의 교통표지판이건 아는 알파벳이 눈에 띄면 소리쳐 읽으며 보라고 야단이지. 그리고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으쓱!

엊그제 로저스 센터로 놀러 갔을 때도 게이트 번호를 표시한 설치물을 보면서 암(삼), 이, 잇(일)...

"함머니 오~ 함머니 오~"하며 팔을 잡아 끌기에 따라가봤더니 계

단벽에 STOP라고 써 있는 글씨 앞으로 가더니 O자를 가리키며

오, 오, 다음엔 S를 가리키더니 '에츠' '에츠' 하는 거였어.

 


 

 

 

 

 

문득 네 엄마 어렸을 때 일이 생각키웠지.

네 엄마가 어렸을 때 아마 다섯 살 때였지. 그때 할머니가 네 엄마에

게 영어알파벳을 가리키고 있는 중이었지. 어느 날 네 엄마를 데리고

대공원에 가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탔지.

버스 안에서 바깥풍경을 보고 있었지. 어느 버스가 정류장에 섰을 때

였단다.

 갑자기 네 엄마가 큰소리로 말하는 거야.

"에스 티 오 피~ 엄마 엄마 저기, 에스 티 오 피~"

할머니가 그렇다고, 잘 했다고 칭찬을 했더니

"에스 티 오 피, 아 영어 아니까 참 편리하다 그치 엄마?"

다시 한 번 읽고는 큰소리로 말하는 거였어.

버스 안의 사람들이 모두 웃었지. 너무 귀엽다고 한마디씩 하면서.

그런데 오늘, 20개월이 된 그 엄마의 아들인 아리가 똑같이 STOP 표

지판을 보고 알파벳을 읽어내며 으쓱으쓱. 어쩌면 그렇게 우리 아리

는 엄마와 똑같을까?

 

저녁을 먹는데 '로알루 로알루...' 창틀아래 벽에 붙여놓은 카드들을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혀를 굴리며 할머니를 부르는 거야.

"그래, 뭐야? 이리 가지고 와봐"

그랬더니 네가 손에 W자 카드를 들고 오는 거였어.

오늘은 또 W를 알아냈구나. 어젠 V를 가지고 집중하더니. 이어서

 '에이비찌띠' 틀어달라고  하더니 화면에 W가 나오면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

정말 우리 아리 나날이 달라지는구나.

부라보!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