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델타(Delta)와 감마(Gamma)

천마리학 2021. 6. 30. 23:19

델타(Delta)와 감마(Gamma)

권천학 | 문화컨설턴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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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 29 Jun 2021 04:01 PM

 

국가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캐나다가 접종률 상위권에 속한다니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처음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었을 때 설마 하면서도 점점 번지는 바이러스의 기세에 눌려 벌벌 떨었고, 결국 팬데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진 노력을 하느라고 했어도 2차 3차로 이어졌다. 급속도로 번져나가는 기세에 집을 나서는 발길만이 아니라 하늘길도 막히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마스크로 입막음을 당하고, 의료붕괴현상이 일어나고... 그때는 백신만 나오면 만사 해결될 것 같은 기대에 빠졌다. 그만큼 다급했다. 

어떻든 지금은 2차접종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정말 안심할 수 있을까? 안심할 수 없다! 이유는? 뒤를 잇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바로 인도발 델타(Delta)바이러스이고 브라질에서 발생한 감마(Gamma)바이러스이다.

변이종에 대한 걱정이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1차 코로나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부터 변이종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그 염려가 현실화되었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당연히 바이러스는 진화할 것이고 진화하면 강해질 것이니까. 미 방역당국을 비롯한 전문기관에서 변이가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었다. 변이종이 생기고 변이의 변이종까지 생겨났다. 

1차바이러스 퇴치에 급급해있는 동안 그들은 변이로, 변이의 변이로 공격 형태를 바꾼 것이다. 물론 1차바이러스의 백신접종으로 어느 정도 면역이 되긴 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임을 모든 전문가들은 인정한다. 또다시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방책을 세워야한다. 

변이인 델타와 감마는 기존의 1차 바이러스보다 훨씬 전염력이 강하다고 한다. 스치기만 해도 전염이 되고 징후도 더 지독하다니 ‘나쁜 놈’에 이어 ‘더 나쁜 놈’이 오더니 이젠 ‘더 센놈’ ‘더 고약한 놈’이 쳐들어온 꼴이다. 

1차 바이러스가 대체적으로 환경이나 위생상태가 덜 좋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더 번지던 것에 비하면 델타와 감마 등 변이종은 오히려 백신접종상위국, 방역모범국들에게서 급증하고 있으며 모두가 확산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더 센놈’ 이거나 ‘더 고약한 놈’인 것이 틀림이 없다. 신규확진자 중 델타바이러스 감염자가 러시아99%,영국98%,포르투갈96%라는 것을 보면서 실감할 수 있다. 코로나로 묶였던 여러 가지 규제에 대한 봉쇄해제일을 6월 22일로 발표했던 이스라엘도 다시 다음달(19일)로 연기했다고 한다. 

지금은 주로 델타가 거론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감마도 기세를 부릴 수 있다. 또 델타와 감마 외에 델타가 베타로, 감마가 감마프러스로... 혹은 돌연변이로... 하는 식의 또 다른 거듭변이가 없으라는 예측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은 아예 할 수 없다.

이런 판국에, 아무리 1차백신접종 상위국인 캐나다라고 하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불편하지만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바짝 조여야 한다, 외출 시 이중마스크 쓰기와 생활방역에 더 철저해야 한다. 다행히 2차 접종까지 마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는 하나 한편으로 노파심(老婆心)을 금할 수가 없다.

이미 토론토에도 브라질발 변이와 남아공발 변이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도는 ‘더 센놈’ ‘더 고약한 놈’이 이미 와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커뮤니티의 단체 카톡방에 전해지는 내용들을 보면 봉쇄해제일이 임박했으니 며칠만 더 참으면 된다!는 식의 단편적 소식들이 숱하게 퍼날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해방기념일이라도 맞이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 단체카톡방의 소식에 주로 귀를 여는 사람들은 대개들 나이든 사람들이나 외부 뉴스접촉이 취약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며칠만 있으면 해제가 된다는 소식이 희망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선 먹기 단 곶감을 건네듯 하면 안 된다. 노약자나 취약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헷갈릴 수 있다. 그 때문에 끈을 쉽게 풀었다가는 더욱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활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바라건데, “며칠만 있으면 봉쇄해제가 되긴 하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더 센놈’ ‘더 고약한 놈’이 와 있으니 계속 긴장을 해야 합니다” 하는 식의 멘트들을 했으면 좋겠다. 

자칫 일시적인 편리함이나 일시적 해방감을 주어서 기분 좋게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듯이 계속 대비해야 함을 주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전히 노파심 때문에 하는 말이다. ♠

권천학 | 문화컨설턴트·시인